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녀들, TV를 접수하다| 몸짱이 열망이라면, 뚱녀는 현실

요즘 TV에 왜 이렇게 뚱뚱한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 것일까? 뚱뚱한 여자들이 세상을 접수하기 시작한 것일까? 몇 년 전 ‘봄날 아줌마’가 불러일으킨 ‘몸짱 신드롬’과 젊은 여성들에게는 종교가 되다시피 한 ‘다이어트’ 열풍을 잠재울 ‘뚱녀 신드롬’이 불고 있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뚱녀 신드롬’의 실체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40%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올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로 떠오른 MBC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김선아. 인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백미(白眉)인 ‘봉숭아 학당’의 엔딩을 장식하고 있는 출산드라 김현숙. 이 두 사람의 인기가 ‘뚱녀 신드롬’이라는 새로운 현상의 실체다.

굳이 몇 가지 사례를 덧붙이자면 갖다 붙일 것이 있기는 하다.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빅마마. 일반적인 여성 가수들보다 뚱뚱한 편에 속하는 4인조 여성그룹 빅마마가 얼마 전 2집 앨범으로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뚱녀가 아니라 뚱남이지만 개그맨 유민상이 인기 개그 프로그램인 〈폭소클럽〉에서 ‘X파일-마른 인간에 관한 연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정도가 ‘뚱녀 신드롬’의 보조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런 현상을 ‘뚱녀 신드롬’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출산드라 김현숙이나 김삼순을 연기하고 있는 김선아가 ‘과연 진짜로 뚱뚱한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의문 때문이다. 출산드라는 실제로 그렇게 뚱뚱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풍성한 옷으로 몸매를 가리고 있다. 얼굴이 조금 통통하기 때문에 ‘뚱뚱하다’는 이미지를 줄 뿐이다. 김선아는 김삼순을 연기하기 위해 무려 7kg이나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라이벌로 등장하는 정려원에 비해서 몸집이 커 보이는 것이지 사회 일반적인 잣대로 뚱뚱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뚱녀’의 기준이 어디부터인지는 개인의 사고나 가치관의 문제다. 다이어트를 위해 피트니스 클럽을 출입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까지 해칠 정도로 뚱뚱해서 비만 클리닉을 받아야 할 사람을 ‘뚱뚱하다’고 정의한다면 ‘뚱녀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그녀들은 뚱뚱한 것이 아니라 ‘통통한 편’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남자들의 눈에 충분히 말라 보이는 사람들도 다이어트에 매달린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그 주인공 김선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현실에 가까운 여성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드라마 속의 김삼순은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은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다. 비록 김삼순 역을 연기하는 김선아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해도 김삼순의 드라마 속 설정은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성상이다. 게다가 김삼순은 젊지도 않다. 여성들의 초혼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우리 주변에서 수없이 많은 ‘김삼순’을 만날 수 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대중문화는 현실을 염두에 두고 반영해야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몸짱 신드롬’이나 다이어트 열풍이 여성들의 욕망을 반영한 것이라면, ‘뚱녀 신드롬’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문화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것은 아니다.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시원함과 막힌 곳을 뚫어 주는 통쾌함이 있어야 한다.

드라마 속 김삼순은 발랄하다. 나이와 외모에 주눅 들어 하지 않는다. 출산드라는 당당하다. 뚱뚱함을 오히려 축복이라고 말한다. 모름지기 여자는 ‘예쁘고 날씬하고 젊어야 매력적’이라는 현실을 비트는 쾌감을 제공한다.

이번 ‘뚱녀 신드롬’의 결말은 어디일까. 김삼순 역시 백마 탄 왕자의 도움으로 신분 상승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탈 것인가. “어머, 바로 내 얘기야!”라는 리얼리티로 인기를 끈 〈내 이름은 김삼순〉. 그 끝이 평범한 여성들도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를 기대해 본다. ■
  • 200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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