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클리닉|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 대범하게 키우기

지난 6월 한 육군 부대에서 총기 난사사건을 벌인 김 일병의 범행 동기 중 내성적인 성격도 한 요인으로 꼽혀 화제가 됐다. 그가 정말 내성적인 성격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부모들은 대개 자신의 자녀를 대범하고 적극적으로 키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엄마 손에 이끌려 우리 병원을 찾은 초등학교 4학년 석이, 잔뜩 주눅이 든 표정에 말소리도 들릴락 말락 했다. 친구가 없는 데다 툭하면 아이들에게 자기 물건을 뺏긴다고 했다. 석이 엄마는 아이가 내성적인 자신을 닮은 것이 너무 싫어 소심한 행동을 보일 때마다 몹시 화를 냈다고 했다.

자녀의 성격은 부모 성격을 따라간다. 부모가 활발하고 사교적이라면 아이도 그 유전자를 이어받았을 것이고, 부모의 태도나 행동을 본받으며 성장하니 자연히 부모와 비슷한 성격을 갖게 된다. 소심하고 비사교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내 아이가 소심하고 내성적인 게 불만이라면 우선 부모 자신부터 들여다보면서 나부터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인간이 소심하고 비사교적이 되는 이유는 타인이 나를 잘 받아들여 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의 기본은 대부분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지나치게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비난이나 강요를 많이 받았거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거나, 둘 다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심한 아이 때문에 고민이라면 혹시 내가 아이를 그렇게 대하고 있지 않은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나친 간섭과 비난 속에 자란 아이는 남들로부터 거부당할 것이라고 지레짐작, 주눅이 든 채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한다. 내 아이 성격을 바꿔 주고 싶다면 우선 아이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

아이 기를 살려 준다며 전혀 통제를 가하지 말고 키우라는 뜻은 아니다.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은 있어야 한다. 대신 규칙을 너무 많이 만들지 말고, 몇 가지 규칙만 준수하면 나머지는 좀 봐주라는 뜻이다.

부모 태도가 바뀌면 아이는 처음엔 ‘정말 잘해 줄 것인가’ 하는 의혹에 눈치 보며 쭈뼛거리다 그 다음엔 ‘어디까지 봐주나’ 부모를 시험하면서 지나친 자기주장을 할 것이다. 이렇게 부모의 인내심을 시험하다 부모 태도를 신뢰하게 되면 떼를 쓰는 수위도 줄어든다.

간섭하는 부모보다 더 나쁜 것은 무관심한 부모다. 부모가 너무 냉정하거나 바쁘거나 아프거나 부부싸움에 골몰하느라 아이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경우다.

이런 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켜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 볼 때는 얌전하고 모범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 아이의 정서적인 문제는 곪아 있다가 사춘기나 성인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관심과 애정이 더욱 시급하지만 부모들이 문제조차 모르니 주변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석이는 우리 병원에서 놀이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걱정과 수치심을 드러내고 위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비판과 강요만 가하던 엄마를 포함해 세상에 대한 분노를 나와 함께 나누면서 용기를 얻었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 성격이 될 수 있을지 작전 회의도 했다.

석이 엄마 역시 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

내 아이를 대범하고 적극적으로 키우고 싶으면 우선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서너 가지 간단한 규칙을 일관되게 지키게 하되 지나친 간섭은 자제하고, 아이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율성을 주고, 관심과 애정을 부어 주어야 한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란 어려운 주문이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
우리 아이 사회성 체크 리스트

1. 스스로 하려고 노력한다.
2. 어차피 안 될 것이니 노력할 필요 없다.
3. 나는 내가 좋다.
4.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
5.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재미있다.
6. 재미있는 것이 별로 없다.
7. 밝고 명랑하고 자주 웃는다.
8. 사람들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9. “할 수 있어요”,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10.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11. 앞으로 나에겐 좋은 일이 더 많을 것이다.
12. 나는 운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 200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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