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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멍 없는 화분 개발한 하희연 (주)하희연플라워 대표

식물들의 건강한 삶이 제 꿈이죠

이사를 가거나 새로 사무실을 열었을 때 으레 한두 개 들어오는 선물이 화분이다. 식물처럼 건강하고 번성하라는 뜻에서 주는 것이지만 받는 사람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잘 키울 자신은 없고, 남에게 주거나 되팔자니 선물한 이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다. 화분이란 게 싱싱할 때는 보기 좋지만 시들시들 죽고 나면 처치 곤란의 쓰레기로 변하게 마련.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화분 받침에 고인 물이 썩어 모기와 파리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용케 죽이지 않고 키운다 해도 때가 되면 분갈이를 해줘야 해 번거롭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리 화분은 사양한다고 고지하는 사람도 있다.

키우고는 싶지만 관리하기가 까다로워 집안에 화분 들이는 일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물구멍이 없는 화분은 어떨까 싶다. ‘리치쏘일’이라는 천연 항균상토는 화분에 물이 고여도 식물의 뿌리가 썩지 않아 물구멍이 필요 없다고 한다. 상토 영양분이 물과 함께 빠져나갈 염려가 없어 분갈이를 해주지 않아도 식물이 잘 자란다고.

이 천연 항균상토를 개발한 이는 20년 넘게 화훼 외길을 걸어온 하희연 씨. 그를 서울 내곡동에 있는 (주)하희연플라워 화원에서 만났다. 거대한 온실로 이루어진 화원은 3m 가까이 자란 선인장이며 물 토란부터 키 작은 소나무와 동양란까지 온통 식물 천국이었다. 신기한 것은 크건 작건 이 식물들이 자라는 화분에 물구멍이 없다는 사실. 심지어 머그잔과 연필꽂이에서도 화초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천연 항균상토를 사용하면 물구멍이 필요 없기 때문에 컵이나 그릇은 물론 음료수 병에도 식물을 키울 수 있어요. 앞에 보이는 것처럼 방수처리한 청바지에 흙을 담아 가꿀 수도 있고요. 이젠 식물을 자유자재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지요.”

하씨는 2000년 천연 광물질과 팽창질석, 코코피트 등을 섞어 천연 항균상토를 만들었다. 이후 어떤 식물은 되고 안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무려 7년 동안이나 임상 시험을 했다. 그 결과 생장 환경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동양 란과 소나무까지도 잘 자라는 상토를 개발, 지난해 특허를 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와 수출을 준비 중이다. 그는 “싱가포르의 경우 화분 받침에 물이 고여 모기 유충이 생기면 벌금을 내야 하기에 시장 전망이 좋다”고 말했다.

“저희가 개발한 흙에는 여러 가지 광물질이 들어 있어서 공기와 수질 정화는 물론 악취 제거에도 효능이 탁월합니다.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과 한국원적외선협회에서 테스트한 결과 음이온이 분당 816개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당 300~400개의 음이온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광릉수목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죠.”

그는 여상 졸업 후 꽃꽂이를 배우다 1986년부터 15년 동안 서울 시내에서 꽃집을 운영한 화훼 전문가다. 그에게 원예연구소 연구원이나 대학 원예학과 교수도 해내지 못한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느냐고 묻자 간단하게 “식물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오랫동안 식물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식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면서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한다.

“식물도 사람과 똑같이 좋은 물과 흙과 햇빛만 있으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물이 중요한데, 오염된 물을 흡수하면 금세 병이 들고, 병이 들면 온갖 진딧물과 벌레들이 꼬여 시들시들 죽게 되죠. 사람하고 똑같아요.”

화분에 물이 고이면 식물이 죽는 이유를 그는 오염된 물과 흙에서 찾았다. 맑은 물이라도 상토가 나쁘면 고인 물이 썩고, 이 물을 빨아들이는 뿌리 또한 썩어서 식물이 죽는다는 것. 화분에 물이 고여 있어도 썩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연과 똑같은 환경을 화분 안에 만들어 주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숲 속을 누비고 다니던 어느 날, 그의 눈에 맑은 옹달샘이 들어왔다.


옹달샘 보고 물을 맑게 하는 흙 개발

“산속 옹달샘도 고여 있는 물이잖아요. 그런데 왜 썩지 않을까요? 그게 궁금해서 조사해 보니 옹달샘을 감싸고 있는 흙 때문이더군요. 흙 속에 있는 여러 가지 광물질들이 광촉매작용을 일으켜 살균과 항균은 물론 물을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만들어 살아 있게 하는 겁니다. 좋은 약수가 나오는 곳의 공통점도 주변에 광물질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옹달샘 원리를 이용해 만든 상토는 화분 안의 물을 맑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는 “이 인공 상토가 대한민국 원예 교과서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재고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원예업계의 고질적인 시장 풍토도 서서히 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저희는 오래전부터 서울 대형빌딩에 화분을 빌려 준 후 관리까지 맡는 화분대여 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일반 상토를 사용한 화분을 대여했을 때는 보통 30층짜리 빌딩 하나를 관리하는 데 10여 명의 원예사가 필요하지요. 항균상토로 바꾼 지금은 빌딩 전체를 원예사 한 명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화분에서 물이 새어나올 일이 없으니 고급 양탄자가 깔린 곳에서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항균상토는 상추나 고추 등 집안에서 야채를 가꾸는 데도 제격이다. 항균상토에서 자란 야채는 일반 상토에서 자란 것보다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훨씬 좋다고 한다.

물구멍 없이도 식물이 잘 자라는 화분을 개발했다고 하면, “그럼, 화분을 차 안에 둘 수도 있겠네요?”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충고한다.

“식물도 사람과 똑같은 생명체입니다. 폐쇄된 공간이 너무 덥거나 추우면 죽을 수밖에 없죠.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듯 차를 탔다가 내릴 때 화분도 같이 챙겨 내릴 수 있다면 차에 가지고 다녀도 무방합니다.”

꽃꽂이를 하다 화원을 운영하기 시작한 뒤 그는 꺾은 꽃으로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만들지 않는다. 집안이든 사무실이든 사람과 식물이 더불어 사는 환경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 기자가 “이상하게 화원에서는 싱싱하던 화분도 집에만 들여놓으면 시들시들한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인 물과 빛만 잘 공급해 줘도 그렇게 쉽게 죽지 않을 겁니다. 식물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데요. 얼마 전 세미나 참석차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미천 동굴이라는 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참으로 감동적이고 경이롭기 그지없는 풍경을 목격했습니다. 어두운 동굴을 밝히고 있는 알전구 주변에 양치류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었지요.”

사진 : 이창주
  •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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