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헬기 개발해 세계시장 공략하는 원신스카이텍 한재섭 사장

모르면 물어서갔죠

길이 2.86m, 높이 1.18m, 무게 65㎏.

사람이 타지 않아도 목표지까지 날아가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무인헬기를 개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있다. 경남 김해시 진례면, 진례 농공단지에 자리 잡은 원신스카이텍. 2007년 말 무인헬기 ‘X-콥터’의 상용화에 성공한 이곳은 프랑스, 스위스, 독일, 대만, 중국, 미국 시장을 직접 뚫어 판매 계약을 맺었다. 그 외 시장은 대우인터내셔널과 일본 GTA(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 시장), 리비아 이글 크레스트(리비아) 등에 판매 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우리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산불 진화를 위해 살수 작업을 할 때나 실종자 수색, 정찰, 농약살포 같은 농업용, 바다의 적조 감시, 군사용, 항공 촬영 등 무인헬기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지상에서 150m 이하로 내려올 수 없는 유인 헬리콥터에 비해 무인 헬리콥터는 지상 1m까지 오르내리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특징. 산불 진화 중 헬리콥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지는 사고를 막을 수 있고,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무인헬기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곳은 일본의 야마하, 오스트리아 캠코터 등 몇 개 업체밖에 없다. 이 시장에 원신스카이텍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원신스카이텍을 세운 한재섭 사장은 그러나 항공산업과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원신스카이텍은 그가 부경대 4학년 재학 중 세운 벤처기업.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이 일을 해냈다는 것에 대해 아직도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그의 꿈은 텔레비전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의 ‘순돌이 아빠’처럼 철물점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공부는 싫었지만 손으로 뭔가 만들어 내는 게 좋았고, 모형 항공기 대회나 과학 발명품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아 왔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제대로 공부를 시작한 그는 장학금을 받았고, 바텐더나 사진 촬영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찍이 자립했다. 1998년에는 그동안 모아 둔 돈을 가지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대전엑스포 등 국제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는데, 영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지방대학을 나와 영어도 못하면 어떡하겠느냐’는 생각이 번쩍 들더군요.”

호주에 간 후 6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더니 꿈도 영어로 꾸게 됐다. 진즉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중고등학교 시절 우등생이 됐을 것 같았다. 차차 그곳 생활이 익숙해지자 ‘돈벌이’가 눈에 들어왔다. 호주에서 명함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50만~100만 원 정도이니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게 비쌌다. 한국 인쇄소에 주문 생산해 DHL로 받으면 반값에 팔아도 이윤이 많이 남겠다는 계산이 섰다. 자동차 판매원 등 명함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돌린 후 주문을 받아 6개월에 1억 원을 벌었다. IMF 외환위기로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사람이 많던 시절, 그는 일 년 후 거금을 들고 귀국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일을 벌였다. 레저잡지 기자로 몇 달 일하다 나온 1999년 12월, 회사를 설립한 것. 아직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이었다. 처음에는 주로 항공촬영으로 돈을 벌었다.

“아르바이트로, 기자로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조세현보다 한 컷당 돈을 더 많이 받으려면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랬더니 항공사진밖에 없더군요.”

군복무 시 그는 작전 지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항공촬영을 맡았다. 헬기 문을 열고 몸을 밖으로 내밀어 촬영을 하는 아슬아슬한 일이었다. 이때부터 ‘무인헬기로 촬영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온 터였다. 무인헬기로 촬영하면 안전할 뿐 아니라 광각렌즈로 근접 촬영이 가능해 사진의 심도가 깊고 질이 뛰어나다. 그러나 헬기의 진동과 함께 카메라도 흔들린다는 게 문제였다. 고심을 거듭하던 그의 눈에 자동차에 놓인 CD 체인저가 들어왔다. 어떻게 흔들리는 자동차 안에서 CD가 깨끗한 음질을 들려줄까? 수소문 끝에 유체 뎀퍼(충격완화장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낸 그는 이를 응용, 실리콘으로 카메라를 감싸는 장치를 개발했다. 그 후 STX 그룹, 삼성테스코와 건설회사 등에서 항공촬영을 의뢰, 항공촬영은 요즘도 이 회사의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 노숙하며 판로 개척

그는 수입한 무인헬기를 촬영용으로 개조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무인헬기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우리나라에는 무인헬기 제조에 대한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 별로 없으니 경쟁상대도, 벤치마킹할 상대도 없었다. 대학 교재부터 갖다 놓고 하나하나 공부해 나갔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최신 기술과 관련 업체에 대한 정보도 모았다. 한번 검색을 시작하면 꼬박 밤을 새며 뒤져 결국 관련 자료를 찾아내곤 했다. 그는 어떤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 어디에 팔지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린 후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국 유명대학 출신들에게 먼저 연락했죠. 그런데 하나같이 ‘어디신데요?’라고 묻더니 김해라고 하면 거길 어떻게 가느냐는 반응이었어요. 아니 미국은 가면서 김해에는 못 오느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산에 살면서 출퇴근할 사람을 찾기로 마음을 돌린 그는 직접 헤드 헌팅에 나섰다. 일부러 밤 10시에 전화해 “지금 면접 볼 수 있겠느냐?”며 집 앞까지 찾아갔다. 달맞이 고개로 함께 가 자신이 이제까지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이 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중소 벤처기업이 앞길을 헤쳐 나가려면 일하는 사람들끼리의 궁합, 근성이 실력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계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메카트로닉스 전공자들이 이렇게 모였다. 헬기를 만들어 본 사람은 없으니 무인헬기에 대한 공부를 새로 시작하면서 필요한 기술들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두려움도 있지만 새로운 길을 열어 간다는 자부심 하나로 뭉쳤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알게 된 전문가들에게 끈질기게 이메일을 보내며 협조를 구했다. 기술제휴를 제안하기 위해 일본 야마하를 찾아가기도 했다. 2003년 작은 몸체에 비해 많은 무게를 탑재할 수 있는 동축반전형 헬기를 개발해 미국 차세대국방연구소(DARPA)에 납품한 것도 “모르는 길은 물어서 가면 된다”는 그의 겁 없는 도전 자세 덕이었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기술신용보증기금, 부산테크노파크 동의대 등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세계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X-콥터를 개발, 대량생산하기로 한 그는 지난해 X-콥터의 설계가 마무리되자 판로 개척을 위해 유럽으로 날아갔다. 무인헬기는 판매한 다음에도 정비와 부품 교체 등이 중요한데, 세계 각 지역에 지사를 두지 않는 한 그곳 헬기업체와 제휴가 필요해서였다. 직원들과 함께 모텔에서 자거나 역 앞에서 노숙을 하며 관련 업체들을 만나러 다녔고, 프랑스 ‘서베이콥터’ 등이 판매 대행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00년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우리 회사를 진단하기를 반년 안에 망한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해낸 원동력이 뭐냐고 묻자 그는 “절실함”이라고 말한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달리는 절실함이 우리 같은 벤처기업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 김선아
  • 200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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