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용사들이 ‘드라이어·고데기의 명품’으로 선정

유닉스전자 이충구 회장

글 박운미 TOPCLASS 객원기자 | 사진 이창주
이충구 유닉스전자 회장(64세)은 뚝심의 사나이다. 헤어드라이어 생산 외길을 28년째 고집스레 걸어오고 있다. 얼마 전 그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의 헤어 디자이너 7만 5,000명이 선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드라이어 및 고데기 부문에 유닉스전자 제품이 각각 선정된 것이다. 2004년에 이어 연속 2년째다. 그 전까진 주로 이탈리아나 프랑스 제품이 ‘최고’로 선정됐었다. 무엇이 전문가들의 매서운 눈을 사로잡았을까?

“미용사들은 하루 종일 서서 머리를 매만져야 하는데, 유럽 제품은 무겁거든요. 그런데 우리 드라이어를 써 보니 작고 가벼운 데다 소음까지 적어요. 팔이 덜 아프다고 좋아하지요.”

세라믹 소재를 사용한 유닉스 고데기는 온도 유지가 잘돼 두 명의 머리를 손질할 시간에 세 명까지 손질이 가능하다.

유닉스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라스베이거스 헤어 쇼에 참가했다가 미국의 이·미용 전문 유통회사 ‘훠룩 시스템’과 연결되면서부터다. 훠룩은 헤어드라이어 5만 개를 일시에 주문했다. 120만 달러어치다.

하지만 몇 달 뒤 클레임이 들어왔다. 놀라서 현지로 달려가 보니 전압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훠룩이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에까지 물건을 팔았는데, 세 곳의 전압이 조금씩 달랐다. 지역별로 세밀하게 물품을 분류해 주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이충구 회장은 문제가 된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그 자리에서 수억 원의 손해를 봤다. 그러나 이 일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제품을 신뢰하게 된 훠룩 측과 2,0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고, 2004년 11월에는 1,100만 달러 투자 유치 계약까지 했다.

현재 유닉스는 훠룩 측과 공동 브랜드 ‘CHI’를 미국 시장에 내놓고 있다. 주요 판매처는 백인 부유층을 상대로 한 고급 미용실이다. 헤어드라이어의 경우 대당 가격이 120달러로 품질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처음엔 일본제품 모방

연간 매출액 500억 원의 탄탄한 중소기업을 일군 이충구 회장은 원래 샐러리맨 출신이다. ROTC 1기 임관 후 로케트 건전지를 만드는 호남전기에 입사한 그는 ‘내 회사’처럼 열심히 일해 30대에 상무이사가 됐다. 하지만 경영주가 갑자기 바뀌면서 회사를 나와야 했다. 30대 후반의 일이다.

처음엔 친구와 동업으로 광석 수입 사업을 했다. 하지만 별 재미를 못 느꼈다. “내가 잘 아는 것은 전기 관련 일인데, 아무래도 나는 제조업을 해야겠다”며 1년 만에 친구에게 사업을 넘기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호남전기 시절 잘 알고 지내던 내쇼날공업의 친구를 찾아간 것이다. 그 친구가 뜻밖의 선물을 건넸다. 헤어드라이어에 브러시가 달린 일명 ‘꾸루꾸루’였는데, 당시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회장은 ‘이거 되겠다’ 싶었다. 꾸루꾸루 제품을 잔뜩 사서 귀국한 그는 목동에 있는 금형공장을 찾아가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했다. 넉 달간의 밤샘 작업 끝에 드디어 제품이 나왔다. 1978년 회사를 설립하고,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합자투자조인식에서 미국의 훠룩 회장과 함께.
연탄집게를 달궈 머리를 말던 시절이라 헤어드라이어가 뭔지 알리기도 힘들었다. 몇 달 동안 하루에 한 개 팔기도 어려웠다.

우연히 유통업자 한 사람을 알게 돼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는데, 장사가 좀 된다 싶자 그 사람이 따로 공장을 세워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뒤통수를 맞은 이 회장은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잠재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기로 한 것. 구로공단을 비롯해, 전국 각 공단을 돌아다니며 시연을 펼쳤다.

“우리 헤어드라이어로 전문 미용사가 머리를 근사하게 말아 내면 너도나도 지갑을 열었어요.”

판매량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이 회장의 머릿속엔 늘 ‘기술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역시 내쇼날공업의 그 친구가 도움을 줬다. 사토라이트공업의 사장을 소개시켜 준 것. 일제시대 때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었다. 학적부를 뒤져 중학교 동창까지 찾아 주며 친분과 신뢰를 쌓자 사토라이트 사장은 합작을 제안했다. 애초 어깨 너머로 기술이나 배워 보려고 했던 이 회장은 1984년 사토라이트와의 합작을 통해 제2의 도약을 하게 됐다. 3년 후에는 역으로 일본에 수출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충구 회장은 요즘 ‘변화’와 ‘스피드’를 강조한다. 직원들에게도 “변화를 즐겨라”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술 개발을 독려해 왔다.

덕분에 국내 최초로 머릿결의 손상을 줄이고 정전기를 방지하는 음이온 헤어드라이어를 개발했고, 전자파를 95% 이상 막아 주는 ‘제로파’ 헤어드라이어로 해외 5개국에서 국제 특허를 받았다. 요즘은 젊은층을 겨냥해 디자인을 강화한 ‘나비’와 ‘세미’ 시리즈를 내놓았다.

요즘 이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훠룩 측과 공동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하고 첫 합작 공장을 내년 상반기 중 이집트에 짓는 문제를 협의 중이다. 브라질 공장도 계획 중이다. 그는 “미국과 남미, 유럽 시장까지 평정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라고 자신한다. ■
  •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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