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이 대박 났어요”

LG전자 ‘초콜릿 폰’ 디자이너 차강희

지난해 11월 말 출시 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LG전자의 ‘초콜릿 폰’(모델명 LG-SV 590, LG-KV 5900, LG-LP 5900).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10만 대가 이동통신사에 공급되고 하루 평균 3,000대 이상이 팔려 나가면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호평 받아 ‘글로벌 히트 상품’으로 기록될 전망.

‘초콜릿 폰’의 인기 요인으로 가장 많이 주목받는 게 짙은 검정색의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디자인 총책을 맡은 LG전자 MC (Mobile Communication)디자인연구소 차강희 책임연구원(44세). 그는 가전제품 디자인에서 핸드폰 디자인 파트로 옮긴 후 첫 작품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LG전자 디자인 연구소에서 만난 차 연구원은 넉넉한 체구에 긴 곱슬머리로, 성량까지 풍부해 오페라 가수 같아 보였다. 둥근 얼굴에 눈이 작아 ‘찐빵에 손톱자국’이라는 별명도 있단다.

차 연구원은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를 거쳐 1991년부터 LG전자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1997년 휴대용 카세트 ‘아하 프리’로 산업자원부 주최 ‘우수 디자인 상품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20여 년 경력의 가전 디자인 전문가지만 핸드폰 디자인 분야에서는 초보나 다름없었다. 그가 핸드폰을 전담하는 MC디자인 파트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난해 초. 회사 경영진이 “획기적인 디자인의 핸드폰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LG전자의 핸드폰이 삼성전자 제품에 비해 디자인 경쟁에서 밀린다고 판단, 그를 구원투수로 투입한 것이다.


“핸드폰 디자인은 처음이라 오히려 원점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블랙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블랙은 유행을 타지 않는 데다 고급스러움을 대표하는 컬러거든요. 거기에 최고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단순함,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접목시켰습니다.”

그는 기존 핸드폰에서 선(線)과 로고, 장식을 모두 절반으로 줄였다. 최대한 간결하고 깔끔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한 것. 요즘 트렌드인 슬림(slim·얇음)과 심플(simple·단순함)에 최대한 가까워지도록 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불이 꺼져 MP3인지 핸드폰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면 빨간 불이 들어오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도 최대한 얇고 심플하게 가 보자”고 외치는 그의 주장이 최종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난관도 많았다. “핸드폰의 핵심은 결국 기능 아니냐?”는 내부 반대도 만만치 않아 기획팀과 마케팅팀, 임원진을 설득하며 다녀야 했다. 그때까지는 제품 기획이 먼저 이뤄지고, 그 컨셉트에 맞춰 디자인이 따라가는 식이었다. 차 연구원은 ‘디자인 우선’ 전략을 썼다. 자신이 하는 디자인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기술연구소하고만 상의하면서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해 결국 3개월 만에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았다.

‘초콜릿 폰’이란 이름은 마케팅팀에서 지었다. 초콜릿이란 이름은 자신이 생각한 고급스럽고 신비한 이미지보다 발랄하고 캐주얼한 느낌이 강해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마케팅팀의 광고 전략을 들은 후 곧바로 공감했다고 한다. 디자인과 기술, 마케팅의 공동작품으로 LG전자의 대박 폰 ‘초콜릿 폰’이 탄생한 것이다. 초콜릿 폰은 LG전자 싸이언이 내놓은 ‘블랙 라벨’ 시리즈 중 첫 제품이다. 싸이언이 삼성 애니콜에 비해 싼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급형 제품으로 내놓은 것이 ‘블랙 라벨’. 그래서 가격도 50만 원이 넘는다.

차 연구원은 첫 핸드폰 디자인을 내놓자마자 스타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우수 디자인 상품전의 대통령상과 우수 산업디자이너상, 한국 산업디자이너협회 디자인 대상 등을 모두 휩쓸었다. 지난 1월 2일 LG전자 시무식 때 그는 ‘올해의 LG인상’까지 받았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차 연구원은 엉뚱한 꿈 한 가지를 끄집어냈다. 만두를 워낙 좋아해 만두 만드는 솜씨도 수준급이라며 “언젠가 만두 가게를 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당분간 이루어지기 힘들 것 같다. 초콜릿 폰의 후속 제품을 비롯해 블랙 라벨 제품을 계속 선보이느라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블랙 라벨 제품은 이미 시제품이 나와 있고, 세 번째도 기획에 들어간 상태다.

“군더더기 없이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앞으로도 모든 제품에 적용할 생각입니다. 소비자들의 디자인 안목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그들보다 한 발 앞서야 살아남으니 더욱 긴장해야죠(웃음).” ■
  • 2006년 03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