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은행원, 액세서리 사업으로 성공하다!

오한균 프시케 대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 자리잡은 프시케 사무실 겸 공장 직원들. 앞줄 중앙이 오환균 대표.
〈발리에서 생긴 일〉 하지원,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손태영, 〈슬픔이여 안녕〉 박선영, 〈프라하의 연인〉 전도연, 〈마이 걸〉 이다해의 공통점은? 원석 가공 액세서리 전문점인 ‘프시케’의 액세서리를 하고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것이다.

프시케는 보석에 비해 싸지만 색과 광택이 부족한 원석을 착색이나 코팅 등 가공 과정을 거쳐 액세서리를 만드는 업체로 유명하다. 20~30대 여성들의 패션 트렌드에 맞춰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게 전략. 수작업으로 만든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들로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여성들에게 인기다. 2003년 론칭한 프시케는 3년 만에 전국에 55개 가맹점을 두고, 해외로 진출하는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호주와 멕시코에 이어 지난 2월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해외 교포나 현지인들로부터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져 자연스럽게 해외진출이 이뤄졌다고 한다. 프시케의 성장은 평범한 샐러리맨이 사업가로 변신해 성공한 스토리를 보여 준다. 프시케의 오한균 대표는 대전의 상고를 졸업한 후 21년 동안 은행에서 일했다. 중간에 명예퇴직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지점장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한다.

“2001년 11월 퇴직 당시 제 나이 마흔에 과장이었어요. 대리 승급 시험 때 동기 14명 중 가장 빨리 합격해 승진이 빠른 셈이었지요. 그런데도 일하는 게 즐겁지 않더라고요. 홍콩 상하이은행(HSBC)에 30대 이사가 5명이나 등장하면서 사내(社內)에서는 앞으로 은행권 정년은 마흔다섯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돌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품고 있던 사업가의 꿈을 실현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죠.”

정해진 사업 아이템이 없었던 그는 퇴직 전부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그러다 만난 사람이 액세서리 디자이너 강윤지 씨였다.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한 강 씨는 당시 서울 압구정동에 공방을 차려 놓고 독특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공방 이름이 ‘프시케’였는데, 감각적인 액세서리 전문점으로 이름을 얻고 있었다.

“디자인을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제품들이 굉장히 독창적이고 좋았어요. 기존 액세서리와는 많이 달랐죠. 최고 히트작이 1998년에 만든 헤어밴드인데, 일명 곱창밴드로 불리는 이 제품은 없어서 못 팔았다고 하더군요.

강윤지 씨의 디자인 감각에 수십 년간 은행에서 익힌 자신의 재무·영업 능력이 결합하면 뭔가 일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둘은 의기투합했다. 디자인에만 몰두하며 회사 운영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강윤지 씨가 디자인 실장을 맡기로 하고 ‘프시케’는 오한균 씨의 개인 회사로 다시 출발했다.

2년여 준비 기간을 거쳐 원석 가공 액세서리 전문점을 론칭한 것이 2003년 1월이다. 이후 프시케는 매주 30~40개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액세서리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오 대표는 “우리 같이 작은 회사가 살아남는 길은 값싸고 질 좋으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1주일 단위로 매장의 제품을 업그레이드 했어요. 디자이너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매장에 순회 근무를 하며 고객의 트렌드를 앞서 읽어 나갔습니다. 재고는 제품별 매출 실적을 통해 매달 상위 품목과 하위 품목 순위를 매긴 후 실적이 뛰어난 제품 몇 개만 재출시하는 식으로 관리했습니다.”

덕분에 프시케는 2005년 20명 직원이 4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올해는 순이익 17억 원이 목표다. 오한균 대표는 창업 후 지금까지 밤 10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고, 1년에 사흘 이상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투자기간을 거쳐 ‘프시케’가 제 궤도에 오른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제대로 홍보도 하기 어렵던 시절, 그는 TV 드라마에 출연하는 인기 연예인들이나 잡지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들에게 액세서리 제품을 협찬했다. 독특한 디자인이 연예인 코디네이터들의 눈을 먼저 사로잡았고, 연예인들을 통해 ‘프시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이 걸〉에서 이다해가 하고 나온 호마이카 귀걸이는 특히 히트작이 됐다.

그 후 한류바람을 타면서 해외진출이 이뤄졌다. “한국 연예인들이 하고 나온 액세서리를 나도 가지고 싶다”는 수요가 생기면서 외국에서도 가맹점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LA 멜로즈에 직영 1호점을 오픈하자마자 반응이 폭발적이라 한인 타운과 베버리힐스에도 2, 3호점을 낼 계획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촌인 베버리힐스에는 진주나 루비 등 고가의 보석 제품들로 매장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사업이 다각화하면서 그는 최근 해외수출팀, 백화점팀, 할인마트팀, 로드숍팀 등 직원들을 4개 팀으로 나누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프시케 본사 직원은 디자인팀 7명을 빼고 나면 오 대표까지 13명에 불과하다. 이 작은 조직을 굳이 4개 팀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오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그의 이 경영 철칙은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가맹점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대기업 못지않게 판매와 고객 관리를 과학적, 조직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희 가맹점은 모두 컴퓨터 전산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몇 날 몇 시 어느 매장에서 어떤 제품이 팔렸는지 바로바로 본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객별로 취향이나 구매 패턴을 기록한 고객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어떤 디자인의 제품을 얼마나 만들지 맞춤 생산이 가능합니다. 특정 고객이 좋아할 만한 제품이 출시되면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알려 준다든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액세서리뿐 아니라 토털 패션 브랜드로 키워 나가는 게 오한균 대표의 꿈이다. ■
  • 200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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