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리포트| 로봇과 함께 수업을…

페블즈 모형.
예기치 않은 병이나 사고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수업 방식이 개발됐다. 로봇을 이용한 방식이다.

캐나다 오타와시(市)의 바헤이븐 초등학교 3학년 수업시간. 담임인 킹즈 교사는 자신의 질문에 “저요, 저요” 하며 손을 든 학생들을 돌아보며 “로타나, 너도 이 문제의 답을 알겠지?”라고 물었다. 여느 학교의 수업시간처럼 보이지만 로타나는 지금 교실에 앉아 있는 게 아니다. 얼마 전 골수암 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하고 있는 로타나는 문명이 가져다준 선물을 통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명이 가져다준 선물은 ‘페블즈’라고 불리는 로봇이다. 페블즈의 화면 속에서 로타나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반 친구들과 대화까지 할 수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페블즈 주위로 친구들이 몰려든다. 유치원 시절부터 줄곧 함께 뒹굴었던 친구들인지라 페블즈를 통해 로타나와 열심히 수다를 떠는 것이다. 수업에 다시 들어가면서 로타나의 친구 하나가 이렇게 위로의 말을 던졌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우리가 늘 곁에 있잖아.”

페블즈는 토론토의 벤처기업인 텔보틱스사(社)와 IBM 캐나다가 합작해서 만든 교육보조용 로봇이다. 설계와 초기 개념 구상은 토론토대학과 라이어슨대학이 맡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산학(産學)협동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외형 디자인은 가판대 전문업체인 콤파르사(社)가 주도적으로 참여,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모습의 페블즈가 탄생할 수 있었다. 여기에다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스타인 웨인 그레츠키(아이스하키 선수)와 베이 백화점이 개발기금 모금작업을 전담해 화제를 모았다.

페블즈는 4년 전 시제품이 나온 이후 현실적응 기간을 거친 뒤 지금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의 주요 아동병원, 교육청 등에 배치돼 만성병이나 사고로 학교에 출석할 수 없는 어린이들의 수업 참여를 돕고 있다.

페블즈의 작동 방식은 화상(畵像)회의와 비슷하다. 두 대가 한 세트로, 한 대는 어린이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이나 요양 중인 집에 설치된다. 무선 마이크와 카메라를 통해 전송된 음성 및 영상은 교실에 있는 나머지 한 대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동시에 교실에서 일어나는 상황도 다시 이 어린이에게 중계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린이 환자가 교실에 실제로 앉아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집이나 병원에서 수업에 참여하는 어린이 환자들은 컴퓨터 게임에 쓰이는 것과 유사한 조이스틱과 키패드로 교실에 설치된 로봇 카메라의 각도를 조절하고 줌 기능을 이용, 칠판의 글씨를 읽거나 친구들을 일일이 클로즈업하기도 한다.


병석에 누워 각종 상 휩쓸어

집에서 요양 중인 아이가 페블즈를 통해 교실의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토론토 아동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마이켈 드주라(13세)와 그의 아버지에게 페블즈는 ‘신(神)이 보낸 선물’이다. 아버지 레오 드주라 씨는 “아픈 아이들은 사회적 접촉점을 잃어버리고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로 인해 상실감에 빠지기 쉬운데, 이 로봇이 우리 아이를 그런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 줬다”고 말했다. 3년 전 세 차례에 걸친 척수 종양 수술을 받고 현재까지 특수 제작된 침대에서 요양 중인 마이켈은 페블즈 덕분에 병석에 누워 학교에서 주는 각종 상을 휩쓸기도 했다.

지난해 마이켈이 기술 분야 우등상을 받을 당시 서니뷰 초등학교 측은 페블즈를 시상식이 열리는 체육관으로 이동시켜 마치 마이켈이 직접 그 자리에서 상을 받는 것처럼 모든 상황을 병원으로 전송했다. 마이켈은 “시상식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어서 마치 내가 그 자리에서 직접 상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한 어린이가 페블즈의 도움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텔보틱스사는 “페블즈는 격리된 환경에 처해 있는 어린이들이 평소와 크게 다름없이 급우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제공한다. 그리고 학교와 격리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마음을 심어 줘 퇴원 후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고 페블즈의 장점을 소개했다.

아직까지 페블즈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로봇을 통해 고등학교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캐나다의 고등학교는 대학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기 때문에 아직 고등학교 교실에는 페블즈가 배치되지 못한 것이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페블즈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특히 페블즈가 개발된 캐나다가 미국보다 더욱 열악하다. 정부 보조가 아직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는 32대의 페블즈가 뉴저지주(州) 등 6개 주의 어린이들에게 대여된 반면 캐나다에는 토론토, 오타와, 캘거리 등 3개 도시에서 단 8대가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
  • 200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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