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펀치| “더치페이 두 개 주세요”

개그맨들 중에는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사람 자체가 웃음덩어리인 ‘물건’들이 많다. 웃음덩어리들과 만나면 웃음 터질 일밖에 없다. 내가 대본을 쓴 <봉숭아 학당>에서 오서방 역할을 맡았던 오재미와 나는 절친한 친구다. 내가 대본을 쓰고 연습을 시킨 <봉숭아 학당>에서 ‘맹구’ 이창훈과 ‘오서방’ 오재미가 인기를 끌었다. 훈장 역을 맡았던 나는 “대본까지 쓰니 출연료를 올려 달라”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잘린’ 아픈 기억이 있다.

어쨌든 친구인 오재미는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만능 개그맨이다. 특히 모창의 대가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지식 쌓는 일을 게을리 한다는 점이다.

오재미가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한창 잘나가고 있는 내게 오재미가 밥을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갔다. 아무리 친구지만 이제 막 입문한 후배에게 밥을 얻어먹는다는 게 아무래도 찜찜했다.

“야, 재미야! 우리 오늘 먹는 건 더치페이로 하자.”

나의 제안에 오재미는 그렇게 하자면서 큰 소리로 종업원을 불렀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저씨, 여기 더치페이 두 개 주세요.”

난 웃음을 참으며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방송국으로 돌아왔다. 생각할수록 우스웠다. 화장실에 가서도 웃음이 킬킬 새어 내왔다. 마침 화장실에 온 가수 김흥국이 자기도 좀 같이 웃자며 내게 빨리 자초지종을 털어놓으라고 재촉했다.

“아니, 오재미가 말이야. 식당에서 더치페이 하자니까 ‘더치페이 두 개 주세요’ 그러는 거 있지?”

그러자 김흥국은 그게 뭐가 우습느냐는 듯 눈을 멀뚱멀뚱 굴리더니 한술 더 뜨는 것이었다.

“그 자식은 꼭 그렇게 비싼 거만 시킨다니까!”

20년쯤 전의 일이니, 이제 그 친구들도 많이 유식해졌을 것이다. 정말 유식해졌는지 두 친구랑 언제 식당에 가서 더치페이를 시켜 봐야겠다. ■
  • 200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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