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벤처 동아리로 출발, 외국 투자자금 1,000만 달러 끌어들여

바이오 벤처 바이로메드, 팬제노믹스 창업한 김선영 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

국내 최초의 유전자 치료 전문기업인 ‘바이로메드’는 1994년 서울대 미생물학과 벤처 동아리로 출범한 학내 벤처 1호다. 1996년 주식회사로 출범했고, 올 하반기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다. 처음엔 직원이 대표인 김선영 교수를 포함해 세 명이었는데, 현재 직원은 30명으로 불어났다.

바이로메드는 창업 후 10여 년간 일본 등 외국에서 110억 원 정도, 국내에서 40억 원 정도의 투자를 받아 유전자 치료제와 전달물질을 개발한 결과 국내외에 30여 개의 특허를 냈고 70여 편의 학술 데이터를 발표했다.

회사 대표인 김선영 교수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석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귀국해 현재까지 서울대 생명과학대 미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학 시절 에이즈 바이러스를 연구했던 김 교수는 이 바이러스가 유전자 전달체인 레트로바이러스의 일종인 것에 착안, 본격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를 인체 내에 집어넣어 난치병을 치료하는 기술로서 암, 유전 질환, 심혈관 질환 등의 불치겞?『느?대상이다. 바이로메드는 현재 식품의약청의 승인을 받아 허혈성 족부 질환(혈관이 막혀 다리에 심한 통증과 함께 궤양이 생기는 질병)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실험 2단계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이 치료제가 2006년 하반기나 2007년 상반기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만성유아종, 심혈관 질환 치료제 등이 임상 직전 단계이고 항암 보조물질이 중국에서 임상 2상에 들어간 상태라고 한다.

임상실험 2단계에 들어가 있는 유전자 치료제는 암, 심혈관 질환, 유전자 질환 등 불치병과 난치병이 그 대상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과학은 기본적으로 펀(fun)이 있어야 하는 것”이란 말도 했다.

김 교수는 바에로메드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첫 번째 이유로 연구원들의 능력을 꼽았다.

“저희 연구팀의 석사나 박사 연구원들 인건비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2분의 1 혹은 3분의 2 정도입니다. 외국 사람들은 근무시간을 정해 놓고 하지만 우리는 신이 나면 밤을 새워 가며 일합니다. 덕분에 미국 사람들이 500만 달러 들여 3년 걸려 할 일을 우리는 200만 달러로 1년에 끝내는 식입니다.”

바이로메드는 지난 10년간 상용화된 상품을 생산하지 못했지만 기술력이 있으면 자기자본이익률 등 까다로운 상장 기준을 면제해 주는 제도 덕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바라보고 있다. 바이로메드를 다룬 대부분의 기사들의 말미엔 내년이면 뭐가 된다는 식의 청사진이 펼쳐지는 게 공통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10년간 뭘 했나 궁금할 법하다. 이 질문에 대한 김 교수의 답변.

“3년 동안은 선진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구축했고, 4~5년째부터는 그 기반 아래 유전자 전달체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실제 적용을 위해 동물실험을 하는 데 3년, 그 다음에 각종 유전자를 넣어 치료할 수 있는 상품을 찾은 게 7~8개였고 그중 몇 개가 요즘 걸려든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회사가 매출이 있어야 수익이 나고 생존하는데, 우리 같은 회사는 5~10년간 매출이 없을 수도 있어요. 지금 당장 매출이 없어도 무한한 가능성에 매달려 인류의 삶을 뒤바꾸는 기술이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 이게 미국식 벤처입니다.”

출범 당시 세 명이었던 바이로메드 직원은 현재 30여 명에 이른다.
바이로메드는 과학기술부의 선도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1998년부터 4년간 16억 원을 지원받았고, 보건복지부·산업자원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금은 도합 26억 원 정도였다. 바이로메드는 국내 제약사 등 민간자본의 투자 유치에는 성과가 좋지 못했다. 김 교수의 말이다.

“투자 유치를 위해 국내 유명 제약사는 다 찾아가 첨단 신약을 만들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되묻는 말이 ‘미국이나 일본엔 그 약이 안 나왔냐’였고 그렇다면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미 나온 약이면 신약이 아닌 것 아닙니까.”

그 무렵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일본에서 톱 3에 드는 다카라 바이오사(社)였다. 이 회사가 600만 달러를 투자하자 이것을 보고 국내 투자자들이 17억 원을 넣어 주었다. 그 돈으로 동물실험비 등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금도 국내외 투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올 5월 증자 때는 다카라 바이오 등 일본 기업 두어 곳과 국내 5~6개 기업이 57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고 했다.

바이로메드는 지난 8월 17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심사결과가 나오는 10월 중순쯤에는 본격적으로 코스닥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 교수는 바이로메드 외에 2000년 4월엔 ‘팬제노믹스’란 건강 보조식품 개발 회사도 창업했다. 바이로메드의 신약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익성을 낼 의약 보조품을 통해 자립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는 동양 의학자들과 약사들을 통해 전통 비방(秘方)을 찾아내 그걸 상품화하고 있는데 알레르기, 류머티즘, 위장관 운동제 등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팬제노믹스에는 일동제약, 솔몬, 무한 투자 등이 투자했다. ■
  •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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