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선 아루 베이커리 대표

케이크에 인생을 건 ‘삼순이’

아루 베이커리 김원선(34세) 대표는 제과업계의‘원조 삼순이’로 통한다. 화제 드라마 <내 사랑 김삼순>의 주인공인 파티셰 삼순이처럼 어린 나이에 케이크에 대한 사랑과 열정 하나로 순식간에 제과업계의 샛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케이크 하우스를 연 것은 20대였던 2000년 1월. 한 조각에 4000원씩 하는 고가 케이크였지만 불티나게 팔리면서 1년도 채 안 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서울의 고급 백화점에 입성했다. 현재 백화점 매장들 외에도 직영점 두 군데와 가맹점 다섯 군데를 두고 있는데, 2007년에는 직영점을 더 늘릴 계획이다.

파티셰는 케이크, 쿠키, 파이 등 이스트를 쓰지 않는 제과와 초콜릿, 아이스크림, 사탕 등을 총칭하는 파티스리(patisserie)를 만드는 전문가. 2005년 <내 사랑 김삼순>이 인기를 끌면서 파티셰란 직업에 관심이 모이고, 실제 케이크도 많이 팔려 나갔다고 한다. 드라마가 그의 성공에 일조를 한 셈이다. 그가 케이크를 굽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대학에서 그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장래에 대해 고민하다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고, 우연히 들어간 작고 허름한 케이크 숍에서 맛본 조각 케이크가 그의 삶의 나침반을 돌려놓았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일본 제과학교 중에 최고라는 동경제과학교를 찾아갔어요. 유니폼을 입은 선생님들의 모습이 어찌나 맵시 있던지 기품이 느껴졌죠. 그 모습이 좋아 바로 결심을 했어요.(웃음) 그곳에 들어가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웨딩 케이크 자격시험에도 합격할 정도로 열정을 바쳤죠.”

귀국하자마자 신라호텔 베이커리부에서 7개월 동안 일한 후 바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강남에서나 찾을 수 있던 고급 케이크 하우스 ‘아루 베이커리’를 명동에 열었다. ‘아루’는 일본어로 ‘있다’는 뜻. 케이크는 좋아하지만 많이 먹기는 부담스러운 젊은 층을 겨냥해 조각으로 판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 30평 가까운 매장을 화이트와 베이지로 깔끔하고 심플하게 단장한 후 차와 케이크를 함께 팔았다. 창업 자금은 부모님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해결했다.

“한 조각에 4000원이면 당시로는 충격적으로 비싼 가격이었죠. 어머니까지‘ 내 딸이 만드는 것이라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나 같으면 이 돈 주고 설렁탕 한 그릇 사먹겠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가능성을 믿고 제게 투자해 주신 것이 언제나 감사해요. 그 비싼 케이크를 너도나도 사가는 걸 보고는 무척 신기해하셨죠.”


그가 케이크 하우스를 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하나하나 자신이 개발하고 디자인해 만든 케이크를 사람들에게 맛보이고 싶었기 때문. 온갖 정성을 기울여 만든 케이크에 대해 맛이나 모양이나 자신이 있었기에 값도 당당하게 ‘착하지 않은 가격’에 받았다. 그런데 고객들이 그걸 인정해 주면서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것이다. 예쁜 모양이 먼저 눈을 사로잡고 먹어보니 의외로 달지 않고 산뜻한 맛에 반한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정통 프랑스식 케이크는 달고 무거운 맛인 데 비해, 일본식 케이크는 덜 달아서 동양인의 입맛에 잘 맞습니다. 동경제과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밀가루 고르는 법부터 장식까지 빠짐없이 메모했어요. 만들어 먹어본 뒤에는 그 맛과 느낌, 식감까지 세세히 적어 놓았죠. 그때 필기한 노트가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파티셰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고된 일

사업을 시작한 후 새벽 6시 30분에서 밤 11시 30분까지 하루 16~17시간씩 꼬박 서서 케이크를 만드느라 1년 반 만에 8kg이 빠졌다.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들을 보면 신이 났다.

“파티셰의 일이란 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요.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하는 데다 섬세하게 장식을 하려면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니까요. 케이크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숍을 열지 않았다면 저 역시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그도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파티셰로만 남아있을 수 없게 됐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요즘은 그가 새로운 케이크나 과자를 개발하면 다른 파티셰들이 이를 따라 만든다. 그만큼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 많아졌다. 아직 어린 나이인 그는 그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처음에는 젊은 여자가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싫어하더라고요.”

자신의 가슴속을 열어보면 까맣게 타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정신적으로 많이 강해지기도 했다”면서. 2003년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한창 바쁠 때는 직원들이 집단 파업을 하는 바람에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공장에 갔더니 공장장 혼자 일하고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공장장과 직원 사이 불화 때문에 파업을 했다는 거예요. 할 수 없이 공장장하고 저하고 둘이서 밤을 새워 케이크를 만들며 물량을 댔지요.”

경력자들을 스카우트해 인력 충원을 했지만, 배신감 때문에 사람이 싫어질 정도로 한동안 후유증을 앓기도 했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프리미엄 케이크 하우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그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앞서 나가는 수밖에,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며.

그는 욕심이 많다. 앞으로 ‘아루’뿐만 아니라 관련 브랜드를 더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또 ‘아루’가 대중 브랜드로 자리를 잡게 되면 제과학교를 세워 후학을 양성하는 게 꿈이다. 그 첫걸음으로 소규모의 베이커리 학원도 열 계획이다.

그동안‘노처녀 사업가’란 소리를 듣던 그는 작년에 지인의 소개로 결혼에 골인했다. 현재 임신 8개월째인 그의 머릿속은 벌써부터 출산 후의 활동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 : 지호영
  • 200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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