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산층에 라이프스타일을 판다

DIY 가구로 세계 최고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

글 정재연 조선일보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20년 전 미국 버지니아 주에 있는 가구 매장 이케아(IKEA)에 간 적이 있다. 매장 규모나 물건의 다양함이나,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별천지였다. 가구를 직접 차 트렁크에 싣고 와 집에서 하루 종일 조립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우면서도 좀 귀찮았다. 그때 샀던 이케아 ‘빌리’ 책장이 지금도 집에 있다. 하얗고 네모난 깔끔한 디자인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현대적이다. 1978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팔려 나간 ‘빌리’ 책장이 무려 3,200만 개라고 한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전 세계 32개국에 227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데, 하루 110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이케아 매장은 세계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외관은 스웨덴 국기에 등장하는 파랑, 그리고 노랑으로 꾸며져 있다. ‘축구장 5개만 한 크기’의 매장에 7,000여 종류의 가구겮老걋?가득하다. 입구로 들어가면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구불구불 가구와 소품 매장을 다 둘러봐야 계산대를 통과해 출구로 나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카트 안에는 조립용 가구뿐 아니라 옷걸이 등 자질구레한 소품이 가득 담기게 마련이다.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실용적이고, 가격까지 싸니 버틸 수가 없다. 나날이 취향이 비슷해져 가는 글로벌 중산층에 어필하면서 이케아에 대해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엔 이케아의 본고장 스웨덴 스톡홀름 교외에 있는 이케아 매장에 갔다. 이케아는 말 그대로 온 가족이 하루 종일 쇼핑하고 먹고 쉬는 놀이터였다. 애들을 맘 편하게 맡길 놀이방과 쇼핑 중에 쉴 만한 카페테리아가 잘 갖춰져 있었다. 음식도 이케아의 가구처럼 깔끔하고 맛있고 쌌다.


세련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이 생명

이케아는 전 세계 32개국에 227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이케아 매장을 둘러보다 보니 몇천 원 정도의 잡동사니 수납용 박스부터 미니 책상 램프, 고무장갑에까지 그것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이름이 달려 있었다. 매장 여기저기에는 디자이너의 얼굴을 담은 초대형 사진도 줄줄이 걸려 있다. 이케아에서 디자이너의 위치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이케아의 생명은 세련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상주 디자이너는 12명이지만 80여 명에 달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케아의 새로운 모델인 ‘PS 라인’을 내놓을 때는 28명의 디자이너가 달려들어 재활용 우유 포장재 등 특이한 소재를 가지고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디자인 혁신 못지않게 가격 내리기도 화두다. 이케아 베스트셀러 중 ‘클리판’ 소파는 1999년 354달러에서 2006년 202달러로 가격이 떨어졌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전했다. 디자인팀에게 ‘침실용 가구 세트를 130달러 선에 맞추라’는 과제가 떨어지기도 한다. 사실 가장 ‘이케아적인’ 특징은 가구가 조립식이라는 것. 덕분에 배송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이케아의 설립자는 올해 80세가 된 잉그바르 캄프라드. 한때 빌 게이츠보다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IKEA라는 이름은 설립자와 그가 자라난 농장과 마을 이름에서 따 왔다.

캄프라드는 열일곱 살 때인 1943년, 부모님 농장에 있는 오두막에서 펜, 크리스마스카드 같은 자잘한 물건을 팔며 장사를 시작했다. 이제 세계적인 기업이 된 이케아에는 아직도 ‘캄프라드식’ 기업문화가 남아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캄프라드나 회사 임원들은 비행기를 타고 출장 갈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데, 이는 이케아의 ‘실용적이고 청교도적인 뿌리 때문’이라고 한다.

캄프라드가 창업 후 내세운 모토는 ‘만인을 위한 현대 디자인’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디자인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부분은 상당히 ‘스웨덴적’이다.

찬바람 몰아치는 스톡홀름 거리. 초대형 유모차가 줄줄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저 출산 국가인 줄 알았는데 왜 이리 유모차가 많나 싶었다. 가만 보니 거리가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쉽게 디자인되어 있다. 류머티스 환자가 힘 들이지 않고 빵을 썰 수 있게 칼(이케아에서 이를 일반인용으로 재디자인해 팔기도 했다)을 새로 디자인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이케아는 스웨덴 디자인 정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대량생산한 상품을 싸게 공급하면서 이케아는 전 세계인의 취향을 획일화하고 대량 소비를 부추긴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케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문을 열면서 “선착순 50명에게 상품권을 준다”고 하자 한꺼번에 인파가 몰려 16명이 부상하고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생길 정도로 이케아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런던 매장 오프닝에는 한꺼번에 6,000여 명이 몰려들어 경찰이 출동해야 했다. 상하이 이케아 개점일에는 8만 명이 찾았다고 한다. 한번 이케아를 찾은 손님은 평균 85달러(약 8만 2,000원)를 쓰고 간다는데, 이는 모스크바나 홍콩에서도 비슷하다고 한다.

이케아는 북유럽에서 탄생했다는 고유 색깔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가구 모델명에 스웨덴의 마을과 호수 이름을 붙이고, 침대 시트 모델명은 노르웨이에서 자라는 꽃과 식물 이름을 붙이는 식이다. 이케아 매장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는 스웨덴의 대표적 서민음식인 미트볼을 저렴하고 깔끔하게 차려 내며 전 세계인에게 전파하고 있다.

‘글로벌 컬트 브랜드’라는 왕관을 쓰고 있는 이케아가 과연 한국에 올 것인가. 이미 한국인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진 데다 마니아들도 생겨난 만큼 일단 상륙하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
  • 200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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