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내고향 시푸드 대표

세계로 수출하는 간장게장

간장게장 하나로 꽃게 전문 기업을 일군 사람이 있다. 주말이면 게장 맛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군산 ‘계곡가든’의 창업자이자 ‘(유)내고향 시푸드’의 김철호 대표(50세)가 그 주인공. 짜지 않으면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 게장을 개발, 국내 최초로 간장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얻은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게장으로 약 9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재미있는 것은 계곡가든은 원래 고기 전문점으로 출발했다는 사실. 수협 직원이었던 그는 10년간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을 미련 없이 박차고 나와 지난 1990년 군산시 개정면 아동리에 계곡가든을 열었다.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독특한 서비스와 메뉴로 승부를 걸자고 작정한 그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야채와 과일로 만든 양념장에 재운 ‘야채돼지갈비’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싱싱한 야채를 구하기 위해 매일 아내 박영옥 씨와 함께 새벽시장에 나갔고, 그중에서도 시골 아주머니들이 직접 길러 가지고 나온 것들만 골랐다. 갈비 3인분을 시키면 게장을 서비스한 것도 차별화 전략 중 하나. 게장은 음식 솜씨 좋기로 소문난 어머니가 담근 것을 공수해 왔다. 그런 노력 덕분에 계곡가든은 오픈 직후부터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입소문이 빨랐던 것은 고기보다 게장이었다. 게장을 맛보기 위해 갈비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어쩌다 게장이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다음에 오겠다며 돌아가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서비스 메뉴의 인기가 주 메뉴를 추월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이변이 일어난 것. 결국 문을 연 지 4년 만에 ‘계곡가든’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둔 채 꽃게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기 전문점으로서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그냥 두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제 고향이 군산 인근 섬인 야미도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어부셨고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이 지역의 수산물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어민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어요. 그걸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요.”





짜지 않고 비리지 않은 간장게장 연구

꽃게 전문점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는 본격적으로 게장에 매달렸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상품화가 어렵다고 판단, 단점들을 보완해 나가기 시작했다. 맛은 있지만 너무 짜고, 시간이 지나면 게의 우윳빛 살이 간장 색으로 변하는가 하면, 살과 게딱지가 높은 염도 때문에 삭아서 분리되는 점 등을 집중 연구했다.

“무엇보다 싱거운 게장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어요. 게는 대표적인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지만 너무 짠 게장은 과도한 염분 섭취에 대한 부담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싱겁게 만들면 금방 상해 버려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가 없고, 암튼 제가 원하는 맛과 향, 보존기간을 모두 맞추기 위해 시행착오를 수없이 거쳤어요. 그 과정에서 폐기처분한 게와 간장의 양도 엄청나죠. 꽃게 1t을 몽땅 쏟아 버린 적도 있어요.”

결국 그는 한약재와 천연원료에서 해답을 찾아냈다. 송진을 사용해 방부효과를 높이는 한편, 여러 가지 한약재들을 첨가해 송진의 쓴맛과 게의 비린 맛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살아 있는 게를 급속 냉동해 보관한 뒤 얼음물에서 해동하는 것도 게살의 탄력을 유지하는 비법 중 하나다.

이처럼 어머니의 손맛에 과학이 더해지면서 계곡가든의 게장은 더욱 유명세를 탔다. 주말이면 자리가 없어 그대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이것이 그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그냥 가게 돼 속상하다고 하면서 집 주소를 적은 쪽지랑 돈을 두고 가는 분들이 종종 있었어요. 집에서라도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포장을 해서 보내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주문량이 많아져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지요. 그래서 1997년에 아예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이때부터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가 1998년에는 게장 업체로는 처음으로 홈쇼핑에도 진출했어요.”

홈쇼핑에서도 계곡가든 꽃게장의 위력은 대단했다. 50분간의 방송시간 동안 무려 1억3000만원어치를 판매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매번 방송 때마다 신기록을 경신한 덕분에 당시 LG홈쇼핑(현 GS홈쇼핑)으로부터 2년 연속 최우수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02년부터는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뛰어들어 현재 45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이 밖에도 유명 호텔, 음식점 80여 곳에도 게장을 공급한다. 해외에서까지 러브콜을 받아 최근에는 미국, 일본에도 진출했다. 국내외 어느 곳에서든 똑같은 맛을 내도록 공장에서 일괄 생산한 완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특징. 주문량이 워낙 많아 계곡가든 옆에 자리 잡은 공장에서는 매주 3t가량의 꽃게를 작업한다.

이쯤 되니, 그 맛이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마침 그의 가장 든든한 사업 파트너인 아내 박영옥 씨가 “한번 맛을 보라”며 게장정식을 내 왔다. 큰 접시를 가득 채운, 알배기 꽃게가 한눈에도 먹음직스럽다. 다진 홍고추, 풋고추, 실파와 통깨를 듬뿍 끼얹은 간장양념은 매콤하면서도 고소했다. 특히 그의 표현대로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짜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도는 양념장은 별미 중의 별미였다. 단점이라면 1인분에 1만7000원이라는 높은 가격. 그 역시 “영양도 풍부하고 맛있는 게장이 비싼 가격 때문에 서민적인 외식 메뉴가 되지 못하는 것이 늘 안타까워 오랫동안 생각해 둔 게 있다”며 게장의 대중화 계획을 밝혔다.

“조만간 1인분에 6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게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실험을 한 끝에 목포에서 나는 민꽃게, 다른 말로 돌게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꽃게보다 크기는 작지만 맛이 가장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어요. 영양 면에서도 꽃게와 견주어 손색이 없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꽃게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일인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꽃게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튀김, 그라탱, 회, 죽 등 꽃게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고,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계곡가든 바로 옆에 꽃게전문 전시관도 짓고 있다. 특히 꽃게 전시관은 오랫동안 꽃게의 생태를 연구해 ‘꽃게 박사’로도 통하는 그가 7년간 준비한 야심작. 세계적으로도 드문 꽃게 전시관의 탄생을 목전에 둔 요즘 “2008년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가맹점을 300개로 늘린다는 계획 아래 올해를 공격적인 마케팅의 원년으로 삼을 작정입니다. 서울에 이미 본부도 마련했어요. 연매출 300억 원 대 진입도 곧 이루어야죠. 무엇보다 ‘수산물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어민들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제 오랜 꿈을 조금씩 이루어 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보람 있고, 뿌듯합니다.”

사진 : 양수열
  • 200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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