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最高價「존 롭」구두의 1등 비밀

호주 광부들이 금덩어리 숨겨 나오도록 특수제작한 구두에서 출발

기성화 중 최고는 870만 원짜리 악어가죽 제품

세계 최고의 명품들만 엄선했다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 그곳에서 1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구두 존 롭(John Lobb)을 만날 수 있었다. 매장 내부는 조금 어두운 듯한 은은한 조명이었다. 매장에 들어서자 제조 공정을 보여 주는 사진 서너 개가 걸려 있었다. 매장에는 구두들과 구둣주걱, 양말, 벨트 같은 각종 액세서리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매장 한 켠에는 고객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작은 테이블도 마련돼 있었다. 매장에서 본 존 롭 구두는 일반적인 고급 구두들이 가볍고 부드러운 것과 달리 군화처럼 무겁고 단단했으며 디자인 또한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존 롭에서는 남성화만 제작한다는 것이 특색이다.

가격은 기성화(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구두)를 기준으로 150만~250만 원 내외. 기성화 중 가장 高價(고가)는 악어가죽 구두로 870만 원이다. 존 롭의 眞髓(진수)는 수제화다. 송아지가죽으로 만들 때는 800만 원대지만 코끼리가죽, 캥거루가죽, 악어가죽 등을 사용하게 되면 더 높아진다. 지금까지 팔린 것 중 최고가는 2000년 영국의 한 대부호에게 팔린 코끼리가죽 구두로 당시 2만 파운드(약 3700만 원)였다. 주문 후 고객에게 배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6개월에서 1년.

구두제작 공정. 전 공정이 수작업이다.
제작 과정도 독특하다. 우리나라에서 수제화를 주문하게 되면 영국이나 홍콩에서 발 사이즈를 재는 기술자가 來韓(내한)한다. 기술자는 고객의 발 길이는 물론 발 높이, 발등의 각도, 발 넓이, 뒤꿈치의 생김새, 체중의 무게중심까지 잰다. 그 후 고객이 원하는 가죽의 종류, 디자인, 색상 등을 모두 선택하도록 한다. 그 다음에는 고객의 발과 완전히 동일한 足形(족형·신발을 만들기 위한 발 모형)을 만들어 본격적인 구두 제작에 들어간다. 구두는 윗부분은 물론 밑창까지도 가죽으로 제작된다. 밑창 가죽 사이에는 변형을 막기 위해 쇠막대를 넣고 다시 가죽을 덧댄다. 때문에 비싸다는 이탈리아製(제) 구두에 비해 무겁고 착용감도 딱딱한 편이다.


국내 단골 고객은 50여 명

이렇게 만들어진 구두는 관리 또한 까다롭다. 밑창 부분까지 순수 가죽이기 때문에 비 오는 날에 신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틀 정도 신은 다음에는 「구두가 쉬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불이나 물로 광을 내는 것 또한 금물이다. 이렇게 관리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다른 구두들보다 좋은 점도 있다. 20만 원 정도의 수선 비용을 지불하면 언제 구입했든 영국 본사로 보내 깨끗하게 수선해 준다는 점이다.

존 롭이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은 2004년 8월. 처음에는 에르메스 매장에서 판매했지만 지금은 독립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존 롭 매장은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과 서울 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 두 곳이다. 매장은 세계적으로도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홍콩 공항면세점,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10개 매장밖에 없다. 전체 매장의 20%가 한국에 있다는 것은 한국 시장이 크기 때문일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월 평균 매출 규모는 15켤레 내외. 금액으로는 1800만 원 정도이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매장이 있는 것은 세계 명품 시장의 최고 고객인 일본과 명품 시장이 점점 커져 가는 중국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존 롭을 국내에 독점판매하고 있는 삼우 앤 파트너스의 權德玹(권덕현) 실장의 설명이다. 권 실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존 롭 매출 가운데 90%가 일본인들의 구매라고 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팔리는 존 롭 구두의 절반이 일본인에게 팔린다. 반면 국내 고객은 지금까지 약 200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 단골 구매자의 수는 50여 명. 유명 기업인과 정치인들이 주 고객이다. 수제화는 한 번도 팔린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벌이라 하더라도 100만 원이 넘는 구두는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수제화처럼 800만 원이 넘는 구두를 어떻게 보는가는 말할 필요도 없죠』

구두 제작자였던 존 롭은 19세기 중엽 돈을 벌러 호주의 금광에 가 있던 중 특이한 구두를 만들게 되었다. 1844년 금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작은 금덩어리를 숨겨 나올 수 있는 특수부츠(뒤축에 빈 공간을 만드는 방식)를 제작한 것. 이 부츠는 광부들 사이에서 유명해져 존 롭은 순식간에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 후 존 롭은 영국으로 귀국, 1850년 런던에 「존 롭 부티크」를 열어 본격적으로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존 롭의 구두가 편하고 튼튼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귀족들이 그의 구두를 찾았고 나중에는 영국 왕실에서도 그의 구두를 신기 시작했다. 사업이 번창하자 1920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매장을 열었다.
신라호텔 아케이드의 존 롭 메장.(오른쪽 이미지)
존 롭은 유명세와 평판 덕분에 대기업이 될 수도 있었으나 匠人(장인)정신을 지킬 수 있는 가문사업을 유지했다. 때문에 지방 중소기업으로 계속 이어졌다. 존 롭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76년 고급가죽제품 업체인 에르메스 그룹에 편입되면서부터다. 존 롭의 상품성을 인정한 에르메스 그룹은 그 기술력과 노하우로 기성화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존 롭을 대신해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 후 존 롭은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고급인 구두로 알려졌다.

현재 존 롭을 즐겨 찾는 사람들은 영국의 정치인들과 유럽의 귀족들, 대재벌,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이다. 더스틴 호프만, 토니 블레어 총리, 윌리엄 왕자 등이 유명하다. 존 롭 본사는 지금도 가족들과 장인들이 순수하게 수제화만을 만들고 있다. 때문에 연간 판매량은 100켤레 정도에 불과하다. ■
  • 200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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