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내 1위, 2020년 세계 1위가 목표”

2005년‘혁신 경영자상’수상한 박상환 하나투어 사장

박상환 사장의 하나투어는 내국인 해외송출 및 항공권 판매 7년 연속 1위,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 등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여행 전문업체 하나투어의 박상환 사장(49세). 그는 2005년 10월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고경영자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혁신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미국 최대 케이블 방송사인 CNBC 방송이 주관한 이 대회에서 한국인이 수상한 것은 2002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CEO가 뽑은 경영자상’을 수상한 이래 두 번째. 박 사장은 인재정책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업계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나투어는 2005년에 상복이 터졌다. 2005년 8월 여행신문이 조사한 ‘여행사 선호도 조사’에서 1위, 한국능률협회 주관 ‘2005 한국 산업의 브랜드 파워’ 여행사 부문 1위, 브랜드스톡 선정 ‘2005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 5월 하나투어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하나투어는 여행 도매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꼽힌다. 여행 도매시장 점유율 62.8% (2005년 8월), 내국인 해외여행 송출 및 항공권 판매 7년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이어 가고 있다. 2000년엔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됐다. 이 눈부신 기록의 중심에는 박상환 하나투어 사장이 있다. 25년 동안 여행업계에 몸담은 그는 하나투어를 설립하고, 일으켜 세운 선장이자 조타수다.

박 사장은 인터뷰 내내 얼굴에 미소를 달고 있었다. 그는 “원래 웃는 인상이 아니었는데 펀(fun·재미)을 파는 여행업에 오랫동안 종사하다 보니 웃는 얼굴이 됐다”며 “내 웃는 얼굴은 직업이 만들어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恐變者無發展’(공변자무발전)이라고 쓰인 서예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발전이 없다’는 뜻이다. 이 말에 박 사장의 경영철학과 하나투어 발전의 원동력이 압축돼 있다.

하나투어는 외환위기로 여행업계가 된서리를 맞았을 때 직원을 한 명도 내보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외환위기는 여행업계의 몰락을 가져왔어요. 여행수요가 전년대비 95% 급감하면서 여행사 중 50%가 망했거든요. 다른 여행사는 70~80%씩 감원했어요. 언론에서 외환위기를 극복하려면 3~5년이 걸린다고 했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다른 여행사들이 문을 닫으니 ‘이때가 기회다’라고 생각했죠. 직원을 한 명도 감원하지 않는 대신 급여의 50%만 지급하겠다,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당시 외환위기의 고통을 함께한 180여 명의 직원 중 100여 명이 현재까지 하나투어에서 일하고 있다. 하나투어 직원은 1,600여 명. 이 회사는 업계에서 이직률이 낮기로 유명하다. 그 비결은 하나투어의 ‘나눔 경영’에 있다.

하나투어는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한다. 코스닥에 등록한 2000년부터 주식을 직원과 공유하고 있다. 상여급도 주식으로 지급해 이 회사의 직원들은 주인의식과 애사심이 남다르다. 박 사장의 지분은 9.5%에 불과하다. 주변에서 “그러다 경영권 뺏기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하지만 박 사장은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와서 회사의 부(富)를 증대시켜 준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는 2004년 매출액 798억 원을 기록, 전년보다 37%, 순이익은 106억 원으로 51% 늘었다. 2005년 매출액은 1,000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높은 성장세 덕분에 하나투어는 주주들에게 매년 이익의 33%를 현금 배당하고, 33%는 직원 스톡옵션 행사에 대비한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인정받아 2005년 머니투데이에서 주최하는 ‘주주가치대상’을 수상했다.

여행업계 최초로 ‘임금 피크제’를 도입한 것도 하나투어다. 50세를 정년으로 간주, 50~55세까지는 한 주에 4일, 56~60세는 3일, 60세 이상은 2일만 근무한다. 적게 근무하는 대신 주 4일 근무 시에는 연봉의 80%, 주 3일 근무 때는 연봉의 60%만 받는다. 연륜 있는 선배들에게 계속 일자리를 주기 위해 착안한 제도다. 박 사장의 나이는 49세. 임금 피크제에 해당하지 않지만,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원에 다니느라 주 3일 근무를 자청해 연봉의 60%만 받는다.

그가 여행업계에 입문한 건 1981년, 대학 졸업반 때였다.

“원래는 무역업을 하고 싶었는데 시골(전남 곡성군)에서 자라다 보니 영어 실력에 한계가 있었어요.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 중앙대 영어교육과에 들어갔죠. 대기업 입사시험에 낙방하고,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찾다가 여행업계에 들어섰습니다.”

고려여행사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1989년 몇몇 직원과 함께 회사를 나와 국일여행사를 차렸다. 초창기부터 순이익을 내면서 승승장구했지만, 동업인 관계로 자신의 경영철학을 관철하기 어려워지자 1991년 국일여행사의 자회사로 국진여행사를 창업했다. 이것이 하나투어의 모태다.

하나투어란 이름을 내걸고 여행 도매상품을 전문적으로 팔기 시작한 것은 1995년 11월. 하나투어라는 상호에는 ‘고객과 대리점, 하나투어 직원이 하나가 되자’는 의미와 ‘업계 1위가 되자’는 바람이 담겨 있다. 지금의 자주색 제복도 이때부터 입기 시작했다.

“자주색 제복은 처음엔 직원들이 촌스럽다며 난리였지만, 마케팅 기법이 가미된 색입니다. 당시 직원이 16명이었는데 경쟁사는 200명 가까운 직원을 거느리고 있었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유니폼을 눈에 띄는 색으로 바꿨어요. 작전은 적중했어요. 우리 직원이 한 번 방문하면 곤색 제복을 입은 경쟁업체 직원이 다섯 번 다녀간 효과가 있었거든요.”

하나투어가 출범하면서 도매상품만 판매하기로 했을 때 일부에서는 시기상조라며 말렸다. 하지만 박 사장은 확신이 있었다.

“당시 대형 여행사들은 도소매를 함께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매업 여행사들의 반발이 컸죠. 소매업 여행사를 통해 온 고객에게 대형 여행사들은 ‘다음부터는 우리한테 바로 오라’는 식이었거든요. 이런 회사를 누가 신뢰하겠습니까. 우리는 도매만 했습니다. 소매업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오는 고객은 정중히 돌려보냈어요.”

소매업 여행사들 사이에 신뢰를 얻으면서 고객사들이 하나투어로 몰려들었다. 해외 19개 지역에 직영 법인과 사무실을 두고 있는 그의 궁극적인 꿈은 세계 1위 여행사가 되는 것.

“2010년에는 세계 10대 여행사, 2020년 세계 최대 여행사를 만들 겁니다. 일본의 여행업은 성장이 정체돼 있지만 우리나라 여행 시장의 앞날은 무궁합니다. 한국의 해외여행 규모로도 2010년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어요.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있습니다. 동북아 3국이 묶이면 한국은 물류의 허브(hub·중심인 동시에 관광의 허브가 될 겁니다. 서울을 경유하는 노선을 개발해 다양한 여행상품을 일본과 중국에, 제3국에 판다면 그 규모는 엄청납니다. 우리의 잠재적 고객은 동북아 3국 16억 명입니다. 여행업계 세계 1위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 2006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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