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여성 CEO| 스팀 청소기로 매출 500억 기업 만든 주부 한경희 씨

8만 원대 스팀 청소기로 올 한 해 500억 원 매출을 예상하는 중소기업이 있다. 올해 마흔한 살의 아줌마, 한경희 사장이 운영하는 (주)한경희생활과학이 그 주인공이다. 내수경기가 얼어붙은 요즘,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한경희 스팀 청소기 때문에 홈쇼핑의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경희 사장은 “아줌마였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청소 안 하는 여자≫라는 책을 낸 그녀는 실제로 ‘청소 잘하는 여자’였고, 청소를 더 편하게 잘할 궁리를 하다가 공전의 히트를 치는 청소기를 개발했다. 현재 한경희생활과학은 사무직 직원만 50여 명에 이른다.

한경희 사장의 성공을 따라가 보면, 작은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이 인생을 바꾼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한 사장은 기계와는 동떨어진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걸레로 방을 닦을 때마다 무릎이 시큰거리자 서서 걸레질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깔끔한 성격 때문에 걸레를 푹푹 삶아서 사용하던 그녀는 뜨거운 김이 나오는 청소기가 있으면 당장 사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있었다. 그런 제품이 국내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덜컥 자신이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승부욕 덕분이다. 두 아들에게만 관심 있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동안 그녀는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앞가림을 했다. 과외를 한 번도 시켜 주지 않는 부모 때문에 더 악착같이 공부한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영문과를 나온 대학생보다 영어 실력이 더 뛰어났다.

대학 다닐 때 통역과 번역으로 돈을 모았고,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 졸업하자마자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 직원으로 채용됐다. 적막한 스위스가 성에 차지 않았던 그녀는 1년 만에 제2의 도약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MBA 과정을 밟는 동안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며 본토 발음에 가까운 영어를 익히느라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녀는 호텔에서 프런트, 레스토랑, 연회부를 거친 뒤 호텔 객실을 판매하는 영업부에서 일했다. 그 후 유대인이 운영하는 대규모 유통업체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사업 감각을 익혔다.

“현금 거래를 원칙으로 한다. 실력으로 거래한다. 능력 있고 성실한 사람들과 일한다 등의 유대인 상술을 익히며 최고의 영업사원 자리에 올랐죠. 그때 현장에서 갈고 닦은 영업 노하우가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스물세 살에 한국을 떠난 그녀는 서른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방인으로 사는 일이 허망하게 느껴져 고국으로 날아온 그녀는 5급 공무원이 되었다. 아버지의 간청에 따라 효도하는 의미에서 도전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서른세 살에 푸근한 남자와 결혼까지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녀는 주변의 부러움을 살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영어와 불어에 능통한 5급 공무원은 그러나 거기 머물지 않았다.

기술자는 스팀 청소기의 개발기간을 6개월, 자금은 6,00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1999년, 그녀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스팀 청소기 개발에 매달렸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4년간 10억 원의 돈을 들여 제품을 만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했다. 디자인을 새롭게 하고 품질개선을 되풀이해 2004년에 매출 150억 원을 돌파했고, 드디어 올해 매출 5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한경희 사장은 성공 비결을 주변의 믿음으로 꼽았다.

“개발비가 자꾸 더 들어가면서 빚은 쌓여 가고 더 이상 돈을 빌릴 데도 없을 때 시댁과 친정에서 저에게 집 문서를 주셨어요. 남편은 자신의 일을 접고 우리 회사에 와서 저를 도와주었죠.”

제품화에 성공한 후에도 난관은 많았다. 자잘한 결함이 계속 발생해 반품이 이어졌고, 유사품이 여기저기 등장해 판매를 가로챘다. 인터넷 시대에 사이버 홍보전에 신경 쓰지 않아 피해를 보기도 했다. 스팀 청소기의 원조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청소기에 ‘한경희’라는 이름을 달고, 계속 제품의 질을 향상시킨 결과 이제 스팀 청소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꿈을 현실로 옮기다

부자가 된 느낌이 어떠냐고 묻자 한 사장은 “지금도 시장에서 싸구려 티셔츠를 사 입는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결제가 이뤄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가전제품은 마진이 박하잖아요. 부자라는 실감을 전혀 못하고 있어요. 경제적인 자유가 이뤄지면 정신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느끼는 정도죠.”

회사의 경쟁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사장은 이미 무료 공부방 겸 급식소 사업을 시작했다. 백만장자가 되는 것과 불우이웃을 돕는 것이 그녀의 소망이었다. 곧 편모와 미혼모를 위한 직장 보육시설을 개설할 예정이다.

성공의 목전에서 세상을 떠난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의 사랑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현재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산다. 한경희 사장은 두 가지 신제품 아이템이 완성단계에 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해요. 스팀 청소기를 만들면서 기계에 대해 웬만큼 알게 돼 제품 구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스팀 청소기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세계적으로 웰빙 바람이 불면서 해외에서도 카펫을 원목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업체들이 제휴를 요청해 와 OEM으로 스팀 청소기를 납품했으나 이제 ‘한경희 스팀 청소기’ 브랜드로 직접 수출 길에 나섰다.

한경희 사장은 지난 5월 책을 발간하면서 색다른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스팀 청소기 개발에서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미나 형식으로 발표한 것이다.

“저는 꿈을 현실로 옮겼습니다. 세미나에 아줌마들이 많이 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날 참석한 사람은 대부분 남자들이었어요. 앞으로도 자신 있어요. 제가 주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들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그녀는 힘들게 제품을 개발하고 있거나, 험난한 길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전하는 그녀의 메시지다.

“계획을 잘 세우세요. 그러면 나머지는 풀립니다.”■
  • 200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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