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長壽(장수) 전문가 서울대 의대 朴相哲 교수가 말하는 100세인의 공통점

「규칙」과「절제」와「여유」가 長壽 비결

박상철
1949년 전남 광주 출생. 광주제일고·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체력과학노화연구소 소장.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장. 한국과학기술인연합회 의학회 회장
『사람마다 늙는 속도 달라』

朴相哲(박상철·56) 교수가 장수 전문가로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된 것은 결코 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이라는 직함 때문만은 아니다. 朴교수는 젊은 세포보다 늙은 세포가 오히려 더 강한 면역력을 가졌다는 실험결과를 처음 내놓음으로써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흔히 늙으면 젊을 때보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독성에 대한 사망률도 훨씬 높은 것으로 여겨 왔다. 하지만 朴교수는 그런 사고방식을 뒤집었다.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 높은 강도의 자극을 주었더니 늙은 세포의 면역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젊은 쥐와 늙은 쥐에게 똑같은 독성물질을 투입했는데, 젊은 쥐의 간이 손상되는 정도가 높았다. 2002년 과학 분야의 세계 권위지인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된 朴교수의 이 실험결과는 생명현상에 대한 개념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朴교수의 노화 연구는 실험실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국내 최초로 100세인 조사에 뛰어들어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다녔다. 그 결과 朴교수는 사람마다 늙어 가는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朴교수는 다른 나라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가족관계와 생태 환경 요소까지 총동원해 그 이유를 파고들었다.


해안지방서는 여성, 산간에선 남성

한국 장수인들의 특징
· 남녀 성비 1 대 11
· 모든 야채는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 해안지방은 여성, 산간지방은 남성이 많다

106명의 자손과 함께 결혼 82주년 맞은 이훈요, 김봉금 부부. 저녁 식사 후 마을길 산책을 나섰다. 평생을 하루같이 매일 만 보씩 걷는 것이 이들의 유일한 운동법이다.
이쯤 되면 만나는 이마다 朴교수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100살이 되어도 건강하고 당당하게 사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이에 대한 대답으로 朴교수는 100세 장수인 조사에서 나타난 세 가지 특징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장수인과 장수 지역이 다른 나라와 뚜렷이 비교되는 첫 번째 특징은 장수 지역이 크게 확대 이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장수 지역은 전남 해안지방과 제주도, 충북 괴산, 진천 및 충남 서천 등 먹을거리가 풍부한 해안과 평야지방 등 제한된 지역이었다. 그런데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장수 지역이 경북 예천, 문경, 상주를 비롯해 강원도 등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중심의 중산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는 어떤 특정 지방만을 장수 지역으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우리나라 장수인의 남녀 성비 불균형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100세인의 남녀 성비는 1 대 4 정도인 데 비해 우리나라 100세인의 남녀 성비는 1 대 11로서 격차가 매우 크다.

세 번째 특징은 해안지방과 산간지방에서의 남녀 성비가 뚜렷이 구분된다는 점이다. 즉 전남, 제주를 중심으로 한 해안지방은 여성 장수도가 높으며, 산간지방으로 대표되는 강원도는 남성 장수도가 높게 나타난다.

이 세 가지 특징 속에 우리나라 100세인의 장수비결이 그대로 녹아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장수 지역이 중산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국가의 사회안전시스템이 산간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계층이 노인이다. 노인이 아프면 예전에는 돈 때문에 혹은 노환이라고 여겨 병원을 찾지 않았지만, 요즘엔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부터 찾는다. 또 노인들을 위한 무료진료 프로그램도 잘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우리나라 장수 지역을 확대시킨 일등공신이다.


나물 데쳐 먹는 것도 장수의 비결

朴교수가 직접 만난 100세 장수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아직까지 활동을 한다는 점이었다. 텃밭에서 일을 하거나 또는 동네 행사에 참여하거나 그들은 반드시 움직이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제주도에 사는 100세의 김오생 할머니가 4kg짜리 콩자루를 메고, 시속 4km로 걸어가고 있다.
그럼 여기에 무슨 장수 비결이 녹아 있을까. 朴교수는 이처럼 당연한 요소에서 역설적인 논리를 제시한다. 예전에 전남과 제주도가 전통적인 장수 지역으로 꼽힌 이유는 신선한 해산물 같은 먹을거리가 많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전라도·제주도·강원도·경상도 지역의 100세인 먹을거리는 모두 달랐다. 공통적인 먹을거리라고 해 봤자 된장·간장·고추장 정도로 나타난 것.

문제는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떤 식생활 습관을 갖고 있느냐에 있었다. 지역마다 먹을거리는 달라도 장수인들은 모두 「규칙」과 「절제」, 「여유」라는 세 가지 공통된 식습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수인들은 5분만 식사시간이 늦어도 난리를 낼 정도로 아침·점심·저녁 식사시간이 항상 동일했다(규칙). 또 식사량이 자기 활동량에 맞추어 정해져 있었다(절제). 혹여 손자들이 놀러 와서 오후에 간식이라도 먹었으면 저녁 식사 때는 반드시 그만큼 양을 줄였다. 마지막으로는 아주 천천히 식사를 하는 「여유」로운 식습관을 지녔다는 점이다.

그 밖에 朴교수가 우리나라 100세인 식습관 중 주목한 것은 나물이다. 세계 유명 장수지역의 공통점인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우리나라 장수인들에게는 예외였기 때문이다. 우리 100세인들이 먹는 신선한 야채란 여름의 상추쌈과 된장에 찍어 먹는 풋고추가 고작. 그 외 모든 야채는 반드시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는다. 이렇게 먹으니 조리과정에서 식물 속의 독성이 모두 빠져나가고, 또 영양소 흡수율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게 朴교수의 결론이다.

남녀 성비의 불균형이 높은 두 번째 특징은 「늙는다는 것」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얼마나 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남녀 간의 평균 수명 차이가 필연적이거나 유전적 소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 왜 이토록 큰 남녀 성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朴교수는 가장 비근한 예로 지난 월드컵 때의 길거리 응원을 들었다. 거리에 나와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군중 가운데 나이 많은 아줌마 부대는 볼 수 있었어도 중년 이후의 남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나이가 들어도 일상생활에서의 지위가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남성들은 중년 이후 대외활동이 축소되고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즉,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는 얘기인데, 이것은 세 번째 특징인 해안지방은 여성, 산간지방은 남성 장수인이 많은 데서도 잘 설명된다.


운동을 한다는 것도 공통점

산간지방에서는 자식이 성장하면 분가해서 사는 경우가 많았다. 가진 재산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안지방에서는 늙어서도 자식과 함께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먹고살 만한 형편이 되니 자식들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함께 살았던 것이다. 이것이 남녀 성비의 지역 간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다.

산간지방에서는 노부부끼리만 살다 보니 늙어서도 할아버지가 집안에서의 가장 역할을 유지한다. 또 험한 산속이라 할아버지가 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살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할머니에게는 할아버지가 필요한 존재이고, 늙어서도 금실이 좋다. 이에 반해 해안지방에서는 자식에게 살림을 맡기고 할아버지는 동네 노인정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겉으로는 큰소리를 치며 사는 것 같지만, 점점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바래진다. 그러니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점차 짐스런 존재로 여겨지고, 부부 간의 사이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朴교수의 설명이다.

朴교수가 직접 만난 100세 장수인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아직까지 활동을 한다는 점이었다. 텃밭에서 일을 하거나 또는 동네 행사에 참여하거나 그들은 반드시 움직이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자기가 늙었다는 생각을 고치고, 또 노인을 대하는 사회 관념의 변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 인식의 전환이 곧 최고의 장수 비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최고 장수 전문가는 이 한 마디 말로써 장수 비결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
  • 2005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8

201908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8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