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블루 오션 기업-신도리코| 직원을 가족처럼 공장을 문화시설처럼…

신도리코의 창업자 고(故) 우상기 회장(맨 앞)이 임직원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창업 반세기가 가깝지만 적자를 낸 적이 없는 회사. 1996년 기업공개 후는 물론이고 공개 전에도 배당을 거르지 않은 회사. 차입금은 한 푼도 없고 어음을 발행한 적이 없는 회사. 세금은 칼같이 내는 회사. 직원을 강제 해고한 적이 없고 가족이나 친척처럼 대하는 회사. 공장을 문화시설처럼 우아하게 짓는 회사. 사무직과 기능직의 차별이 없는 회사. 기업주인 회장과 말단 여직원이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농담도 할 수 있는 회사. 당연히 노사분규가 한 번도 없었던 회사. 2004년 말 기준 이 회사의 자산은 6,090억 원, 매출 6,077억 원(수출 3억 9,000만 달러), 부채 720억 원(부채비율 11.8%). 이런 이상적인 회사가 사무기기 전문기업인 신도리코(대표이사 우석형)다. 신도리코는 창업 이래 사무기기, 즉 복사기와 팩시밀리 외길을 걸어온 한국의 대표적인 블루 오션 기업이자 요즘 화두로 등장한 펀 경영(Fun Management)의 원조 회사다.

신도리코를 창업한 가헌(稼軒) 우상기(禹相琦·1919~2002년)는 모범적인 기업인상을 이 사회에 남겨 놓은 대표적인 경영인으로 꼽힌다. 개성에서 유복한 가정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1939년 개성상업학교를 마치고 1950년대까지 직장생활, 무역업 등에 종사하면서 기업의 생리를 익혔다.

일본 신문에 난 복사기 광고를 보고 무릎을 친 그는 1960년 신도교역을 설립, 일본에서 복사기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수입·판매만으로는 부가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리코(RICO) 창업주인 이치무라 기요시(市村淸) 사장을 만나 한국 내 총판매대리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1969년에는 리코와 합작하여 신도리코를 만든다. 이치무라는 마쓰시타전기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아지노모도 창업자와 함께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이치무라는 무명의 한국 기업인 우상기의 솔직함과 신뢰감에 반해 독점 판매권을 주었다고 한다.


신도리코의 역사는 기술 독립의 역사

신도리코의 역사는 기술 독립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적 바탕이 전무한 상태에서 사무기기를 수입·판매만 하다가 합작을 통해 기술을 이전 받고, 다시 기술개발에 매진하여 마침내 일본으로 제품을 역수출하는 개가를 올린 것.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 외국의 유수한 기업과 겨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도 이런 기술개발 투자의 결과다.

가헌 우상기는 1980년대 초부터 전체 직원의 20%를 기술연구소에 배치해 신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기업생존의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선 세계의 기술을 먼저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과학기술재단을 설립, 국내의 많은 과학인재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신도리코는 창사 이래 반세기 가까이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IMF 이후 무차입 경영 기업이 늘고 있지만, 신도리코는 오래전부터 부채비율 20% 안팎을 유지해 왔으며, 1999년부터 완전 무차입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40년 이상을 산업현장에서 살다 간 그의 기업이념은 삼애(三愛)정신에 그대로 녹아 있다. ‘나라를 사랑하고, 직장을 사랑하며, 사람을 사랑한다’는 삼애정신은 기업의 경쟁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강조한 그의 경영철학이었다. 그는 ‘3대 3대 3대 1’ 원칙으로 삼애정신을 구체화했다. 3대 3대 3대 1 원칙이란 기업이 남긴 이익을 10이라 한다면 3은 기업의 영속적 발전을 위해 사내에 유보(留保)하고, 3은 자본을 투자한 주주들에게 배당하며, 3은 이익을 내 준 종업원 몫으로 돌린다. 그리고 1은 기업을 존재케 한 사회로 돌려 공익사업에 쓴다. 그는 이 원칙을 철저하게 실천에 옮겼다.

신도리코는 공장과 사무실을 문화시설처럼 우아하게 짓고 직원을 가족이나 친척처럼 대한다.
당연히 노사분규가 한 번도 없었다.
1978년 신도리코 아산공장을 설계할 때 그는 “공장 같지 않은 공장을 설계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공장에는 100여 평 크기의 갤러리가 있고, 쟁쟁한 우리나라 근대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200석 규모의 극장, 1,000명을 수용하는 국제규격의 농구장, 헬스클럽, 도서실, 의무실, 카페와 노래방, 5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 1,500명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 등이 있다. 본관 건물 가운데 70%가 직원들의 후생과 복지를 위한 공간이다. 직원들의 급여수준은 ‘전 직원의 중산층화’라는 구체적 기준이 있었다.

공익사업을 위해 1973년에 신도리코 장학회를 세웠고 상영재단, 육영재단 등도 만들었다. 창업 이후 단 한 차례도 노사분규가 없었던 것이나 1997년 외환위기 때 인원감축을 하지 않았던 사례도 이 같은 삼애정신의 결실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관점에서 40여 년간 복사기, 팩시밀리, 프린터 등 사무자동화기기의 개발과 생산에만 전념했을 뿐, 다른 분야는 곁눈질하지 않았으며 공장용지가 아닌 땅 매입은 토지가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한 재화라는 이유로 단호히 거부한 것도 우상기의 특징이다.

그가 남긴 기술개발 정신, 성실과 신용을 중시하는 기업가 정신, 선택과 집중으로 경영효율을 극대화한 경영철학은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더욱 돋보인다는 것이 경영전문가들의 평가다. ■
  • 2005년 08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12

2019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