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뮐러 MBT코리아 회장

내 사업의 목적은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승용차로 두 시간 남짓 거리에 자리 잡은 한적한 시골 마을 로크빌. 카우 벨 소리가 알프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이 마을에는 전 직원이 서서 일하는 회사가 있다. 세계적인 기능성 신발 전문 업체 MBT (Masai Barefoot Technology)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 칼 뮐러 씨가 세운 ‘기분컴퍼니’다. 바르게 걷고 바르게 서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 회사에는 의자가 없다. 대신 바닥에 특수 폴리우레탄으로 제작해 탄력이 뛰어나고 부드러운 매트가 깔려 있다. 한국과 스위스에 사업체를 두고 한 달 간격으로 양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칼 뮐러 씨를 서울에서 만났다. 50대 중반의 나이인데도 그는 20대 청년처럼 몸이 곧고 군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탄탄해 보였다.

칼 뮐러 씨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는 ‘기분컴퍼니’의 주력 사업이 될 피로 회복 겸 퇴행성 질환에 좋은 피트니스센터를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 설명했다. 첫 번째는 마이크로 인터벌 트레이닝이 가능한 트레드밀의 개발과 보급이다. 그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기분트레드밀’이 기존 제품과 다른 것은 15초마다 속도와 기울기가 달라지도록 되어 있다는 것. 그는 “인체공학적으로 사람은 오래 걸으면 처음과 달리 자세가 흐트러져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심장에 무리가 와서 피로도가 빨라진다”고 설명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속도와 높이에 변화를 줌으로써 자기도 모르게 느슨해지는 신체 부위의 근육과 신경을 각성하게 하는 원리라고.

“요즘 한국 사람들 파워 워킹 많이 하는데, 같은 속도로 오랫동안 그렇게 걸으면 관절이나 허리에 굉장히 안 좋습니다. 천천히 걷다 빨리 걷다를 반복하고 뛰기도 하는 등 인터벌 트레이닝을 해야 무리도 없고 건강에 좋아요.”

무릎 관절염과 허리 디스크 치료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MBT 신발.
둘째는 걷기 효과의 양과 질을 높여 주는 매트 제작이다. 그는 MBT 신발의 핵심기술을 활용해 특수 폴리우레탄으로 된 매트를 개발했다. 이 매트는 밟으면 진흙처럼 부드럽고 탄력이 있어 발을 편안하게 해준다. 하루 종일 걷거나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도 이 매트 위에서 걷기 운동을 하면 피로가 풀리고, 평소 안 쓰던 미세 근육을 강화시켜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기분매트 위 걷기는 운동 전후 피로 회복에 좋아요. 스위스에서는 무릎 근육이라든가 아킬레스건에 문제가 있는 운동선수들이 애용하고 있죠. 장시간 서서 일하거나 앉아 있는 사람의 자세 교정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의자가 사람의 몸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고 자세를 흐트러지게 하는지는 알고 계시죠?”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이 안 돼 스트레스가 쌓이고 복부비만이 오기 십상이며, 일의 집중도도 떨어진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기분매트를 사용하면 다이어트에도 좋고 집중력도 향상시켜 준다고 자랑했다.

“현재 스위스 프로리그 1위 축구팀 선수들이 이 매트를 이용해 트레이닝을 하고 있고, 스위스 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은행 직원 300명이 의자 대신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부산에 낸 기분센터 1호점에서는 40년 동안 류머티즘에 시달려 온 할머니가 한 달 동안 매트 위를 걷는 트레이닝을 한 결과 가벼운 조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를 봤고요.”

세 번째는 이들 하드웨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다. 그는 걷는 동안 신체 관절을 10분의 1mm까지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 개발했다. 인체공학적 분석을 통해 개개인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트레이닝이 가능하도록 각종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칼 뮐러 씨는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자신이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인데다 MBT 신발을 개발하며 쌓인 노하우와 5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MBT 신발 고객들이 보내온 편지 덕분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제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부터 시작해 몸이 아파 스위스로 돌아가고, 사업에 실패해 신발을 개발하게 된 모든 과정들이 하나님께서 정해 놓은 제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내 인생 전반을 반추하는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만나서 하자”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간단하게 들려줬다.

1952년 스위스 로크빌에서 태어난 그는 취리히 공대 4학년 재학 중이던 1976년 전공 실습 차 한국에 왔다. 가까운 나라를 두고 먼 아시아 국가에 온 것은 6?5 고아로 스위스에 온 절친한 친구 때문이었다고 한다.

“영등포에서 지내며 인근 시장에 자주 놀러 갔는데,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자라서인지 시끌벅적한 풍경이 너무 재미있고 매력적이더군요. 아마도 제 몸에 장사꾼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시장에서 돈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스위스로 돌아간 그는 2년 후인 1979년 어학연수생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서울대 언어교육원에 다니던 중 10?6과 광주민주화운동이 터지고 학교가 문을 닫았다. 스위스로 돌아갈까 고민하다 마침 한국이 시장개방하는 것을 보고 유럽에서 스키와 테니스 용품 등을 가져와 팔기 시작했다.

“장사가 아주 잘되었어요. 나중에는 치즈와 잼을 호텔에 납품하기까지 했죠.”


아픈 몸 치료하다 세계적인 기능성 신발 개발

이 무렵 그는 이화여대에 다니던 고정숙 씨를 만나 첫눈에 반했고, 결혼에 이르렀다. 그리고 얼마 후 가족과 함께 고향인 스위스로 향했다. 과거 축구선수로 뛰다 부상을 입은 아킬레스건과 허리, 무릎 등에 심한 후유증이 나타나서였다.

“고향으로 돌아가 농장을 하며 마약중독자를 위한 재활원을 운영했어요. 당시 스위스에는 마약중독자들이 넘쳐났죠. 거리를 떠도는 중독자들을 데려와 치료하고 일거리를 찾아 줬는데, 역부족이었어요. 그들은 돈이 생기면 다시 마약에 손을 댔어요. 결국 체력과 돈 모두 바닥났죠.”


그가 낳은 2남 2녀와 양자로 들인 아이들 셋까지 그가 책임져야 할 식솔이 9명. 가족들을 어떻게 먹여살릴까 궁리 끝에 만들어 낸 것이 관절염 치료용 기능성 신발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MBT 신발이었다.

“1996년에 연구를 시작해 2000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마사이족이 걷는 방식과 한국에서 맨발로 논바닥을 거닐었을 때 느낀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떠올리며 개발했죠.”

굽이 없는 MBT 신발은 딱딱한 바닥을 걸을 때도 맨발로 대지를 걷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걸을 때 뒤축부터 착지하게 해서 근육이나 관절을 골고루 사용하게 하는 게 특징. 기능성 신발이지만 일반인도 많이 신어 스포츠화와 캐주얼화, 뉴비즈니스화, 샌들, 등산화도 나와 있다.

MBT 신발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출시 이후 매년 두 배씩 매출이 늘어 2006년에는 세계 21개국에서 200만 켤레가 판매됐다. 그는 그러나 급성장 가도에 있던 회사를 2006년 9월 미국 스포츠 기업에 매각했다.

한국 총판과 호주 총판은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MBT 신발의 핵심기술인 중창을 만드는 공장은 여전히 부산에 두고 있다. MBT 매각 후 ‘기분컴퍼니’를 설립한 그는 자신의 수입 중 10%를 꾸준히 투자해 KM(코리아 뮐러 약자)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KM재단은 한국과 스위스는 물론 아프리카, 남미, 러시아, 동유럽 등지의 소외된 계층을 돕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업 목적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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