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월드스타 김윤진

세계의 히로인이 된 한국 여배우

사진 제공 : 해냄
김윤진이 돌아왔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그가 한국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왔다. 할리우드 진출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 《세상이 당신의 드라마다》(해냄) 출간과 영화 <세븐 데이즈> 촬영을 위해서 귀국한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세븐 데이즈> 촬영이 빽빽하게 잡혀 있어 책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도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두 달 만에 영화 촬영을 끝내고 <로스트> 시즌 4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가야 하는 일정 속에서 그는 스무 개가 넘는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 주었다. 우선 책 출간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쑥스럽죠. 원래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일에 쑥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열심히 그리고 진실된 마음으로 써서 감회가 남다릅니다. <로스트> 시즌 3를 찍으면서 촬영 분량이 적은 날에 독수리 타법으로 틈틈이 썼어요.”

대필 작가 도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썼다는 그는 글쓰기를 ‘또 다른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 한국어로 리포트 하나 써본 적 없는 그에게 한국어로 글을 쓴다는 일 자체가 또 하나의 도전이었던 셈이다. 《세상이…》의 책임편집을 맡은 해냄의 문미경 씨는 “마감일정을 정확하게 지키는 김윤진 씨의 프로 정신에 놀랐다”면서 “처음 보내온 원고를 보고 이런저런 방향으로 수정해 달라고 했는데, 정확하게 이해해 다시 보내온 원고는 거의 손볼 게 없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이 책의 인세 수익 전액은 입양 기관이나 소년 소녀 가장 돕기에 쓰일 예정이다.

늘씬한 몸매에 안정감 있는 목소리, 유창한 영어 실력에다 그윽한 눈매까지. ‘지성미와 섹시미를 겸비한 배우’라는 수식어가 김윤진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1999년 영화 <쉬리>의 여전사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단적비연수>, <예스터데이> 등을 거쳐 2002년 <밀애>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한국 최고 여배우 자리에 올랐다. 충무로 여기저기서 김윤진에게 러브콜을 보낼 즈음 그는 홀연히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2년 후, 미국 ABC 방송의 인기 드라마 <로스트>의 주연급 배우로 등장했다.

최근 출간된 김윤진의 자전적 에세이집 표지.
<로스트>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태평양에 불시착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펙터클한 드라마다. 편당 제작비가 5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드라마로 전 세계 210여 개국에서 방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중파와 케이블 채널을 통해 시즌 1, 2가 방영됐다. 김윤진이 이 드라마에서 맡은 배역은 순종적인 한국 여인 ‘선’. 어딘지 모르게 신비함을 간직한 ‘선’은 미스테리한 섬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의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한 배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선’이라는 배역은 <로스트>의 시나리오에 없었다. 오디션에서 김윤진을 본 감독이 그를 위해 배역을 새로 만든 것. 그는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 한국어로 연기하는 것이 기쁘다고 한다. ‘선’과 그의 남편 ‘진’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회에는 한국어가 영어보다 더 많이 나온다. 당초 시나리오에서 영어로 되어 있던 장면이 김윤진의 제안으로 한국어로 바뀌었다.

“미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전체 대사의 50%를 다른 나라 말이 차지하게 된 거예요. 그것도 한국어로.”

<로스트>가 인기를 더해 가면서 김윤진의 몸값도 많이 올랐다. 8월 초 촬영에 들어가는 시즌 4의 회당 출연료는 10만 달러라고 한다. 시사회가 있는 날 ABC방송은 그를 모시러 리무진을 보낸다. 팬도 많이 생겼다. 세계 각지에서 날아드는 팬레터가 일주일에 300여 통이라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누구냐고 물었다.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영화 <밀애> 포스터(왼쪽)와 수상 당시의 김윤진.
“병원에 입원한 아이를 둔 엄마가 제 사진에 사인을 해서 보내 주면 아이가 기뻐서 병이 나을 것 같다며 편지를 보내왔어요. 또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재소자가 참회를 하면서 출소하면 봉사 하면서 살겠다고 한 편지도 기억에 남네요.”

김윤진은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통해 세계적 배우가 됐다. 하와이 촬영 현장(왼쪽), 출연진과 함께한 김윤진.

한국 최고 배우 자리 버리고 신인으로 새로 시작

<로스트> 포스터.
그는 왜 한국에서 보장된 탄탄대로를 버리고 떠났을까?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은 단 하나였어요. 미국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것.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해 겨울, 서랍장을 정리하다 낯익은 펜던트를 발견했어요.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었죠. ‘3년, 정상, 그리고 돈.-1999년 11월 3일.’ 마음속 목표를 새겨 놓았던 것인데, 목표를 이룬 시점에서 내 눈에 띈 거예요. 그 펜던트가 《연금술사》에 나오는 양치기 산티아고가 찾는 표지처럼 느껴졌어요. 하나의 목표를 이루었으니 이젠 다음 여행지를 향해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망설임 없이 미국행을 감행했지만 그는 당시를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고 회상한다. 다시 신인이 되어 완전히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였다고. 당시 그의 나이 서른 하나. 신인으로 시작하기엔 늦은 감이 있었지만 마흔에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된 베라 왕, 마흔한 살에 배우가 된 수잔 새런든 등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이제까지 활동을 담은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에이전시를 돌기 시작했고, 100년 전통의 매니지먼트 회사 윌리엄 모리스와 일하게 됐다. 그러고도 ABC방송과 전속 계약을 했을 때는 스스로도 의아했다고 한다. ABC의 캐스팅 디렉터에게 묻자 “연기 공부에 쏟은 너의 열정에 반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세 딸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 이민길에 오른 그의 부모. 막내인 김윤진은 일찍이 배우가 되겠다고 작정하고 뉴욕 예술고등학교와 보스턴대학을 졸업했다.

<로스트> 출연진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윤진).
“뉴욕 주 스탠튼 섬에 살았는데, 맨해튼에 있는 뉴욕 예술고등학교에 가려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어요. 학교까지 꼬박 두 시간이 걸렸죠. 오후 3시 수업이 끝나고 나면 무용과 연극 연습, 태권도를 배우느라 오후 7시가 넘어 집으로 가는 페리를 탔습니다. 숙제할 시간이 없어 페리 안에서 해야 했어요.”

보스턴대학을 4년 내내 장학생으로 다닌 그는 “정말 열심히, 열심히, 또 열심히 공부했다”고 회상한다.


촬영 중인 영화 <세븐 데이즈>에서 김윤진은 딸을 구하기 위해 일주일 안에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여변호사 역을 맡았다. 똑 부러지게 말을 해야 하는 역할이라 ‘김치와 버터가 섞인’ 발음을 가진 그로서는 은근히 부담이 된단다. 또 “미혼이라 모성애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답했다.

미국에서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한 김윤진. 그는 한국에서의 활동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내가 한국 배우이기 때문에 더 주목받는다. 한국에서의 활동을 포기하면 할리우드에서 그리 특별한 배우가 아닐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한때 그는 정체성 때문에 심한 혼란을 겪었다. 《세상이…》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전 세계에서 날아오는 팬레터가 일주일에 300통이 넘는다고 한다.
“나는 1.5세대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1세대도 아니고 2세대도 아닌 1.5세대라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한국 사람도 미국 사람도 아닌 그런 사람! 뚜렷한 정체성이 없었다. 열 살부터 나는 갑자기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었다. 낯선 땅에서 삶을 다시 시작하는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했다. 내 피부를 클로락스에 담가 하얗게 표백해 백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꿈도 꾸었다. 어딜 가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이창동 감독을 만났을 때 또 한 번 좌절했다. <초록물고기>를 보고 감명을 받은 그는 이창동 감독의 후속작 <박하사탕>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청룡영화제 수상 직후라 소위 ‘잘나가는’ 시기였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윤진과 이 이야기는 맞지 않다. 당신에게선 한국적인 느낌이 풍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던 그는 친구가 던진 한마디 말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해소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너는 한국 관객을 울리는 동시에 미국 관객을 울리는 유일한 배우야.”

김윤진이 커버로 나온 잡지들.
미국에서 활동할 때에도 그는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초대됐을 때, 내로라하는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의상 협찬을 제안해 왔지만 한국 디자이너 지춘희 씨의 드레스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윤진의 아름다움은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포털사이트 MSN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22인’에 선정됐는가 하면, <스터프>지와 <맥심>지 선정 ‘세계 섹시 미녀 100인’에도 뽑혔다. 그는 이제 세계적인 감독들이 러브콜하는 배우가 됐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프로젝트 880>(가제)에도 캐스팅됐다. 제작비만 2억 달러(한화 약 2000억 원)를 들여 만드는 이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 작업을 함께 하는 하이브리드 영화로, 올해 2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2009년에 개봉한다. 제임스 카메론과 김윤진의 인연이 재미있다. 카메론 감독은 <쉬리>의 DVD를 구해 와 김윤진에게 사인을 부탁하며 이렇게 말했단다.

“<타이타닉>이 개봉한 1999년, 전 세계는 <타이타닉>에 빠져들었소. 하지만 오직 한 나라, 한국에서만 박스오피스 1위를 놓쳤소. 알아보니 <쉬리>라는 영화에 밀렸다고 하더군. 우연히 그 여주인공과 작업하게 되어 고생시키면서 ‘복수’를 할 수 있어 즐겁소.”

제임스 카메론 감독, 매니저 박정혁 실장과 함께(왼쪽). 카메론의 영화 <프로젝트 880>의 김윤진(오른쪽).
할리우드 진출을 통해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체험했다는 그는 “나의 도전은 진행 중”이라며 책에 이렇게 적었다.

“나의 도전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제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나는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사람이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김윤진은 지춘희의 드레스를 입었다(왼쪽). 전 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김윤진(오른쪽).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있으면 그 자리에 앉아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가슴이 마구 두근거린다는 김윤진. 그의 다음 도전 과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의 행보가 더 바빠질 것 같다.
  • 2007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