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냘팠다。 성장이 정지된 소년처럼 앳되고 보드라웠다。
17세에 데뷔、 데뷔 5년 된 팝페라 테너 임형주에 대한 첫인상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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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에 데뷔、 데뷔 5년 된 팝페라 테너 임형주에 대한 첫인상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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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천상의 목소리 팝페라 테너 임형주

작고 가냘팠다。 성장이 정지된 소년처럼 앳되고 보드라웠다。
17세에 데뷔、 데뷔 5년 된 팝페라 테너 임형주에 대한 첫인상이 그랬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임형주는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며 나긋나긋하게 인사를 건넸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의 ‘애국가 소년’ 임형주가 써 나가는 기록은 놀랍다. 줄리어드음대 예비학교 심사위원 만장일치 합격, 최연소 남성성악가로 무대에 선 뉴욕 카네기홀 데뷔 공연에서 전석 매진,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소니뮤직과 36개국 음반유통 체결, 일본 오리콘 차트 클래식 부문 1위….

지난 2007년 11월 임형주가 발표한 첫 스페셜 앨범 <이터널 메모리(Eternal Memory)> 역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음반사이트인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종합 예약 1위를 기록하더니, 발매 직후부터 클래식 부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번 음반은 임형주 음반 중 가장 대중적이다. 비틀스의 ‘예스터데이(Yesterday)’, 머라이어 캐리의 ‘위다웃 유(Without you)’, 나나 무스쿠리의 ‘온리 러브(Only Love)’ 등 친숙한 곡들로 가득하다.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도 트로트의 꺾는 소리를 넣어 가며 구성지게 부른다.

척 보기에도 정통 클래식 음악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 팝페라가 대중적인 음악이긴 하지만 오페라의 본거지인 이탈리아의 ‘산 펠리체 음악원’에서 수학 중인 그가 내놓은 음반치곤 좀 의외다. 임형주에게 이번 음반을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냐고 물었다. 조심스럽게 질문 말미에 ‘상업적인 의도로’를 덧붙였다.

“전 이런 질문 너무 좋아해요. 전 상업적인 아티스트예요. 앤디 워홀이 그랬죠. 돈을 많이 벌어야 좋은 예술이고, 많이 팔려야 좋은 예술이라고.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해요. 정통 성악을 하는 분들은 저에게 ‘벨칸토 발성법도 배제하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얄팍한 발성법을 일부러 구사하는 게 아니냐’ 이런 말들을 하는데, 맞아요. 의도했던 것이에요. 앨범 재킷도 의도했던 대로 여성스럽게 잘 나왔어요.”

스스로 ‘상업적인 아티스트’, ‘여성스러운 아티스트’를 자처하는 임형주. 질문에 조곤조곤 답변하는 그의 음성은 낯설고 신비로웠다. 남성과 여성의 음역 그 중간쯤에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목소리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8년에 첫 음반을 냈을 때 사람들은 그에게 ‘천상의 소리’, ‘신인류의 출현’이라는 표현을 썼다. 임형주가 부르는 <아베마리아>는 그의 신비로운 음색의 극치를 보여준다. 투명하고 경건하다. 눈을 감고 들으면 천사에게 이끌려 구름 위를 걷는 듯 혼몽하다. 신화적인 여가수 마를린 혼은 그의 <아베마리아>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한다. 변성기가 한참 지난 후에도 하이톤의 고운 음색를 지닌 그를 두고 혹자는 ‘카운터테너 아니냐’ 하기도 하고, 혹자는 수군대며 ‘카스트라토 아니냐’고까지 한다.

“변성기 전의 제 목소리가 보이소프라노였다면 변성기 이후 제 목소리는 하이테너예요. 보이소프라노는 소년만이 가질 수 있는 소프라노 음역이고, 하이테너는 일반 테너보다 음역이 높아 여성의 메조소프라노와 음역대가 겹치죠. 이비인후과에 다니면서 목 관리를 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제 성대를 보시더니 이런 성대는 처음 본다고 하셨어요. 보통 변성기를 지나면 두 옥타브 정도 음이 낮아지는데 저는 한 옥타브만 낮아졌다고 해요.”

왼쪽 스승인 웬디 호프먼과 그의 남편 얼 바이와. 오른쪽 미국USO협회 회장으로부터 최연소로 명예훈장을 받는 모습.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였던 임형주는 모네를 좋아하는 화가 지망생이었다. 엄기영 같은 앵커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열세 살 생일 날, 이모가 선물한 한 장의 CD가 인생의 행로를 결정했다. 마리아 칼라스의 마지막 리사이틀 앨범. 그 음악을 접한 순간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느낌이랄까요. 그런 소리,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아, 노래를 이렇게나 깊이 있게, 영혼이 뒤흔들리도록 부를 수도 있는 거구나. 나도 저런 성악가가 되고 싶다’ 이런 열망이 끓어올랐어요.”

영화 <파리넬리>의 주제곡‘울게 하소서’를 부르는 임형주.
조수미는 그의 또 다른 우상이었다. 예원학교 2학년 때에는 조수미를 만나기 위해 방송국 분장실로 잠입한 적도 있다.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는 “누나처럼 세계를 누비는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 나중에 누나랑 같은 무대에 서게 될지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 꿈은 3년 후 이루어졌다. 2003년 5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화콘서트에서 임형주는 조수미와 한무대에 섰다.

그의 탐미적 기질은 어려서부터 유난했다. 화려한 궁중 한복 전시회에 몇 번씩 가서 관람하는가 하면, 색 고운 비녀를 수집했다. 욕조 물에 우유를 타고 장미 꽃잎을 띄우고 목욕을 하는가 하면, 바비인형도 수집했다. 타고난 감수성은 그의 어머니에 의해 한층 더 발달했다. 어머니 김민호 씨는 비가 오면 그와 여동생을 데리고 나가 비에 흠뻑 젖게 하고, 파릇한 싹이 돋아난 보리밭을 걸어 보게 하고, 시골길 달리다 새하얀 눈밭이 있으면 차를 세워 두고 눈사람을 만들게도 했다.

왼쪽 어머니 김민호 씨와. 오른쪽 줄리어드음대 앞에서.

내 꿈은 문화 CEO

예원학교 수석졸업을 두 달 앞둔 2001년 말, 그는 돌연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100% 그의 결정이었다. 비자 발급까지 받고 부모님께는 통보만 했다. 그는 “유학시절이 없었으면 오만했을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금융업을 하는 부모는 그를 부족함 없이 키웠다. 자기 방에 화장실이 딸린 7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중학교 때까지 지하철 한 번, 버스 한 번 안 타보고 자랐다. 친구들이 그를 ‘도련님’이라고 놀렸을 정도다. 하지만 뉴욕에서의 생활은 고달팠다. 눅눅한 반지하방에서 하숙생으로 시작했다.

“힘들고 외로웠어요. 짐도 몇 번씩 쌌다 풀었다 했지요. 검은 빨래랑 흰 빨래를 같이 돌려서 옷을 다 망가뜨린 적도 있고, 세제를 넣어야 하는데 빨랫비누를 넣어서 세탁기가 막혀 버린 적도 있어요. 빨랫비누를 깍두기처럼 잘라서 넣었거든요. 할렘가에 갔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어요.”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임형주는 스승도 혼자 찾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창에 ‘teacher’, ‘voice teacher’, ‘New York voice teacher’ 식으로 검색어를 좁혀 나가며 찾았다. 그렇게 해서 만난 스승이 바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프리마돈나 웬디 호프먼과 파바로티의 수석 피아니스트 얼 바이 부부다. 얼 바이는 그의 노래를 듣고 “오 마이 갓, 믿을 수 없을 만큼 크리스털 같은 목소리야”라고 감탄했다. 뉴욕 활동 중, 그의 음악을 들은 사람들의 찬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제2의 안드레아 보첼리”(플라시도 도밍고의 디렉터 에드가 빈센트), “열 여섯 나이로는 믿기지 않는 천상의 목소리와 깊은 호소력”(루치아노 파바로티 매니저 이자벨 울프), “매우 깨끗하고 결이 고우며 투명한 하이테너”(안드레아 보첼리의 디렉터 토니 루소), “동양의 진주, 세상을 울릴 목소리”(밥 딜런)….

음악의 길로 들어선 그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그림 말고는 잘하는 게 없던 아이, 자기 안에 갇혀 있던 내성적인 아이는 노래를 통해 자신감을 얻으면서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 됐다. 그가 지향하는 음악세계도 밖으로 향해 있다. ‘문화 CEO’가 그가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관심분야도 다양하다. 최근 그는 신문 14개를 구독하고 비즈니스 서적을 즐겨 읽으며, 재테크, 카메라, 영화에 대한 지식도 전문가 수준이다.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아 200여 편의 자작시를 지었다. 3집의 <하월가> 가사는 그의 작품. 영화 <쉘브루의 우산> 메인 테마곡 ‘I will wait for you’의 번안도 그가 직접 했다.

2008년은 그의 인생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중성에서 방향을 완전히 틀어 정통 클래식 앨범을 내고, 데뷔 5주년 기념 5대 도시 월드 투어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그가 설립한 아트원 문화재단에서 문화잡지 창간을 앞두고 있는가 하면, 자신이 창단한 코리안 포스트 챔버 오케스트라가 정식 창단 공연을 한다. 이 모든 공연 콘셉트와 일정은 그가 정했다.

“저 인터뷰 너무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임형주는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고 당당했다. 도도하고 여릴 것 같은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별명이 ‘애늙은이’, ‘청산유수’라나? “중학교 때부터 조숙하다 못해 영악했다”고 말한다. 그에겐 양립할 수 없는 대립항들이 공존한다. 비현실과 현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 여성성과 남성성, 집중과 산만…, 스스로도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다”고 한다.

가식과 예의가 등가관계라고 생각하는 그는 ‘이미지 메이킹’을 중시한다. 인터뷰를 하면서 연신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또 자기애가 강한 그는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여성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어떠냐는 질문에 이런 답변을 한다.

“그게 제 매력인 것 같아요. 데뷔 전에는 여성스럽다는 말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는데 데뷔 후에는 그게 장점이 됐어요. 목소리에 맞게 일부러 메이킹하는 게 아니냐는 분도 있는데, 그건 아니고요. 이것도 제 모습이에요.”

성악에 있어서는 늘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는 ‘1등 강박증’이 있다. ‘1등 아니면 꼴찌’라는 다짐으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새로운 곡을 받으면 악보를 외울 때까지 쉬지 않는다. 오페라 아리아도 한자리에서 외워야 직성이 풀렸다. 코피가 나도 밤을 새워 가며 템포와 이탈리아어 가사까지 외웠다. 그는 “1등을 보면 슬퍼요”라면서 피겨요정 김연아 이야기를 한다.

“김연아 선수 너무 자랑스럽잖아요. 저는 그녀가 금메달 딸 때마다 너무 슬퍼요. 저 작은 소녀가 1등을 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고통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쵸?”


임형주는 실수와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다. 공연에서 작은 실수라도 한 날이면 그걸 되뇌며 새벽까지 혼자만의 공연을 한단다. ‘왜 그랬지? 왜 그랬지?’ 하면서. 그는 “스스로 너무 혹사시켜서 키가 안 큰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미사여구 없이 답했다.

“좋은 음악가, 정직한 음악가, 진정한 감동을 주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음악을 하는 순간만큼은 꾸밈없고 정직해져요. 아무리 상업적인 노래라도 진심을 담아서 부르면 그건 예술이거든요. 테두리만 상업적인 거지. 사랑을 노래하는 가수는 너무 많아요. 저는 이런저런 상처가 묻지 않은 치유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 자신은 성스럽지 않지만 음악을 하는 순간만큼은 성직자라고 생각해요.”

그는 햇와인 보졸레 누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1위로 뽑혔다. 세월의 고됨을 머금은 임형주의 목소리는 어떻게 변해 갈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로마네 콩티와도 어울리는 목소리로 숙성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진 : 이창주
헤어ㆍ메이크업 : 윤혜정 피오레 원장
  • 200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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