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백세주 성공신화의 주인공 국순당 裵商冕 회장

『나는 체질적으로 휴식을 사치로 생각한다』

裵회장의 꿈은 전 세계에 한국을 대표해 내놓을 수 있는 銘酒(명주) 개발이다. 그 꿈의 실현을 위해 팔순을 넘은 나이에도 裵회장은 각종 문헌을 뒤지고 관련 서적을 찾고 연구하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세 번 낙방

1924년 9월 대구시 외곽 원대리라는 마을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다. 그 아이의 외가댁이었다. 아기가 자라서 소년이 되어 대구보통학교에 진학했을 때 소년은 공부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낙제를 간신히 면할 정도로 꼴찌를 오락가락했다. 공부는 싫었지만, 학교만은 열심히 다녀 보통학교 6년 과정 중에 4년을 개근했다. 몸이 약해 자주 앓아누웠던 소년으로서는 대단한 성과였다.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시험을 치렀지만 세 번 낙방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료요(兩洋)중학교에 무시험으로 입학했다. 결석이 잦아 유급 위기에 처하자 도쿄로 가서 야간 중학교에 편입했다. 이때부터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결핵성 늑막염에 걸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청년은 해방 후 서울로 올라와 영등포에 있는 기계공작소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이번에는 급성 맹장염에 걸려 낙향해야 했다.

이 불운했던 청년이 民族酒(민족주) 시장에서 백세주 성공신화를 이룩한 裵商冕(배상면·81) 국순당 회장이다.

현재 민족주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순당의 1992년 매출액은 20억 원에 불과했다. 정확히 10년 후인 2002년 매출액은 70배 늘어난 1400억 원. 「비약적 성장」이란 수식어를 써도 어색함이 없는 매출액 증가다. 현재 국순당은 주력 품목인 백세주, 젊은이들을 겨냥한 「삼겹살에 메밀 한잔」 등으로 연간 2000억 원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순당은 큰아들 重浩(중호·52)씨가 맡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성공의 중심에는 裵商冕 회장이 있다』는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북대 농예화학과를 졸업한 裵회장이 본격적으로 주류 사업에 뛰어든 때는 1952년이다. 그 이후 50여 년 동안 裵회장은 술독에 빠져 죽을 만큼 평생 술 연구와 양조로 살아왔다. 기린주조장을 경영하면서 기린소주를 개발, 성공을 거뒀던 裵회장은 브랜디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좌절한다. 이후 민족주 개발에 들어간 裵회장은 1982년 생쌀 발효법에 의한 전통술 제조 특허를 취득한다. 1991년 백세주를 내놓으면서 민족주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그럼에도 裵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 나의 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裵회장의 꿈은 전 세계에 한국을 대표해 내놓을 수 있는 銘酒(명주) 개발이다. 그 꿈의 실현을 위해 팔순을 넘은 나이에도 裵회장은 각종 문헌을 뒤지고 관련 서적을 찾고 연구하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책을 통해 만난 스승들
裵회장의 큰아들 중호씨가 운영하는 국순당에서 생산되는 제품들.
裵회장이 성공하기까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스승들은 그가 중학교 진학을 위해 삼수를 하면서도 열심히 읽었던 책 속에 존재한다. 어린 시절부터 놓지 않았던 책 속에서 나폴레옹의 신념, 소크라테스의 이성의 법칙, 노자와 간디의 비폭력 철학, 예수의 봉사와 사랑 등을 배웠다. 결국 그를 성공으로 이끈 스승은 독서였던 것이다.

裵회장은 남의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전통주 제조기술」, 「조선주조사」 등을 저술하고 「백하주를 통해서 본 전통약주의 문헌적 고찰」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일본 히가시니혼(東日本) 하우스의 창업자인 나카무라 이사오(中村功)의 저술을 번역한 책 「마음껏, 살아보자!」를 펴내기도 했다.

나카무라 이사오는 商高(상고) 졸업 학력만으로 일본 내 톱 세일즈맨의 반열에 올랐고, 동료들과 히가시니혼 하우스를 창업해 일본 내 목조 주문주택업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업체로 만들었다.

裵商冕 회장의 기업철학은 나카무라 이사오의 기업철학에 맞닿아 있다.

―나카무라 이사오의 히가시니혼 하우스는 대학의 엘리트 졸업생들을 채용하고 있지 않다고 그의 저술에서 밝히고 있는데 회장님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나 자신도 중학교를 삼수해서 들어간 사람입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반드시 엘리트 출신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나카무라 이사오는 직원들에게 효도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이웃과 사회를 위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직원들에게 명언이나 金言(금언)을 붓글씨로 써서 액자로 만들어 줍니다. 효도를 강조하기 위해서죠』

―아직까지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중酒(주)는 소주라고 봅니다. 회장님께서는 배상면주가나 국순당에서 시판 중인 전통주들이 대중주로 자리 잡게 되리라고 보시는지요.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남쪽과 북쪽의 술 소비 패턴이 달랐어요. 남쪽은 약주와 탁주가 주를 이루었고 북쪽은 소주가 주를 이루었는데, 해방 후 정치 주역이 이북 출신(이승만 대통령 지칭)이었기 때문에 소주를 선호하게 된 겁니다. 현재의 소주는 전국 어디서나 같은 주질로 원료에 따른 다양성이 없어요.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 소주가 생산돼 공존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소주가 대중주로 자리 잡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裵회장은 1993년에 큰아들 중호씨에게 국순당 사장직을 물려주었다. 1996년에는 둘째 永浩(영호·46)씨가 국순당에서 독립, 역시 민족주 회사인 배상면주가를 설립했다. 외동딸인 惠正(혜정·49)씨도 배혜정누룩도가를 설립해 전통주를 만들고 있다. 형제들끼리 전통주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을 경쟁시키다
작은아들 영호씨가 운영하는 배상면주가에서 개발한 전통주들.
―자제분들이 각각 전통주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효율성이 가져올 수 있는 경쟁력 향상이라는 차원에서는 비효율적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둘째 아들 영호가 배상면주가를 설립해 독립해 나갈 때 내가 큰아들 중호와 영호 앞에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경쟁 없는 기업은 발전이 없다. 선의의 경쟁으로 부디 업계의 큰 기둥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이죠. 내 세 자녀들의 회사는 한 뿌리에서 나온 동반자이지만 경쟁자로서 더 나은 약주 개발을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결과는 민족주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쟁은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부모로서 자제분들의 경쟁이 지나치다고 생각될 때는 없습니까.

『지나치다고 생각할 때도 있죠. 서로 자신의 장점을 살린 제품의 품질이 차별화가 돼 있으니까 판매는 같이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잘 먹히지 않아요. 그렇지만 경쟁을 하면서 마찰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의 활력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내 아들 딸들이 50~60대가 돼서 다음 세대를 생각하게 될 때는 비효율적인 경쟁은 지양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裵商冕 회장은 ▲正道(정도)경영 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고객만족경영을 실현한다 ▲전년도 稅額(세액)보다 항상 높게 설정한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한다 ▲불경기에도 팔리는 제품을 만든다 ▲정보교환을 위해 솔선수범한다 등 기업경영의 열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회장님께서 제시한 기업경영 10원칙 중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입니까.

『첫째는 정직입니다. 제가 말하는 정직이란 소비자에게 평가받는 제품의 원가를 줄이기 위해 값싼 원료를 쓰는 등의 술수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은행빚을 무서워하여 빚을 지지 말아야 하고, 탈세하지 말며 사회와 국가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지 항상 반성해야 합니다』

裵회장에게 마지막으로 취미가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체질적으로 휴식이라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에는 자신이 좋아서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휴식보다 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裵회장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
  • 200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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