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관고 白春鉉 교사의「논술 성공법」

책읽기가 최선의 길… 일반 고교 학급당 학생 수로는 교육 불가능

『교육부가 이제서야 강원도 산골(民史高)로 고개를 돌렸다』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에 민족사관고등학교(교장 李敦熙·이돈희, 이하 민사고)가 있다. 그 일대 덕고산 골짜기에 입시 학원은 단 하나도 없다. 지난 10년간, 대입 전형 방식이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民史高(민사고)는 묵묵히 그들만의 학습을 하고 있다. 2008년부터 논술 시험이 대입 전형의 중요한 요건이 된다 하니 민사고는 오히려 반기는 눈치다.

『교육부가 이제서야 강원도 산골(민사고)로 고개를 돌렸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민사고는 지난 10년간 논술 교육을 해 왔다고 한다. 민사고 논술 지도 담당 교사인 윤리과 白春鉉(백춘현·46) 선생은 『논술 교육은 3~4개월 안에 끝나는 간단한 교육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단기간에 글쓰기 기술만을 가르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논술 교육을 하나의 「매끄러운 글쓰기 교육」이라고 보느냐, 아니면 하나의 「문제 해결 교육」으로 보느냐에 따라 논술 교육 방식은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저는 논술 교육이 학생들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교육입니다』

백 선생이 그의 캐비닛 서랍을 열어 수십 개의 폴더를 꺼냈다. 학생들이 입학 당시부터 지금까지 써 온 모든 글들이 학생별 폴더에 정리되어 있었다. 백 선생이 이 학교 1학년 서 모(17·여) 학생의 폴더를 보여 주었다. 서 모 학생이 입학 당시 쓴 입학 후 포부부터 최근에 쓴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한 에세이까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백 선생은 『학생이 직접 쓴 글이야말로 그 학생 전체의 문제 해결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증거자료』라고 말했다.

『글쓰기 교육이란 건 곧 리더십 교육과 통합니다. 얼마나 창의적으로 문제의 해법을 찾고, 그 해법을 정당화하고,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그 해법을 보여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죠. 매끄러운 표현을 사용하는 측면에 있어 저는 학생들에게 해 주는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표현」의 문제는 학생 스스로 발전시키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기계론적 세계관」수업 청강

민족사관고등학교의 논술 수업시간.
백 선생의 논술 강의는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의 필수 과목이다. 백 선생은 우선 논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10시간 가량 강의한다고 한다. 이 강의에서 백 선생은 구문적 오류, 논리적 오류에 대해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이후에는 백 선생이 만든 논술 교재를 학생들에게 읽힌다고 한다. 백 선생은 『인풋(Input) 없이 아웃풋(Output)은 없다』고 말한다. 글을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교사치고 학생들이 읽어야 할 책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는 정말 책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책을 읽어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책을 읽히고 그 내용을 평가에 반영합니다. 책 한 권을 모두 다 읽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제가 학생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을 원문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핵심적인 내용들이 빠지지 않게 정리했습니다』

학생들은 백 교사가 직접 만든 교재를 읽고 글을 쓴다. 학생들이 쓴 글은 이미 이 수업을 들었던 한 학년 위 선배들이 첨삭한다. 백 선생은 『첨삭지도만으로 논술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틀린 부분에 대한 지적과 확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자신이 쓴 글을 토대로 학생들이 직접 사회자, 패널 역할을 맡아 그 주제에 대해 토론한다. 『형식과 규칙을 갖추고 상대의 말을 들어 줄 수 있는』 토론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백 선생이 교재 내용에 대해 강의한다.

지난 6월7일 백춘현 선생의 연구실에서 「기계론적 세계관」에 관한 강의가 있었다. 강의를 듣는 학생 15명 중 13명이 노트북 컴퓨터로 필기했다. 연구실은 백 선생의 열띤 목소리와 학생들의 타자 소리가 섞여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자아냈다. 국제계열 1학년 황지혜 학생은 백 선생의 강의를 그 자리에서 번역해 노트북 컴퓨터에 영어로 필기했다. 백 선생의 강의 도중 한 남학생은 無線(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선생이 설명하고 있는 개념을 인터넷상에서 찾아 백 선생의 설명과 비교했다. 백 선생은 『강의 수준은 대학 1학년 교양 수업 수준』이라고 말했다. 백 선생은 『학생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런 수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책 읽지 않고 토론 불가능해』

민사고의 논술 교육은 비단 「논술 수업 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嚴世鎔(엄세용·45) 교감은 『논술을 잘하기 위해선 글을 쓰기 직전 단계까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의 지도가 있은 후에, 학생들의 이해가 따라야 하고, 이해가 따르면 그 내용을 학생들끼리 반드시 토론하게 해야 수업 내용이 학생의 것이 됩니다. 이것은 비단 논술 수업 시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에 해당합니다. 수학 수업시간에는 「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수학원리 토론이 이루어지고, 문제를 풀면서 글쓰기 연습을 합니다. 과학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의 지도가 있은 후에, 학생들은 실험을 통해 토론을 하고, 실험보고서를 쓰며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엄 교감은 『책을 읽지 않고 토론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민사고 졸업 요건 중에 독서품이라는 게 있습니다. 3년간 반드시 50+10권의 책을 읽어야 합니다. 국제계열은 50권의 외국서적과 10권의 국내서적, 일반계열은 그 반대입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자신만의 기록이 뒤따라야 비로소 책을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사고가 이런 논술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학생 수가 적기 때문이다. 백춘현 선생은 『전과 달리 지금은 학생 수가 늘어나 직접 첨삭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반 고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35명 선. 엄 교감은 『학생 수가 많고, 교사 수는 작은 일반 고교에서는 민사고와 같은 방식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둘째, 민사고에는 이런 방식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있고, 이런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학생들이 있다. 논술 지도 교사인 백춘현 교사는 국민윤리교육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민사고 교사 66명 중 95% 이상이 석ㆍ박사 출신이다. 학생들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영재들이다. 민사고 李淸(이청) 사무국장은 『입시 학원에서 만들어진 영재를 뽑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교감이 그의 책장에서 논문집 한 권을 꺼내 들었다. 학생들이 선생의 지도 아래 직접 쓴 논문들이었다. 주제는 「한국 자유무역협정의 현재와 미래-이슬(일반계열 인문1)」, 「시대 변화에 따른 여성의식의 변모 양상-이선경(일반계열 인문1)」 등 다채로웠다. 국제계열 학생들은 영어로 「The Economic Policy of Presidential Candidates In 2004:Bush Vs. Kerry(2004년 미국 대선 후보들의 경제 정책)-강민승(국제계열 2)」 등의 논문을 작성했다. 엄 교감은 『스스로 관심분야를 찾아 연구하고 그에 대해 글을 쓰게 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 민사고의 교육 방침』이라고 말한다. 엄 교감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학교 시스템 안에서 통제는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민사고는 하루 6시간의 정규 수업시간 외에 다른 시간은 「IR(Individual Research·개인연구) 시간」이라 하여 학생들 자유에 맡기고 있다. 엄 교감의 말이다.

『논술, 심층면접을 교육 과정 외에 따로 가르쳐야 한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전체 교육 과정 속에 논술, 심층면접 교육이 자연스럽게 포함될 수 있어야 합니다. 민사고는 지난 10년간 그렇게 해 왔습니다』 ■
  • 200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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