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레인컴의 MP3 디자인한 산업 디자이너

金暎世가 말하는「디자인의 힘」

그의 산만함과 자유로움,
상상력에「인간 사랑」이 합쳐지니 名品이 나왔다
디자인 전도사 역할까지

『21세기에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은 디자인뿐이다』

디자이너 金暎世(김영세·55·이노디자인 대표)는 단호하게 말한다. 정보도, 상품도 포화상태인 시대, 특히 석유 등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선 스타 디자이너들이 빨리 많이 배출되어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만드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한다. 단순히 돈만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김영세씨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산업 디자이너다. 외국의 경우 필립 스탁, 스티브 콘란, 조너선 아이브 등 디자이너들이 대중적 인기는 물론 귀족 작위까지 받으며 富(부)와 명예를 누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산업디자인에 대한 개념도 익숙지 않고 스타 디자이너들도 드물다.

삼성전자의 효자상품인 휴대전화 애니콜, 그리고 빌 게이츠 회장이 감탄했다는 레인콤의 MP3 플레이어 제품이 모두 김영세씨가 디자인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는 이제 스타 산업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디자인 전도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똑같은 넥타이도 서울 이태원에서 파는 「짝퉁」은 5000원에 팔리지만 이브생 로랑 등 유명 디자이너가 손끝만 댄 명품 디자인은 수십만 원의 高價(고가)에도 척척 팔린다. 수억 원대의 장신구,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빌라 등도 이젠 그 성능보다 `누가 디자인한 작품이냐를 먼저 따진다. 무명의 중소기업 레인콤이 김영세씨를 찾아 미국까지 달려가 MP3 플레이어의 디자인을 의뢰한 후, 그 상품은 세계무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회사 주가도 수백 배 뛰었다. 이것이 디자인 파워다.


학창 시절 김민기와 통기타 그룹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김영세씨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잠시 교수생활을 하다 1986년 자신의 회사인 「이노 디자인」을 설립했다. 그는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IDEA 금·은·동상을 휩쓸었고 「비즈니스 위크」지의 「올해의 우수상품」에 두 번 선정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이 드높다. MP3 아이리버, 삼성 애니콜, 동양매직의 가스버너를 비롯한 「잇츠 매직(It’s Magic)」 시리즈, LG 스마트폰, 계양전기의 전동 공구, 운동화 같은 구두인 쌈지의 텅 슈즈가 그의 머리와 손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학창 시절엔 주의산만하고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많았다. 美大(미대)에 다닐 때도 친구 김민기와 도비두(도깨비 두 마리)란 통기타 그룹을 만들어 종로 등에서 노래 부르고 돈을 벌었다』

그런 그의 주의산만함과 자유로움, 상상력 덕분에 그는 55세의 나이에도 연령과 남녀를 초월한 상품들을 디자인한다. 그저 겉모양만 멋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상품의 기능을 잘 소화해 내고, 사용하는 이들이 행복해지는 디자인, 심지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들을 위한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 보조기구, 또 자전거를 타는 이들을 위해 뒤에서 오는 사람이나 자동차를 감식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장치된 헬멧 등을 디자인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작은 칫솔을 디자인할 때도 그 칫솔을 사용할 사람, 그 사람이 칫솔을 입에 넣었을 때의 상태 등을 생각해서 디자인한다』며 『디자인의 출발은 사랑과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어쩌면 디자인은 머리 좋은 이들보다 착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의 몫인 것 같다. 남들의 불편함을 걱정해 그런 불편함을 해소해 주려 하고, 또 남들을 행복하고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온몸과 마음과 머리를 총동원해서 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김영세씨는 『아들이 중학교 때 어버이날 선물 대신에 `집안 청소, `강아지 산책 등의 심부름 쿠폰 북을 선물했는데 각각의 일마다 유효기간까지 써 두었다』면서 『하지만 마지막에 「엄마 사랑하기」에는 `Forever!(영원히)라고 써서 아내와 내가 모두 감동했는데 엄마를 기쁘게 해 주려고 직접 그림까지 그린 쿠폰 북이 「사랑」이란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20년 동안 200번 한국 방문

김영세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실제 제작된 휴대전화.
그는 20년 동안 200번이나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해 디자인 강의를 하고 글을 기고하는 등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6월 초에 방문해서는 가치창조 혁신과 최근 화두인 블루 오션 경영에 관해 강의했다. 또 「이노베이터」란 책을 통해 서른아홉 가지의 그의 디자인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랍스터를 먹다가 영감이 떠올라 냅킨에 슬쩍 스케치한 디자인료로 12억 원을 번 그의 디자인 철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감성적인 논리=디자이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예술가의 감성과 과학자의 논리를 모두 갖춘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기술, 인간심리, 마케팅, 환경생태학 등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변화 추구하기=디자인(Design)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메이킹 체인지(making change)」,즉 변화의 추구를 뜻한다. 디자인은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려는 노력 그 자체다. 디자이너는 인간의 감성을 매료시키는 「그 무엇」을 창조해야 하며 「변화」를 꾀해야만 한다.

▲이윤 만들기=경영자들은 보통 디자인을 별도의 추가비용으로 생각한다. 자재 구입처럼 확실한 계산을 할 수 없고 아이디어에 대한 비용에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잘된 디자인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소비자들은 좋은 디자인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편리함 등의 만족감에 대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며 당연히 상품판매 수익도 증가해 기업에 엄청난 이윤을 안겨 준다.

▲다른 사람 사랑하기=디자인의 출발은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디자이너가 자신이 개발하려는 상품의 소비자를 마음속에 그려 놓고 그를 사랑하듯이 정성을 쏟아 디자인한다면 사용자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진다.

▲원가 절감하기=디자인은 필요 없는 장식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일이다. 디자인은 쓸데없는 부분을 생략하고 생산방식, 재료를 변화시켜 비용을 줄인다. 조립과정도 개선, 포장디자인을 달리 해서 운임을 절약할 수도 있다.

▲움직이는 과녁 맞히기=디자인은 예감이다. 디자이너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다녀온 것처럼 정확하게 시장의 변화를 예측해 내야 한다. 지금 디자인하는 상품이 몇 달, 아니 1년 후에 팔리는데 빛의 속도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읽기란 움직이고 있는 과녁을 향해 활을 쏘듯이 어려운 일. 그러나 「미래 디자인 하기」는 현재의 세상을 올바로 읽고 있어야 가능하다.

▲비즈니스 감각=소비자에서 출발하는 디자인은 비즈니스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비즈니스 감각이 있다는 말이기도 한다. 히트상품은 디자인과 비즈니스가 복합된 컨셉트에서 나온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막연히 좋아서 내놓는 게 아니라 마케팅적인 측면을 최대한 고려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좋은 디자인보다 알맞은 디자인이 중요하다.

비행기 여행 중 냅킨에 스케치한 잠금장치가 들어 있는 지퍼 디자인과 목걸이형 MP3 아이리버.
▲생각 그리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단순히 머릿속에서 끝내고 만다면 그것은 공상이 된다. 냅킨에라도 간략한 스케치를 한다면 머릿속의 아이디어들은 구체화돼 결국 하나의 완벽한 상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소비자의 욕구를 재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상을 통해 나오는 아이디어의 힘이다. 그가 랍스터를 먹다 영감이 떠올라 냅킨에 스케치한 휴대용 가스버너는 12억 원의 디자인료를 받았다.

▲불편함 참지 않기= 보통 사람들은 사물이나 환경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을 찾다가 없으면 포기한다. 하지만 훌륭한 디자이너는 『왜 그런 물건이 없지?』라며 바로 디자인에 들어간다. 이 세상의 모든 혁신은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파고드는 태도에서 출발했다.

▲생명 구하기= 훌륭한 디자인은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만약 자동차 디자이너가 아무 생각 없이 재떨이를 몇 cm만 오른쪽으로 더 옮겨 디자인한다면 그로 인해 교통사고율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된다.디자이너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삶을 더욱 안전하게 해 줄 의무가 있다. ■
  • 200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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