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블루 오션 기업들| Blue Ocean 초록매실, 미샤, 딤채의 성공`사례

경쟁 잊어야 새 시장 보인다

블루 오션 발상으로 만든 골드클래스 CGV.
세계는 지금 블루 오션에 빠져들고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1990년대 중반 공동 주창한 이 전략론은 미국을 거쳐 전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뿌리내리고 있다.

블루 오션 전략은 경쟁자가 우글거리는 붉은 바다(레드 오션)에서 벗어나 경쟁이 없는 새 시장인 푸른 바다를 찾아내면 고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쟁자를 이기면’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된다고 믿어 온 사람들에게 ‘경쟁을 잊어야 새 시장이 보인다’는 명제는 어찌 보면 지동설(地動說)을 최초로 주창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다. 블루 오션을 창출하기 위해선 기존 고객보다는 비(非)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 비고객이란 좁게 보면 우리 상품을 쓰지 않고 다른 회사 것을 쓰는 사람이다. 조금 더 넓히면 우리 업종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업종에서 욕구를 채우는 소비자들이다. 아주 넓게 보면 우리 상품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

비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선 이제껏 반성 없이 그어 온 시장의 경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업종 구분 같은 것은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산업을 예로 들어 보자. 주말 저녁 관객들로 북적대던 강남의 모 영화관이 어느 날부터 한산해졌다면 보통 근처에 새로운 극장이 생겼다고 판단하기 쉽다. 이는 경쟁이 같은 업종, 같은 산업 내에서만 이뤄진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결론이다.

고객들의 시각에서 보라. A영화관을 가지 않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B영화관이 아니라 전혀 다른 대안을 찾는다. 영화관 대신 안락한 의자와 무료 주차장을 갖춘 레스토랑이나 커피숍, 백화점, 전자오락실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비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선 그들이 원하는 ‘안락한 의자’ ‘무료 주차장’ ‘레스토랑이나 커피숍’ ‘오락실’을 가미한 새로운 영화관을 설립하면 된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CJ CGV나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다.

웅진식품의 블루 오션 음료들.
블루 오션 기업들은 이처럼 업종 간 영역을 넘나드는 사고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고 있다. 웅진식품은 외환위기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됐던 1990년대 후반, ‘초록매실’ ‘가을대추’ ‘아침햇살’로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메이저 음료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상대방 제품을 벤치마킹하거나 외국의 히트 상품을 수입하는 데 급급한 때였다. 웅진식품은 기존 음료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대안(alternative)을 찾는 소비자들을 주목했다.

수 개월간의 조사 결과, 이런 사람들은 커피나 콜라 같은 자극적인 음료보다 몸에 좋은 마실 거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집에서 매실 농축액이나 대추 달인 물을 회사에 가져와 마시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 땅에서 나는 매실, 대추, 쌀 등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고 맛도 좋은 음료를 만들면 커피나 콜라를 외면하는 비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만든 것이 초록매실, 가을대추, 아침햇살 등이었다.

결과는 대히트. 초록매실은 출시 8개월 만에 1억 병이 팔렸다. 조운호 웅진식품 사장은 “초록색 병이 모자라서 팔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고할 정도다.

화장품 틈새시장을 개척한 미샤.
국내 화장품 업계에 ‘미샤 돌풍’을 일으킨 에이블 C&C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경우다. 2002년 33억 원, 2003년 130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04년 1,114억 원을 달성했다. 가맹점도 2004년 3월 100호 점, 8월에는 200호 점을 돌파했으며 올해 5월 현재 288개`(해외 15개, 국내 273개)째 매장을 열었다.

미샤의 성공은 화장품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벗어던져 버린 데서 출발했다. 감성에 호소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인식됐던 화장품을 가까이 두고 자주 써야 하는 기능성 제품으로 다시 봤다. 미샤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화장품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용기 및 포장비를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 거품을 뺐다. 레티놀 등 특수제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용기를 플라스틱 소재로 바꿨다. 종이상자 포장도 아예 없앴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가격 부담이 적어졌다. 입소문을 통해 미샤를 알게 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여성 고객들이 매장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김장독 원리를 이용한 김치냉장고.
냉장고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던 김치냉장고 ‘딤채’도 신시장 개척의 좋은 사례다. 1995년 위니아 만도(옛 만도기계)가 딤채를 출시하기 이전까지 가전 3사는 1조 원대의 시장을 놓고 피 튀기는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1995년 냉장고 시장에 뛰어든 위니아 만도는 이들 업체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기능 경쟁에 가세하지 않고 김치냉장고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신시장을 개척한 위니아 만도는 가전 3사와의 경쟁을 피하면서 매년 2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딤채의 성공요인은 기존 냉장고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비고객에 주목한 데 있다. 냉장고의 대안으로 사용됐던 땅속 김장독의 원리를 기존 차량용 공조기술(에어컨, 히터)에 접목시켜 김치냉장고를 개발했다. 보유 기술을 가치 혁신적으로 활용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도 1조 4,000억 원대의 새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경쟁이 없는 시장인 블루 오션은 영원한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매력적인 시장이 열린 만큼 후발주자들이 속속 참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드 오션적인 사고에 빠져 있는 기존 기업들은 블루 오션의 가치를 뒤늦게 파악하기 때문에 한번 개척된 블루 오션은 대개 10∼15년 정도 지속된다는 게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의 설명이다. ■
  • 200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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