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 | 중국의 떠오르는 CEO (18) 저우화 푸단진스다(復旦金仕達) 회장

운동선수 꿈 접고 금융 소프트웨어의 거목 되다

“어릴 때 꿈은 운동선수였어요. 그런데 중학교 입학하고부터 더 이상 키가 크지 않더라고요.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죠. 대신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중국 최대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 언론의 방문을 환영한다며 필자를 소파로 안내하고 자신은 사무용 의자에 마주 앉았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중국 사람들의 바로 그 모습이다.

중국 금융 전산화 소프트웨어 업계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푸단진스다(復旦金仕達)’의 저우화(周華) 회장. 일찍부터 이공계 분야에 소질을 보인 그는 난징(南京)대학과 청두(成都)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학교를 마치고는 1993년 광둥(廣東)성 선쩐(深玔)으로 내려가 중국 최초의 증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싸이바이(賽百電腦工程公司)’를 설립했다.

“당시 1990년 12월 출범한 선쩐교역소가 초활황이었어요. 회사 설립 때부터 모든 것이 순탄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등록 자본금과 매출액이 몇 배씩 불어났고 패기와 실력을 겸비한 IT 인재들이 곳곳에서 모여들었지요.”

푸단진스다 창립 기념식 날 화이트보드에 기념 사인을 하는 저우화 회장.
회사는 2000년까지도 꾸준히 성장 하고 있었다. 그해 봄, 당시 저우 사장은 회사 설립 초기에 함께 일하다 사직한 옛 직원을 선쩐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와의 만남이 저우 사장에게는 새로운 운명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제가 왜 ‘싸이바이’에서 일하려고 마음먹었었는지 아세요? 사장님의 기술에 반했고 인간됨에 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옆에서 많이 배우고 싶었고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사장님은 여전히 우러러보아야 할 높은 산이었고 저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더라고요. 결국 다른 회사로 옮겼습니다.”

이 직원은 자신의 옛 사장을 원망하거나 넋두리를 늘어놓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저우 사장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었고 추억을 더듬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저우 사장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회사의 기술력과 경영상황은 탄탄했고 직원들에게도 맏형처럼 높은 신망을 받고 있던 터였다.

“저는 모든 일에 솔선수범했고 회사의 아주 작은 일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몸과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이 제가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불만이 커지고 있었죠. 회사가 커진 후에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사소한 일까지 제가 나서다 보니 효율은 오르지 않고 피로감이 쌓여 갔던 겁니다. 그 직원의 말을 듣고 나니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최고경영자는 작은 일 챙기기보다 큰 그림 그려야

이 무렵 동종 업계의 1위 주자는 ‘푸단진스다(復旦金仕達)’였다. 푸단진스다는 명문 푸단(復旦)대 컴퓨터공학 석사 출신 7명이 모여 1995년 설립한 금융 소프트웨어 회사다. 1995년 중국 선물시장에서는 동(銅)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당시 선물거래소의 수동결산시스템으로는 도저히 시장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었다. 푸단진스다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차오즈강(喬志剛) 등 푸단대 출신 엘리트들이 선물결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돌풍을 일으킨 회사다.

7명이 기술 하나로 출발했는데 매출액이 매년 100% 이상 늘어났다. 차오즈강 회장은 발군의 경영 수단도 갖추고 1999년부터 인수합병과 벤처투자 기법을 활용하고 있었다. 당시 신생 중국 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일 만큼 앞서 나갔다.

저우화는 푸단대 출신은 아니었지만 1999년 선쩐에서 차오즈강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기업의 성장통과 피로감을 함께 느끼고 있던 저우화와 동종 업계에서 인수합병 대상이 필요했던 차오즈강은 곧바로 의기투합해 자신들이 이끄는 두 회사를 합병하기로 한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지요. 합병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어요. 싸이바이의 주주들이 반대했던 겁니다. 차오즈강과는 첫 만남이었지만 그에 대한 신뢰가 워낙 커서 중대 결심을 했습니다.”

그의 중대 결심은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자신의 지분 전량을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 시에 있는 화중과기대학(華中科技大學)에 매각하고 푸단진스다의 기술담당 부회장으로 들어갔다. 스스로 ‘오너’ 자리를 박차고 전문 경영인이라는 2인자의 길을 택한 것이다.

“싸이바이의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느냐며 모두들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주변에서 ‘모험이다, 도박이다’하며 말들이 많았죠. 하지만 운명을 맡겨 볼 만한 가치 있는 모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는 2001년부터 푸단진스다에서 일하게 됐고 2년여 만에 새로운 기회가 그를 찾아왔다. 2003년 8월 차오즈강 회장이 상하이 시 정보화위원회 부주임에 발탁되어 푸단진스다를 떠나게 된 것. 차오즈강으로서는 사영기업 CEO에서 정부 고위직으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지만 저우화는 중국 최대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1인자로 등극하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푸단진스다의 회장이 된 저우화는 직원들이 만족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엔지니어 신분일 때는 혼자 만족하면 그만이지만 최고경영자는 기업 전체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하려면 개별적인 문제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기업 전체를 보고 가치창조에 나서야 합니다.”

그가 전망하는 중국 금융 소프트웨어 산업의 앞날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금융업이 2006년 말 대대적인 시장개방을 하면서 금융파생상품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과 IT 소프트웨어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앞으로 모든 금융파생상품은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얼마 되지 않으니 시장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시장 잠재력이 큰 만큼 경쟁 또한 치열한 것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특성이라고 한다.

“중국은 금융업의 발전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관련 IT 기업의 시장진입 문턱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발전이란 측면에서는 문제가 전혀 다릅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2년 98개에 달했던 선물 소프트웨어 기업 수가 2007년 현재 6개로 줄어들었다. 92개가 도태된 것이다.

“IT산업은 부동산처럼 한순간의 폭리 업종이 아닙니다. 지속성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시작된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었지만 살아남은 기업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생존 비결은 물론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이지요.”

푸단진스다는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긴축정책이 본격화된 2003년 이후 더욱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직원 수가 500명을 넘어섰고 중국 전역의 400여 개 금융기관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물거래소 두 곳과 증권거래소도 고객이다.

한국기업과는 2002년 주식회사 코스콤(Koscom)과 접촉한 적이 있어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한국은 금융전산화 서비스 부문의 기술력이 대단합니다. 중국은 한국과 대등한 협력 관계를 가지기보다는 한국의 앞선 기술과 제품을 들여와야 하는 단계입니다. 한국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어 나가려고 합니다.”
글쓴이 박한진님은 KOTRA 중국 파견 근무를 끝내고 8월 1일자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중국의 산업현장에서 기라성 같은 CEO들을 만나 인터뷰를 연재해 주신 박한진 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호부터는 김명신 KOTRA 베이징무역관 과장이 이 코너를 연재합니다.
  • 200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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