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18) 중국 원로 사영기업 베이징 진지리에그룹 쟝스제 총재

비행기 타고 가다 사업 아이디어 얻어요

자식 교육에 열을 올리는 건 한국 부모만이 아니다. ‘왕즈청롱 왕뉘펑황(望子成龍 望女成鳳)’이라고, 중국인들도 모두 아들은 용이 되고 딸은 봉황이 되길 바란다. 이들은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위해 거금 쓰기를 아까워하지 않고, 그래서 유학 열풍도 분다.

중국의 유학이민사업에서 새로운 거두로 떠오르고 있는 베이징 진지리에(金吉列)그룹 쟝스제(張世杰, 46세) 총재. 부드러운 인상인데 감각 있는 옷차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1999년 교육이민사업에 뛰어들기에 앞서 1985년부터 줄곧 의류업을 해왔다고 한다. 수도공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그가 1984년, 남성복 시장에 뛰어든 이유를 먼저 들어 봤다.

“공항에서 일하면서 해외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보니 옷차림이 참 다양하더라고요. 의류사업이 유망하겠다고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여성복보다 유행은 덜 타지만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덜 부담스러운 남성복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동쓰(東四)에 옷가게를 열었는데 장사가 잘돼 공장까지 세웠죠. 그때까지 중국에 기업은 온통 국유기업뿐이었습니다. 정부가 1989년 사영기업설립을 허용하자 두 해 뒤인 1991년 기업을 세웠습니다.”

중국 사영기업의 원로 격이라 할 수 있는 진지리에는 1993년 루이링이라는 남성용 와이셔츠 깃 디자인을 발명해 중국 최초로 의류특허를 획득했다. 깃이 접히거나 구겨지는 것을 방지하는 디자인으로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1994년 진지리에 그룹을 세운 후 외국을 드나들던 그는 비행기에서 두 번째 사업 아이템을 찾는다.

“어느 날 미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돌아보니 유학생들이 꽤 많이 타고 있는 거예요. 개혁 개방으로 소득이 늘면서 중국에서도 유학 붐이 막 형성되던 시기였죠. 그런데 제대로 된 유학 서비스 기업이 없었어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 첫 번째는 철밥 통을 보장하던 수도공항을 그만둔 것이고, 두 번째는 유학이민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업을 하려면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관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있는데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발견하면, 그게 바로 돈으로 연결됩니다. 그 점에서 공항이라는 첫 직장은 사람들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장소였습니다. 지금도 저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장소를 좋아합니다. 그곳에서 지금의 유행뿐 아니라 미래까지 볼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만 해도 사영기업은 융자 받기가 어려웠다며 “사업할 때는 너무 조급해하지 않는 것도 수완입니다”라며 껄껄 웃는 그를 보니 북경 토박이 북방인으로서의 기개가 느껴졌다.


의류업에서 유학이민사업으로 업종 늘려

1999년, 진지리에 유학이민기업을 설립한 그는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북경지역에서 진지리에 와이셔츠 한 벌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굴지의 의류 기업으로 성장한 뒤라 ‘진지리에’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유학사업은 빠른 시일 내에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진지리에를 통해 학생들은 주로 미국ㆍ캐나다ㆍ호주 등지로 유학을 떠나고, 한국으로 떠나는 노무자도 많다.

“한국의 교육시장은 서구에 비해 폐쇄적입니다. 서구 대학보다 한국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학생의 중국 유학을 돕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중국 학생들도 한국 유학을 많이 가지요. 한국과 중국은 소득 차가 크면서도 거리상 가까워 한국으로 중국 노무인력을 파견하는 일도 시작했어요. 진지리에는 한국의 고급 인재가 중국에 와서 일하는 데도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중국은 디자인 분야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분야가 상당히 전망이 있죠.”

그는 “중국에서의 현지 경험을 갖춘 전문화된 인력이 한국이나 중국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라고 충고한다. 진지리에는 북경 소비자협회가 선정한 ‘소비자권익보호 우량기업‘ 46개사 중 하나로, 유일하게 북경시 선정 소비자만족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1995년에는 ‘중국 500대 사영기업’에 선정됐다. 그는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현재 중국취업위원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사회 재취업과 불우학생 돕기에도 적극적이다. 전체 직원 중 500명은 해고 노동자 출신. 재취업 기회를 주기 위해 이들을 뽑았다고 한다. 2002년부터는 10억 원 규모의 장학금 계획을 세워 두고 매년 100여 명의 학생과 가장에게 장학금과 생활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의 사업계획에 대해 묻자 “사업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사업체는 저에게 자식 같은 존재입니다. 제게서 나왔지만 이제는 제가 통제하지 못할 만큼 커 버렸어요. 그게 뿌듯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하루하루 치열했던 과거가 그립기도 합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은 IT분야로 일단 잡아 두었습니다. 또 압니까? 이번에도 비행기를 타고 가다 불현듯 아이디어가 찾아올지요”라며 여유 있게 웃는다.

진지리에가 연 유학 설명회.
회사 이름 진지리에(金吉列)의 진(金)은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고 지(吉)는 항상 길한 일만 있으라는 고객에 대한 축원이며 리에(列)는 경쟁에서 첫 번째에 서겠다는 자신감을 뜻한다고 한다. 좋은 뜻만 다 챙겼다며 욕심이 많다고 하자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선문답을 한다. 직원들에게도 학벌보다는 능력을, 능력보다는 업적을, 업적보다는 인품을 강조한다는 그는 전형적인 사업가로서의 현실주의자적 모습과 휴머니스트의 여유를 두루 갖췄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의류 기업에 대해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 의류는 우선 디자인이 좋습니다. 중국 의류는 가공 능력에 비해 디자인 능력이 크게 부족한데, 한국 의류는 이 점을 제대로 갖췄지요. 원단도 고급을 많이 쓰고요.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가격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영업력과 유통망이 부족합니다. 이 점은 원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산 원단은 품질이 우수해서 중국시장에서 분명 경쟁력이 있지만 생각만큼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중국시장에서 자기 제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 의류 기업이 중국에 제대로 진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중국에서 마케팅을 잘하려면 우선 전시회부터 참가하세요. 의류협회가 주관하는 전시회도 좋고, 협회와 공동으로 제품을 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의류생산기업이나 원단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자기 제품을 알리는 게 필요해요. 유통망을 대신 개척해 줄 좋은 중국기업을 찾는 것도 좋고요. 진지리에도 한국 기업과의 합작에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은 저에게도 친숙한 나라입니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현재 KOTRA 베이징무역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런민(人民)대학 경영학 박사과정 중이다.
  •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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