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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떠오르는 CEO (20) 안방(安邦)정보컨설팅사 천궁(陣功) 이사장

중국 최초의 민간 컨설팅 업체

요즘 중국만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곳도 드물다.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중국진출 한국기업,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무역업체, 개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유로 중국과 인연을 맺다 보니 ‘중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 정부의 정책과 시장이 어떻게 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국계 중국진출 4만 기업 시대.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나 이미 중국에 입성한 기업들도 입지 선정과 상권 분석을 위해 종종 시장조사를 하게 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면서도 중국의 체제 특성상 정보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고 입수한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이방인에게 경극은 시끄러운 연극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중국인에게는 의미 있는 깨우침으로 다가온다는 뜻의 ‘와이항칸러나오, 네이항칸먼다오(外行看熱鬧, 內行看門道)’란 중국 성어가 있다. ‘중국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라는 화두로 접근할 때 늘 그림자처럼 떠오르는 말이다.

중국 최초의 민간 조사기관인 안방(安邦)의 천궁(陳功) 이사장. 자신을 대기만성형 기업인이라고 소개한 업계 경력 14년의 그를 만났다. 중국 정부기관과 중국투자 외국계 기업을 두루 고객으로 두고 있는 그의 성공신화는 자본금 단돈 1만5000 위앤으로 기업을 설립한 데서 시작한다. 중국의 명문대학인 인민대학 문서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신식산업부(정보산업부)의 전신인 국가전자공업부에서 공무원으로 11년을 근무하다가 쓰퉁(四通)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중국 최초의 상용 금전출납기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10여 년 직장생활과 사업체가 자리잡기까지 걸린 시간을 따지면 대기만성형 기업인이라는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1990년대는 국유기업의 철밥통이 보장되던 시절이었죠. 대기업인 쓰퉁그룹도 당시에는 신생기업에 불과했어요. 사영기업으로 이직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곳에서 저희 팀이 200만 위앤으로 금전출납기를 개발했어요. 당시 우리 팀은 하청 형태로 제품을 개발했는데 한정된 예산으로 비용과 급여를 충당해야 했습니다. 비용충당을 위해 제품을 개발하면서 한편으로는 수익을 내야 했기 때문에 CRT모니터를 팔아 이문을 남기기도 했죠. 쓰퉁에서 제품 개발에, 비즈니스에 2년을 보낸 후 안방을 창업했습니다.”


‘중국의 중산층’ 최초로 분석한 학자

그는 중국 최초로 중국 중산층을 날카롭게 분석한 학자로도 유명하다. 중국의 WTO 가입을 앞두고 그가 쓴 저서인 대전환이라는 의미의 《따저(大轉折)》는 당시 세계경제에 정식으로 편입되는 중국경제를 다각도로 전망한 미래서적으로 주목받았다. 2001년 집필한 정보분석 서적인 《분석과 예술》도 대학에서 강의 참고서적으로 인기가 높다. 현재 그는 중국사회과학원 정보연구소 석사지도교수를 겸하면서 후학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조사 분야로 회사를 창업한 이유를 물었다.

“안방을 설립하던 1993년에 중국의 조사기관은 인민대학 내 서적자료센터와 신화사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정보부 두 곳뿐이었습니다. 인민대학 서적자료센터는 학술자료센터이고 신화사는 대정부 관련 자료가 주를 이루다 보니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보기관이 절실히 필요했죠. 개혁개방 이후 중국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의 중국시장 조사수요가 많을 거라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도 사업 초창기에는 위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처음 회사를 세우고 두 달간 무고객 개점휴업 상태였어요. 창업 멤버 5명이 모여 존폐를 심각하게 고민했죠. 다들 포기하자고 할 때 2주일만 더 뛰어 보고 안되면 접는 것으로 합의를 봤어요. 약속한 2주일의 마지막 날 극적으로 한 회사와 컨설팅 계약을 했는데, 폐업위기에서 구출해 준 은인이자 첫 번째 고객이 바로 홍콩계 부동산 개발사인 씽웬 기업입니다.”

첫 거래를 성사시킨 후 안방은 200~300%의 매출증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다가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1999년 이후에도 줄곧 20~30%의 매출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500대 기업의 상당수를 고객으로 둔 안방은 현대자동차의 컨설팅을 담당하기도 했다. 전체 고객 중 약 20%는 정부기관으로 중국 국무원, 재정부, 인민은행, 과학기술부, 정부기관 산하 정책연구소와도 인연이 깊다. 안방이 매일 발간하는 <매일경제(Economic Daily)>와 <매일금융(Finance Daily)>은 증권, 은행 등 금융권의 필독 일간지다.

컨설팅을 통해 한국기업을 접해 본 경험이 많은 그는 한국 기업인에 대해 “매우 근면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다른 국가 기업인들과 비교해 직업정신이 매우 투철하죠. 문제가 생기면 미국의 경우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지만 한국 기업인들은 모든 문제를 본인이 떠맡아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한편 모든 결정을 주관으로 치닫게 하기도 해요.”

“한국기업 중에서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사업모델을 그대로 중국에 적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문화적 우월의식이라고 할까요? 품질과 가격만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내 눈에 좋아 보여도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매출로 이어집니다. 감성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패션쇼의 옷이 좋다는 것을 알아도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은 따로 있듯이 중국 소비자가 소화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감성과 코드를 존중해야 합니다”라고 뼈 있는 지적을 한다.

한국에 중국관련 시장조사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에 조사법인을 설립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고정적인 파트너십을 맺을 회사를 찾고 있다고 한다. 컨설팅을 통해 수천 여 기업의 미래를 설계해 준 그는 정작 어떤 인생관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회에 대한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중국정부의 정책기조가 성장에서 분배와 형평으로 변화하면서 중국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과 기업윤리가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기업인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위한다기보다는 더 큰 목표를 갖고 끈기 있게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중국의 20대들은 끈기와 인내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듣죠. 한 자녀 정책이 실시된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사회로 진출하면서 이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요.”

비즈니스로 유명한 상하이의 전형적인 사업가 집안 출신이기도 한 그는 인터뷰를 이렇게 맺었다. “저는 기업인으로 불리기보다는 연구원으로 불리는 게 더 좋습니다.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경영보다 연구분석이 사실 더 적성에 맞지요. 연구가 좋아 회사를 차렸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감도 있지만 하루 대부분을 일로 보내다 보니 한편으로는 은퇴가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쉬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정작 일을 떠나서는 못산다고 하자 쑥스러운 듯 웃는다. 현재의 안방을 만든 건 안방 직원들이라며 안방은 유형의 가치보다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답게 직원 하나하나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존중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는 사람의 가치를 아는 기업인이자 인간적으로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현재 KOTRA 베이징무역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런민(人民)대학 경영학 박사과정 중이다.
  •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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