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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 이용백

고정관념, 편견과 싸우는 게 예술가의 임무

이용백
1966년 김포 출생.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교대학원 조각과 석사. 1990년부터 8회 개인전, 모스크바 비엔날레, 사치갤러리, 보쿰 쿤스트페어라인,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난징 트리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미술관, 대만 현대미술관, 런던 카운티홀, 도쿄 우추노미야 미술관, 소마미술관, 상하이 두오룬 현대미술관, 도쿄 아시아센터 일본 파운데이션, 미디어 시티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2000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 단체전에 참가. 2011년 제 54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 선정
“언젠가는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2011년 6월 개최되는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 대표로 선정된 미디어 아티스트 이용백의 소감이다. 2년마다 행해지는 세계 최고의 미술행사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흥분되는 일이건만, 그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하다.
이 덤덤함은 오랜 시간 묵묵히 작업하면서 얻어진 것이리라. 김포 외곽에 위치한 작업실은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작가답게 넓고 어수선했다. 마을회관에서 틀어놓은 왁자한 트로트 노랫소리가 시골마을의 한적함을 깨고 작업실까지 울린다.

평화로운 농촌처럼 보이지만, 휴전선으로부터 겨우 6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트로트 노랫소리는 분단현실을 위장하는 가짜평화의 노래처럼 울리며 그의 대표작인 〈앤젤 솔저(Angel Soldier)〉를 떠올리게 했다.

2005년 발표한 비디오 영상물 〈앤젤 솔저〉는 꽃더미 속에서 꽃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서서히 움직여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꽃으로 가득 찬 세상이지만, 동시에 살벌한 전쟁터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작품은 분단현실의 일상적인 평화와 그 속에 내재된 긴장감을 담아냄으로써 한국적인 리얼리티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 꽃무늬 군복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세상이 온통 꽃으로 가득 차야 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Angel Soldier
〈앤젤 솔저〉는 퍼포먼스와 싱글채널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2008년 업그레이드된 퍼포먼스에는 제임스 터렐, 브루스 나우만, 김수철, 백남준,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 류병학, 안상수, 배병우, 문경원 같은 전 문화를 망라한 예술가와 예술관계자 100명의 이름이 새겨진 군복이 등장했다.

“보통의 군인들이 종교나 국경문제로 전쟁을 한다면, 예술가 군대는 다른 전쟁을 벌인다. 바로 고정관념, 편견과 관련된 전쟁이다. 여기서 제일 싸움질을 잘하는 사람은 누굴까를 생각해보니 바로 예술가들이었다.”


예술가 군대가 탄생된 이유다. 사진 촬영을 위해서 꽃무늬 군복을 직접 입어볼 것을 제안하자 이용백은 본인이 직접 군복을 입는 것은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한다. 꽃무늬 군복 착용은 처음이지만, 그는 〈앤젤 솔저〉의 일원으로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왔다. 일상에 담긴 여러 관념을 문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을 해온 것이다. 민중미술 이후 한국미술은 서구의 유행하는 담론에는 자신을 의탁해도 탈정치화와 사회적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한국 현실에 대한 언급은 회피해왔다. 그러나 이용백은 분단과 IT강국이라는 한국적인 특수 상황과 세계 보편적인 담론의 맥락에서 세련되게 다루어왔다. 이용백과의 대화는 막힘이 없고 시원시원했다. 예술가 부대의 전위답게 그는 대화 중에 현대미술, 미술제도, 한국의 전통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대해서도 탁월한 통찰을 보여주었다. 21세기 최대 이슈는 미디어의 발전이다. 첨단 미디어의 발전과 이를 통해 새롭게 생겨나는 감각을 이용백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조각・영상・퍼포먼스・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능숙하게 사용하면서, 날선 문제의식과 새로운 테크놀로지 사이의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Mirror

팔아 쓰라며 그림 그려주던 백남준과의 만남

New Folder
1966년생인 이용백의 대학 시절은 순수미술을 주장하는 모노크롬파와 참여미술을 주장하는 민중미술이 날카롭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그는 제 3의 길을 갔다. 미디어 아트였다. 1991년 그는 백남준의 제자가 되기 위해 독일로 간다. 백남준이 교수직을 사퇴할 무렵이어서 그의 제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용백은 1995년 있었던 백남준과의 만남을 인상 깊게 회고한다. 그날 백남준은 와이셔츠 단추 구멍을 잘못 채우고 나왔다. 이 기억은 그가 최근 제작한 조각 작품에 표현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끝에 이용백은 그동안 준비 중인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백남준은 “이 작품들을 빨리 현실화해야 한다. 독일에 계속 머물든 미국이나 한국으로 가든 빨리 작품을 현실화할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나 돈 없을 때 팔라고 아마 몇 백만 원은 받을 거라며 즉석에서 그림을 하나 그려주었다. 그런데 이 그림은 안타깝게도 이사 도중 사라졌다. “미디어 예술은 재미있다. 하지만 그 재미에 빠지면 예술을 놓치게 된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이용백은 그 길로 짐을 싸서 1996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를 작품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회사원이 구호용 호흡기를 장착하고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운 물속에서 양복을 입은 채 걸어가는 퍼포먼스는 IMF 외환위기 때 회사원 친구들이 술 마시면서 “숨쉬기도 어렵다”라고 하던 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박제된 송아지에 관객들이 인공호흡기로 숨을 불어넣는 작품 〈인공 감성〉은 죽음 직전의 예술, 한국성에 대한 인공호흡을 의미한다. 작품 〈뉴 폴더〉는 말 그대로 컴퓨터 화면에 생성되는 노란색 새 폴더를 인조 대리석으로 재현한 것이다. 컴퓨터상에서는 제로 바이트의 아무런 질량감 없는 존재이지만 현실의 공간에서는 400㎏의 육중한 무게를 가진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각국의 사람들에게 끌고 가게 만드는 작품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컴퓨터라는 가상세계를 현실세계로 바꾸어 미디어의 의미를 드러낸다. 작업실 한쪽에 놓인 현란한 색감의 인공 낚싯바늘 그림들은 이런 점에서 보면 좀 의외다 싶다. 그는 낚시채널의 패널로 참여할 정도로 바다낚시광이다. 원래 전공인 회화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회화 역시 그가 고른 많은 매체 중 하나다.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없는, 눈이 부실 정도로 현란한 색감은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그릴 때만 얻어지는 것이니, 과연 그는 탁월한 미디어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Vaporaized things


Fish_blue, 2009, Oil on canvas, 130.3x190cm
이용백은 모스크바 비엔날레, 난징 트리엔날레, 미디어 시티 서울,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등 세계 유수의 전시에 초청되면서 이름을 알려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베니스 비엔날레다. 전면이 거의 유리로 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난삽하기로 소문난 공간이다. 이 공간에 그는 〈앤젤 솔저〉 〈피에타〉 〈깨지는 거울〉 등 대표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깨지는 거울〉은 3분 정도의 상영물인데, 관람객은 자신을 비추고 있는 거울이 총탄에 깨지는 것을 보게 된다. 거울이 깨지면서 거기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주변 환경도 동시에 깨어져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지와 재현에 관한 오래 묵은 논쟁에 한 방 날리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용백의 〈피에타〉는 사이보그 예수와 성모다. 그런데 성모는 흔히 조각품이 완성되면 버려지는 거푸집으로, 예수는 그 거푸집에서 나오는 완성본의 모습이다. 음과 양의 관계이며, 세계의 양면성을 이처럼 간단없이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형식적인 다양성 속에 이용백 특유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들어온 그가 가장 높게 치는 예술가의 덕목은 모험성・실험성이다.

Pieta_ 2008, FRP & ironplates, 400×340×320cm


Narcissus_ 2008, FRP, Iron, acrylic, glass, 445x300x500cm
“창의성이 나의 핵심이다. 창의는 보통 사람이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이해하면 그것을 어떻게 창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가 좋다.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해야 한다. 사실 그렇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고, 예술가로서 살아갈 수 없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마음은 이미 딴 데 가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을 업그레이드해서 보여주는 것이고, 앞으로 할 작업들의 구상이 더 중요하다.”

그의 말대로 베니스 비엔날레는 그리고 하나의 도달점 혹은 종착점이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이용백과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알리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11년 6월보다 그 이후의 작업에 더 큰 기대를 걸어본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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