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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떠오르는 CEO (19) 판스이 SOHO중국유한공사 총재

중국 부동산 개발의 대표 주자

이민족의 지배를 많이 받은 중국 한족들은 태생적으로 땅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중국인들은 성공하고 나면 고향에 집을 산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회귀본능과 땅에 대한 집착이 맞물려 있는 것을 중국인들에게서 자주 목격한다. 사회주의 도입 이후 토지가 국가 소유로 전환하면서 사용료를 내고 삶의 터전을 빌려 쓰는 입장이 됐지만, 등소평 집권 이후 사유재산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자 올 3월 중국정부는 주택과 토지에 대한 개인의 영구적인 소유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와 함께 베이징 올림픽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업종이 부동산 개발. 개막일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국제행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루가 다르게 몸값이 치솟는 베이징 시 부동산 개발의 핵심에 서 있는 SOHO중국유한공사의 판스이(潘石屹) 총재를 만났다. 시공 재료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킨 게 인상적인 그의 사무실은 군데군데 예술사진과 조각품으로 장식돼 있었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깔끔했다.

그는 중국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간쑤성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그런데도 곱게 자란 귀공자의 풍모가 느껴졌다. 그는 중국 CNPC(석유천연가스그룹)의 전신인 중국 석유부에서 근무하다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경제특구 대표지역인 션전, 하이난에서 부동산 개발업을 시작했다.

SOHOxiandaicheng.
부동산 개발로 창업한 이유에 대해 “개혁개방 당시에는 투자할 만한 업종이 많지 않았어요. 무역이 아니면 부동산 개발이었죠. 관시(關係)가 좋은 사람들은 무역을 했지만, 저는 맨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부동산 개발은 돈이 많이 들어 창업초기에 힘들지 않았는가 묻자 “처음에는 직원 2~3명으로 시작했어요. 1992년 사업기반을 베이징으로 옮겨와서 큰 프로젝트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완퉁신세계광장, 중국국제항공빌딩도 저희 회사가 개발했지요. 1995년 SOHO중국회사를 설립했을 때도 직원 6명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내와 동업을 시작했고요.”

그의 아내는 현재 SOHO중국유한공사에서 연석총재를 맡고 있다. 부인과 동업자관계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그는 “아주 좋다”고 말한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가족문화를 이해하게 됐는데, 한국의 남녀관계와 가족문화는 중국과는 매우 다르더군요. 중국은 1949년 신 중국 설립 이후 남녀관계가 평등해졌어요. 평등을 넘어 남자들이 밀리는 역차별이 발생할 정도지요. 제 아내요? 홍콩에서 성장해 외국어에 능숙하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죠. 회사에서 외국과 관련된 업무는 아내가 주로 맡고 저는 국내 업무에 주력합니다. 각자 특기를 살린 셈이죠.”


<상도>의 임상옥에게 감명 받아

별장.
한국 드라마 중 <상도>를 특히 감명 깊게 봤다는 그는 DVD로 먼저 드라마를 보고, 최인호의 원작소설까지 구해 읽었다고 한다. <상도>의 주인공 임상옥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경영철학을 묻자,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 외에 특별한 경영철학은 없다는 게 철학이란다. “사업하면서 누구나 꿈을 크게 갖죠. 하지만 꿈만 바라보며 가면 금세 지치기 쉽습니다. 인생도 사업도 마라톤입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승부수를 두기도 전에 지치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하루하루 첫날이자 마지막 날처럼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상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 경영철학이자 인생철학입니다.”

인생의 전환점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무실이 있는 바로 이 건물 SOHO 현대성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SOHO 현대성을 개발해 42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어요. 그런데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현대성의 사무실을 분양 받은 사람은 3000여 명. 목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이 건물을 분양 받은 사람이나 입주한 사람 모두 돈을 벌었다. 이를 통해 좋은 평판을 얻고 나니 그 뒤로는 부동산 분양을 할 때 광고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는 “<상도>의 임상옥처럼 돈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인심을 얻는 게 더 쓸데가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jianwai SOHO.
사업인생의 전환점이 된 SOHO 현대성을 계기로 2001년 그는 션전 국제 주택과학기술박람회에서 ‘중국 부동산 업계 10대 거물’로 선정됐고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음해인 2002년 그는 아파트, 오피스, 상가를 종합한 지엔와이(建外) SOHO를 세웠다. 지엔와이 SOHO는 2002년 ‘북경의 영향력 있는 10대 건축물’과 ‘10대 베스트셀링 건축물’로 선정된 바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아내 쟝신(張欣)과 함께 장성의 다리 아래에 있는 회사라는 의미의 창청쟈오샤더공사(長城脚下的公司)를 세웠다.

창청쟈오샤는 베이징 시 북부 산자락에 예술작품과 같은 별장을 개발해 현재까지 총 59채의 별장과 클럽하우스를 지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12명의 걸출한 아시아 건축가들이 참여했는데, 이 중 한국 건축가 승효상 씨가 클럽하우스를 설계했다. 잘되면 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원금 손실 우려도 많은 부동산 개발을 하는 그의 투자 성향도 공격적이지 않을까?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저는 매우 보수적이에요. 손에 20원이 있으면 10원만 투자하지요. 복잡하고 까다롭더라도 모든 일을 합법적으로 처리해요. 투자할 때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보는 건 기본이고요, 빚을 지면서 사업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부동산 개발이라는 한 우물만 팔 것이라면서 “유니버설(universal)보다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고, 무엇보다 부동산 개발이 체질에 잘 맞아요”라고 말한다. 그에게 한국인의 관심거리이기도 한 중국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그는 “베이징과 상하이 부동산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커질 겁니다. 공급물량이 많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수요가 부족하죠. 베이징과 상하이의 경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발달했기 때문에 구매수요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른 성의 수도도 앞으로 5~10년 안에 지금과는 차원이 다르게 도시화하면서 부동산시장도 그만큼 커질 거예요”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개발은 참 매력적입니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완성된 작품을 내놓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죠.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분이라고 하면 말이 될까요? 과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기분, 그게 바로 제가 업으로 삼는 이 직업의 매력입니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현재 KOTRA 베이징무역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런민(人民)대학 경영학 박사과정 중이다.
  •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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