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의 북 카페「VOOK’S」金虎根 서울예술대 교수

『커피 향을 맡으면서 샤갈을 즐겨 봐요』

세계와 시각적 소통을 하는 공간

『읽지 말고 보세요. 그리고 즐기세요. 보면 알게 됩니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화랑을 겸한 북 카페 북스(VOOK’S)의 대표 金虎根(김호근·서울예술대 교수)씨의 말이다. VOOK’S는 「visual+book」으로 김호근 씨가 만든 말이다.

2004년 6월에 문을 연 북스(02-737-3283)는 기존의 화랑이나 북 카페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다. 바닥면적 50평에 2만여 권에 달하는 세계의 미술·사진 책들을 전시 판매하는 서점이면서, 커피와 차·음료를 파는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북스는 벽면 서가를 가려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장치돼 있다. 세미나나 출판기념회 같은 모임 장소로도 빌려 준다.

북스는 여느 상업 공간과 달리 대표 김호근 씨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2만여 권의 책들은 196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니던 시절부터 시작해 업무차 외국의 전시회를 둘러볼 때마다 부지런히 모은 것들이다. 개점을 앞두고는 직접 외국 서점을 돌며 많은 책들을 사들였다. 북스는, 이제 외국에서도 팔지 않는 책은 물론 최근 비주얼 아트 분야의 세계적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게 해 주는 책들로 가득한 공간이다.

김호근씨의 「視知覺力(시지각력)」에 대한 믿음은 신앙에 가깝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실상 어린이들은 우선 세상의 여러 가지를 보는 것으로부터 알기 시작합니다. 보면서 배우고 알게 되고 안목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김호근씨의 이런 주장은 오랜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국문학도였던 대학 시절 도서관의 예술 관련 책 대출증에 그의 이름이 적히지 않은 책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냥 좋아서 「보다」 보니 눈이 열리더라는 것이다.

「보는 책」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책 만드는 일이 직업이 됐다. 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 마인츠 대학교에서 출판학을 공부했고, 샘터社(사) 기획실장과 출판부장을 지냈다. 1988년부터는 「관훈미술기획」을 설립하여 미술서적을 기획·편집하는 한편 은행이나 대학의 홍보물을 제작하는 편집·디자인 비즈니스도 했다. 그가 편집하여 1987년 한국일보 출판문화상을 받은 「한국의 호랑이」(열화당)는 우리 民畵(민화)의 진가를 오늘의 문화 속에 되살려 낸 일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종이 호랑이」가 책을 만남으로써 살아 생동하는 호랑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1990년부터는 서울예술대학의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북스는 단순한 북 카페가 아니라 세계와 시각적 소통을 하는 공간이다.

『오늘날 세계에는 각 분야에서 분방한 이미지들이 도처에서 생산되어 전에 없던 시각 표현의 새 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이 인쇄된 그림·사진책들은 「눈을 위한 축제」를 방불케 합니다. 그러나 「이미지의 신세계」가 펼쳐지는 다채로운 책을 보는 축복을 즐기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좋은 그림책(아이들을 위한 「픽처북」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시각예술을 담은 「아트북」을 포괄하는 「보는 책」을 의미함)은 풍성합니다. 이런 책을 보며 즐기고, 때로 갖고, 다른 사람과 나누어 볼 수 있는 眼福(안복)을 누리는 곳이 북스입니다』

흔히 食福(식복)은 얘기해도 안복을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안복」이란 무엇인가? 미술품이나 골동품 같은 귀한 것, 뛰어난 것, 아름다운 것 따위를 볼 수 있는 행운을 말한다.

실제로 북스에는 최고의 「시각적 성찬」이 펼쳐져 있다. 커피 한 잔 값에 2만여 권에 달하는 최고의 사진과 그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갤러리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타이밍만 좋으면 사진과 그림전도 즐길 수 있다.

『북 카페라는 데를 가 보면 대부분 베스트셀러를 비롯하여 읽는 책 중심이에요. 차를 마시는 시간은 휴식이어야 하지 않겠어요. 읽는 책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겠죠. 그러다 보니 실제로 책은 장식 기능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에요. 그러나 보는 책은 그렇지 않죠. 10~20분이면 한 권을 볼 수 있잖아요』

이 말에 동의한다면 「북스」야말로 진정한 북 카페가 아닐까. 커피 향을 맡으면서 샤갈을 만나고 앤셀 애덤스의 사진을 통해서 자연의 신비에 흠뻑 빠지는 시간. 근사하지 않은가. ■
  • 200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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