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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가 본 지휘자 정명훈

글 김정수안양대 교수(관현악 지휘 전공)
1974년 정명훈이 피아노로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 입상했을 때, 한국인이 그렇게 큰 상을 받은 것에 대해 우리 음악계는 고무됐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어느새 능력 있는 지휘자로 변신해 있었다.

지휘자로서 정명훈은 데뷔 초부터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비견되어 왔다. 손짓과 동작 등 지휘 스타일, 분출하는 카리스마가 카라얀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요인도 ‘가장 카라얀을 닮은 지휘자’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카라얀보다 섬세할 때는 더 섬세하고, 힘 있을 때는 더 역동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카라얀이 자신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줄 알아 “코카콜라 같다”는 소리를 들은 반면, 정명훈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게 다른 점. ‘자신을 포장할 줄 모르는 소탈함’이 특징이다.

1980년대 중반 필자가 뉴욕에서 지휘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그는 뉴욕 필하모닉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했다. 그가 지휘하는 연주회를 찾아가면서 자랑스러움과 부러움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요즘 박지성이 출전하는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게임을 보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었다. 그 후로도 지휘자 정명훈의 명성은 유럽 전역을 울렸다. 몇 년 전 한국의 창작 오페라를 공연하러 파리에 간 적이 있는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지휘자인 정명훈 얼굴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아니, 파리에 지휘자가 정명훈 밖에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명훈이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로 자연스럽게 옮겨 간 것은 일곱 살 때 미국 시애틀로 이민 가자마자 만난 제이콥슨 선생님 덕이었다. 즉흥으로 쳐 보인 멜로디를 똑같이 재현해 내는 정명훈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은 “피아노 연주자만이 아닌 훌륭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면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여러 악기를 다뤄 보게 하면서 곡 전체를 이해시킨 그 교육이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를 오가는 ‘음악가 정명훈’을 탄생시킨 것이다. 오는 3월 3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독주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아 협연한다니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모습을 다시 볼 생각에 기대된다.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은 서울시향의 공연이 연초부터 화제다. 세계적인 지휘자가 우리 동네에 찾아왔다는 것,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은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으리라. ‘정명훈 신드롬’이 우리 클래식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폭제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
  • 200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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