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21) 차이밍(蔡明) 커바오볼로니 이사장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모토로 성공한 가구 회사

중국은 집을 사면 집주인이 인테리어 업체를 물색해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주방가구, 전등, 문, 바닥재를 직접 고르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는 가구기업, 건자재업체, 시공업체가 무척 많다. 가구와 건자재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시장경쟁이 치열한 대표적인 품목이기 때문에 중국가구업계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백화제방(百花齊放)한 중국가구업계에서 베이징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커바오볼로니(科寶 Boloni)의 차이밍(蔡明) 이사장을 만났다. 전국상공인연합회 가구장식업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커바오볼로니는 가구를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모토로도 유명하다.

커바오볼로니는 중국기업인 커바오와 이탈리아기업 볼로니(Boloni)가 파트너십을 맺어 설립한 중외합자기업이다. 볼로니를 만나기 2년 전인 1999년 주방가구시장에 뛰어든 커바오의 초기목표는 이탈리아 주방가구 수준에 버금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올해로 가구업에 종사한 지 8년째인 차이밍 이사장. 39세, 가구업계의 크리에이티브 CEO로 유명한 그는 인테리어가구기업 CEO보다는 문화예술계 인사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1991년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에서 자동화시스템을 전공한 그는 중국과학원 역학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 개혁개방이 한창이던 그때 연구원이라는 직업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가 어려웠고 체질적으로 안주하는 삶에는 흥미가 없던 그가 선택한 첫 번째 도전은 마대자루 판매였다.

“손으로 짤 필요 없이 간단한 조작만으로 물기를 짜내는 마대자루를 직접 개발했습니다. 중국에서 이 제품으로 발명특허도 받았어요. 마대자루를 팔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100만 위앤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모조품이 나오면서 영업하기가 수월치 않았어요. 1994년부터는 전기설비를 취급했는데 한 해 매출이 1000만 위앤 정도 됐습니다. 매출도 괜찮고 회사도 커졌지만 좀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어 외국유학을 가게 됐어요.”

2년간 미국에서 비즈니스관리를 전공한 후 전열을 가다듬어 1999년부터 주방가구 생산을 시작한 그는 2001년 볼로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욕실가구, 일반가구, 실내인테리어로 사업영역을 꾸준히 넓혀 왔다. 2004년에는 중국 최초로 욕실 풀 옵션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세면대 따로, 욕조 따로 구입해 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욕실 디자인과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방식은 당시 중국에서는 새로운 시도였다.

노키아 중국본부, 스위스 Manz호텔, 두바이 Tamani호텔과 중국 초상은행 인테리어에도 커바오볼로니 제품이 사용됐다. 차이밍 이사장은 CCTV 로비에 있는 180m 길이의 월마운트(wall-mount) 패널공사 시공을 예로 들면서 이 정도 높이의 월마운트 패널 공사를 할 업체는 중국에서 커바오볼로니를 포함해 몇 안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기술력의 표현인지 그의 사무실도 10m 이상 되는 월마운트 패널로 장식돼 있다.

“우리 회사가 인테리어를 하거나 제품을 납품한 곳은 올림픽 기자촌, 올림픽 수영경기장, BMW 3S점 등 많습니다. 양광100 부동산개발기업이 시공한 ‘블로그 공간’ 아파트에도, 완커(萬科)가 개발한 고급 아파트에도 우리 회사 제품이 들어갔지요. 2005년부터는 해외로 가구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어요.”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그는 남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국 최초로 가구 체험관 만들어

“커바오볼로니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가구 체험관을 만들었어요. 상품을 팔기 위한 공간이 아닌 상품을 체험하는 공간을 둔다는 건 당시로서는 꽤 새로운 시도였죠. 아직까지 중국의 마케팅 방법은 상당히 직접적이에요. 내 물건이 이래서 좋으니 사야한다고 강조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저는 말이나 시각적으로 설득하는 것보다는 오감을 활용해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다른 가구기업들도 체험관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제품은 중국 전역 76개 도시에 들어가 있는데 이 중 10개 도시에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과는 아주 만족스러워요.”

커바오볼로니와 다른 가구기업과의 차이점을 물었다.

“다른 기업들은 제품을 팔지만 우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선도한다고 생각해요. 주거문화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죠. 저는 앞으로 제 사업체를 가구나 인테리어만이 아닌 의류까지 확대할 계획이에요. 사람이 생존하는 기본조건인 의식주 중에 ‘의’와 ‘식’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올해 커바오볼로니의 매출액은 약 12억 위앤. 가구기업으로서는 상당히 큰 액수다. 내년에는 매출 16억 위앤이 목표라고 한다.

2005년부터 그는 이탈리아 볼로니뿐만 아니라 독일 인테리어기업인 텔메흐(Tellmach)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중국에서 가장 돈 많기로 유명한 선젼의 최고급 별장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맡기도 했다.

“2001년을 기점으로 커바오볼로니는 단순한 주방가구기업에서 벗어나 가구, 인테리어기업으로 거듭났어요. 우리 회사는 2008년을 기점으로 두 번째 도약을 할 겁니다.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 공항, 순이, 창핑 등지에 고급호텔 네 개를 건설 중인데 네 곳 모두 2008년에 완공됩니다. 또 의류 브랜드 론칭과 홍콩증시 상장도 예정돼 있습니다.”

베이징 인근 다씽과 가오베이디엔의 두 공장을 합쳐 3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그는 직원 사기진작에도 적극적이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본사 건물 사무동에는 들어서는 문부터 ‘수영을 배운다’, ‘독일에 간다’ 등 갖가지 표어가 붙어 있었다. ‘백 일 동안 노력하면 불가능이란 없다’는 경영지침에 따라 직원 각자가 이루고자 하는 백 일짜리 단기목표를 붙여 둔 것이다. 진지하게 자기 일에 몰두하는 회사 분위기는 한눈에 ‘잘 되고 있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

다양한 시도에 망설임이 없는 그의 경영철학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가구분야는 기업이 워낙 많고 시장이 산재해 있다 보니 자칫하면 시장에서 사그라들기가 쉬워요. 마치 윈드서핑을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잘나가다가도 바람 한 번 잘못 타면 물에 빠지지요. 한번 빠졌다가 다시 일어서기가 어디 쉽나요? 그렇다고 넘어지지 않으려고만 애쓰면 남보다 앞서 가기가 어렵죠. 실패하지 않기 위해 신중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매달립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것을 한다는 것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상당히 긴장되는 작업이지만 잘됐을 때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죠.”
글쓴이 김명신님은 현재 KOTRA 베이징무역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런민(人民)대학 경영학 박사과정 중이다.
  • 200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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