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현지 인터뷰 | 尹洪根 제너시스 회장

『스페인은 시작… BBQ로 세계를 제패하겠다』

마드리드에 퍼진 양념치킨 냄새

지난 6월7일 오후 8시(한국시각 8일 오전3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초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날씨인데도 서쪽 알코르콘 지역의 한 동네는 잔치 구경 나온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이날 잔치는 바로 한국의 토종 치킨 브랜드 BBQ가 스페인에 상륙하면서 벌인 개점 행사였다.

매장 앞은 색색의 풍선으로 장식돼 있었고, BBQ 로고가 담긴 빨간 간판에는 스페인 말로 텔레 포조(tele-pollo, 배달 닭이라는 뜻)라고 쓰여 있었다. 전화하면 치킨을 배달해 준다는 뜻이다. BBQ의 스페인어 발음은 「베베쿠」.

BBQ로 유명한 국내 최대의 프랜차이즈 기업 (주)제너시스가 이날 마드리드에 1·2호 직영점을 동시에 열고 스페인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스페인은 물론 유럽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 그런 의미에서 BBQ의 스페인 개점 행사는 더더욱 뜻 깊었다.

귀빈들과 함께 스페인 1호점의 테이프 커팅을 한 (주)제너시스의 尹洪根(윤홍근·50) 회장은 『한국의 치킨 맛을 스페인에 알리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치킨 브랜드 BBQ는 스페인에 이어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에 5만 개 매장을 내는 세계 최대의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이날 매장에서는 BBQ 치킨을 즉석에서 구워 행사 참석자는 물론 인근 주민들에게도 마음껏 맛볼 수 있도록 대접했다. 갖가지 양념의 치킨 냄새가 온 동네에 퍼지자 지나가던 주민들이 발길을 멈췄다. 한 스페인 주민은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면서 약간 매운 맛이 느껴지는 게 고소하고 맛있다』고 시식 소감을 밝혔다.


스페인에 진출한 이유

개점 행사를 가진 마드리드 서쪽 알코르콘 지역의 1호점은 약 64평 규모. 한국의 BBQ 점포에 비하면 큰 편이다. 이 매장은 내점 고객과 배달 고객을 각각 절반씩 겨냥해 만들었다. 반면 마드리드 남동쪽의 주택가 바제카스 지역에 자리 잡은 2호점은 약 17평 크기로, 배달 고객을 위주로 하는 한국식의 소규모 주택가 점포다.

BBQ가 스페인에 진출한 것은 우연히 이뤄진 것도, 갑작스럽게 성사된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치킨 브랜드인 BBQ에 대해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 마스터 프랜차이즈 제휴가 여러 건 들어왔다. 하지만 꼼꼼하게 시장 조사를 하고 사전 준비 작업을 치밀하게 한 끝에 본사가 직접 스페인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유망하다고 결정했다.

여러 유럽 국가 가운데 스페인이 한국과 음식 문화가 비슷하고 배달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등 BBQ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영업 환경이 마련돼 있기 때문.

BBQ가 해외에 진출한 것은 2003년 10월 중국 상하이에 이어 이번 스페인이 두 번째다. 두 번째 해외 진출 국가로 멀리 유럽 땅에 있는 스페인을 선택한 데는 치밀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1년에 닭을 열 마리쯤 먹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은 1인당 연간 닭소비량이 서른세 마리나 되지요. 치킨 시장이 넓고, 우리와 음식 문화도 비슷해 승산이 있어요』

스페인에는 전국적으로 전기통닭구이가 널리 퍼져 있다. 전기통닭구이란 오븐 안에 닭고기를 넣고 일정 시간 이상 돌려서 껍질이 바삭바삭하도록 기름기를 쏙 뺀 닭요리다.

BBQ 제품은 이와 다르다. 매콤달콤한 양념치킨이며 통다리 바비큐, 야채 치킨 등 한국과 비슷한 다양한 메뉴로 스페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가격은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닭 한 마리 분량의 미디엄 사이즈가 9~9.5유로(약 1만1000원~1만 2000원), 3~4인 분량의 빅 사이즈가 13~14유로(약 1만 6000원~1만 7000원)이다. 스페인에서 널리 팔리는 전기통닭구이보다 두 배 비싼 값이고,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의 치킨에 비하면 5% 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제너시스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였다. 1995년 윤홍근 회장이 창업한 BBQ는 4년 만에 1000개 점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이런 속도라면 국내 시장이 곧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판단해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검토한 것이다.

제너시스는 2003년 상반기, 전문가를 채용하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본사에서 시장 조사도 했고, 스페인 현지 회사에도 의뢰해 여러 차례 가능성을 타진했다. 2003년 8월에는 윤홍근 회장이 직접 임원과 담당 직원들을 데리고 스페인을 방문해 사업성을 따져 봤다. 2004년 1월에는 현지에서 시식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어 냈다.

제너시스는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스페인 최대의 닭고기 업체인 사다(Sada)로부터 닭을 공급받는다. 오는 8월부터는 가맹점을 모집해 9월경부터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식 오픈은 이번에 했지만 사실 스페인의 두 직영점 가운데 2호점은 벌써 한 달 반 전에 문을 열고 시장 상황을 점검해 왔다. 당초 본사가 세운 목표는 1일 매출 400유로(약 49만 원). 현재 이 점포는 매출이 가장 떨어지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500~600유로(약 61만~73만 원)의 영업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BBQ 시스템이 스페인에서도 승산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7만~8만 유로(약 8500만~9800만 원)의 적은 투자로 주택가에 소규모 점포를 내고 배달 위주로 영업하는 한국식 BBQ 시스템이 스페인에도 그대로 통용됨을 확인한 것이다.

윤홍근 회장은 『가맹 사업을 시작해 봐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3년 내 200~300개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BBQ는 프랜차이즈라는 무형의 자산을 수출해서 올해부터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첫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이 될 것입니다. 올해는 우리 회사에도, 또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에도 무척 뜻 깊은 해이지요』

윤홍근 회장의 다부진 시선과 포부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윤홍근 회장의 꿈은 스페인을 발판 삼아 유럽과 南美(남미)를 석권하고 2020년에 전 세계에 매장 5만 개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프랜차이즈 회사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남들은 꿈이 커서 황당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꿈이 꼭 이루어질 것으로 믿고 하루하루 도전하는 삶을 산다』고 자부했다. ■
尹洪根 회장은?

국내 최대의 프랜차이즈 그룹 제너시스의 윤홍근 회장은 결단력이 빠르고 통이 큰 인물로 유명하다.

윤 회장의 화통함은 2003년 말 전국을 강타한 조류독감 사태 때, 잘 나타났다. 조류독감 사태로 닭고기 값이 폭락하고 수요가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자, 닭고기 관련 업자들과 함께 농림부 장관을 면담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만일 조리한 닭을 먹고 조류독감에 걸리면 100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해 관련자들을 놀라게 했다. 액수가 너무 많다는 농림부의 권유로 보상금을 20억 원으로 낮추긴 했지만. 아무튼 이 발표 이후, 닭고기 수요는 폭발적으로 다시 늘어났다.

스페인 진출도 사실 스페인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해 보겠다는 윤 회장의 통 큰 야심이 구체화한 케이스다.

닭고기 튀김기름으로 보통 기름보다 6.8배 비싼 올리브유를 쓰게 된 것도 윤 회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튀김기름에 나타나는 트랜스 지방산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안 윤 회장은 트랜스 지방산이 거의 없는 최고급 올리브유로 튀김기름을 바꾸기로 결정, 5월2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세계에서 올리브유를 튀김기름으로 쓰는 업체는 제너시스가 유일하다.

윤홍근 회장은 1955년 전남 순천에서 천석군 집안의 10대 종손으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교육 덕분에 기업체의 사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조선대 무역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윤 회장은 同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박사 과정을 마쳤다. 미원(현재의 대상)그룹에 입사하여 사료영업, 구매 등의 분야에서 일하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창업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미원 산하 (주)마니커가 BBQ 프랜차이즈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윤 회장에게 BBQ를 자영해 보라고 권유했다. 미원은 마니커가 생산하는 생닭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BBQ 브랜드를 윤 회장에게 사내 소사장 제도 형식으로 주어 사업을 시작하게 했던 것. 지금부터 10년 전인 1995년 9월이었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사업은 그의 예상대로 잘됐다. 1998년 미원이 마니커를 정리한 뒤에도 BBQ의 가맹점과 매출은 늘어 갔다. 1999년에는 닭 익는 마을, 2002년에는 U-9을 창업한 데 이어 2004년에는 아찌, BHC, Q’z 등 다른 외식사업을 인수했고, 2005년에는 찹스를 열었다. 가맹점 수는 2005년 5월 말 현재 2800여 개.

제너시스의 성공은 윤 회장의 독특한 리더십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창업 컨설턴트들의 시각이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3∼2004년에 불어닥쳤던 조류독감 사태 등 위기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었던 힘, 국내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과감하게 중국,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도전정신, 직원들을 親族(친족)처럼 여기는 인재관은 윤 회장의 리더십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 200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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