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기업을 찾아서| 아버지를 위하여!

‘젖병 세척솔 세계 1위’ 나이지 베이비 산업 이상웅 사장

전 세계적으로 한 달에 80여만 개가 소비되고 있는 젖병 세척솔 시장의 세계 1위 기업은 한국의 중소기업인 나이지 베이비 산업이다. 이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로 매달 12만 개가 전 세계에서 판매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무려 70%로, 보령메디앙스, 베비라, 아가방 등 국내 유명 유아용품 메이커의 젖병 세척솔은 거의 이 회사 제품이다.

나이지 베이비 산업의 작년 매출액은 36억 원. 이 회사가 젖병 솔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된 것은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 덕이었다. 손잡이를 돌리는 회전 솔, 스펀지 부착 제품, 세제가 필요 없는 실리콘 세척 솔 등은 모두 이 회사가 개발했다. 국내 특허 등록된 제품만 열 가지가 넘고,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에도 특허 등록이 돼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의 누크사(社)와 미국의 이븐플로사(社)도 이 회사 제품을 납품 받아 자신들의 상표를 붙여 판매한다.

나이지 베이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에 이른다.
창업주인 이상웅 사장이 젖병 솔 회사를 설립한 것은 1980년 1월이다. 하지만 부친(이영우)의 ‘병 세척’ 사업까지 감안하면 역사는 50년으로 늘어난다. 이영우 씨는 한국전쟁 직후 서울 신길동에서 병 세척 사업을 시작했다. 그 시절엔 병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닦았는데, 그의 병 닦는 기술이 당대 최고였다. ‘진로칠성’, ‘삼학소주’, ‘백학소주’ 등 당대를 주름잡던 음료겵囹鰕말瑛?빈병 세척을 도맡다시피 한 1970년대 초반은 이영우의 전성기였다. 아들 이상웅 사장의 설명이다.

“당시엔 직원을 수십 명 둘 정도로 성업 중이었는데, 무조건 현금 결제였어요. 병을 닦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으니, 주조회사들이 고개를 숙이는 거죠. 매일 빈 상자에 돈이 가득가득 채워졌습니다. 동종업계 사람들은 모두 아버지에게 기술을 배워 갔고, 저도 아버지 밑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위기가 닥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음료업체들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서 손으로 병을 세척하는 시대는 마감됐다. 회사는 부도가 났고, 부친 이영우 씨는 1976년 예순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빚 때문에 수모를 많이 당했습니다. 채권자들에게 따귀를 맞는 장면도 봤어요.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 세상이 무섭구나. 돈을 벌어야겠구나,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때 내가 아버지를 대신해 반드시 재기하겠다고 다짐했죠.”

의지는 강했지만 이미 기계가 사람의 병 닦는 일을 뺏어 간 시대라서 마땅한 사업 아이템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3년여 전국을 돌던 이 사장은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 전파상 앞에서 텔레비전을 보게 됐다. 분유 광고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젖병으로 우유를 주는 모습을 본 순간 ‘이거다’ 싶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젖병만큼은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정성스레 닦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 길로 이상웅 사장은 처가(妻家)가 있던 천안으로 내려가 젖병 세척솔 공장을 차렸다. 말이 공장이지 버려진 건물을 간단히 개조한 것에 불과했다. 그게 나이지 베이비 산업의 시작이었다. ‘나이지’란 독특한 회사 명칭은 ‘나의 의지’라는 뜻으로,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처가 옆에 공장을 만든다는 게 사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죠. 그래도 워낙 고생을 많이 하던 시절이라 천안이란 지명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하늘 천(天), 편안할 안(安). 하늘 아래 편안한 곳. 여기서 시작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1980년 창업 이래 10년 동안은 승승장구였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꼼꼼한 기술 덕을 봤고, 마침 분유 소비가 급증하면서 젖병 세척 솔의 수요도 늘었다. 창업 4년 만에 미국, 일본, 독일 수입품들이 휩쓸던 국내 젖병 세척솔 시장을 나이지 베이비 제품이 대체했고, 1987년부터는 미국, 독일로 수출도 했다. 독일 누크사와 OEM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무렵이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세계 최고의 젖병 세척솔 생산업체 진입을 눈앞에 둔 1990년 천안 공장에 화재가 났다. 공장은 재로 변했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망연자실한 이 사장은 난생 처음 자살을 떠올렸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는 아버지의 ‘업보’까지 지고 가야 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일어섰다. 회사는 2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이 사장은 물밀듯이 들어올 중국 저가(低價) 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경쟁을 포기하고 품질로 승부를 걸었다. 이것이 먹혀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이지 베이비 제품은 젖병 세척솔 시장에서 최고가로 판매된다.

나이지 베이비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특허 등록한 제품은 전부 이상웅 사장이 직접 개발했다.
그의 낡은 사무실 곳곳에는 수많은 세척솔이 흩어져 있고, 낡은 담요가 소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장은 사무실에서 밤늦게 연구하다 피곤하면 그 자리서 쓰러져 토막잠을 잔다. 잠을 잘 때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세척솔을 만들 수 있을까’꿈을 꾼다고 한다. 이 회사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특허 등록한 제품은 전부 이 사장이 사무실에서 혼자 개발한 것들이다.

“요즘에도 국내 중소기업들이 하루에 70개씩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사업주들은 정부 정책을 탓할지 모르지만, 나는 사업주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죽을 각오로 회사를 지켰다면 절대 문을 닫지 않습니다.”

그의 열정은 예순을 넘긴 지금도 용광로를 방불케 한다. 매년 한두 번씩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실시하는 경영자 수업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으며, 육아 박람회가 열리는 봄철이면 세계 어디를 불문하고 나이지 베이비 제품을 들고 날아간다.

“전 세계에 젖병 세척솔 전문가는 저 하나뿐입니다. 세계 박람회에 가면 육아용품 관계자들이 저에게 자문을 구하죠. 저는 세계 어디를 가도 당당합니다. 병 세척에 대해서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십시오. 세계 시장 50% 점유가 목표입니다. 아버지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인데 그 정도는 해야죠.” ■
  •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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