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유럽 무대서 활약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청아한 소프라노처럼 잔잔히 파고드는 목소리…
그녀의 재즈는 낯설지만 왜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걸까?
나윤선은「나윤선 퀸텟」이라는 밴드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10년째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나윤선씨는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1기 여주인공을 맡은 후 프랑스로 재즈 유학을 떠났고 그 후 각종 재즈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온 맑고 매혹적인 목소리의 소유자』라는 호평을 받고 있던 그녀는 4집 앨법 「소 앰 아이(So am I)」의 프랑스 발매 후 「독창적인 목소리로 재즈계를 사로잡은 매력적인 돌연변이」라는 르몽드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윤선의 재즈는 어떤 것일까? 한마디로 유럽식 재즈로 모던 재즈와 한국인으로서 그녀의 피가 흐르고 있는 혼합체이다. 대중에 뿌리를 둔 미국 재즈와는 달리 유럽 재즈의 근원은 클래식이고 아카데믹하고 실험적이며 민속음악이 섞여 있다. 그녀의 재즈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의 밴드 역시 이스라엘, 영국, 독일 출신으로 다양하며 오리엔탈, 팝, 한국 정서, 클래식, 인도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추구한다. 히브리어, 영어, 한국어로 노래하니까 색다르고 재즈를 하는 한국 여자도 유럽에서 나윤선씨가 유일하다고 한다.

『유럽에서 「So am I」의 반응이 너무 좋아 얼떨떨해요. 한국인이기 때문에 주목받은 것 같아요. 다양한 색깔도 그렇구요』

그녀의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초우」다. 첫 공연 때 한국과 유럽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곡이었다. 처음 프랑스에서 공연할 때 초우를 우리말로 불렀다. 관객들 중 한국어를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공연이 끝난 후 같이 얘기를 나누는데 가사의 느낌을 공감하고 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음악을 하면서 以心傳心(이심전심)이라는 말뿐 아니라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고.

재즈를 공부하면서 만난 뮤지션들과 함께 「나윤선 퀸텟」이라는 현지밴드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재즈하는 즐거움을 이렇게 말한다.

『재즈는 처음과 마지막만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모두 즉흥연주거든요. 뮤지션들과 완벽한 대화를 하는 거죠. 그래서 무대 위에서 늘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로워요』


10년째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비결

교포도 아닌 그녀가 유럽 무대에서 10년째 인정받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녀 말대로라면 행운이지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누구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그런 친화력이 실력 좋은 뮤지션들과 팬들을 주위에 모여들게 하고 그녀의 노래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물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유학은 그녀에게 음악에의 길을 열어 준 결정적인 계기였다. 다양한 인종, 문화로 구성되어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프랑스가 그녀를 성장시킨 토양이다. 오랜 전통으로 무대가 많고 재즈를 듣는 사람이 많고 재즈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원하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또한 늘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나라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음악만 하면서도 먹고사는 데 불편이 없는 여유가 있다.

『한국에서 안타까운 것은 한 장르가 너무 독점하는 경향이 있어요. 원하면 언제나 다양한 나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죠. 실력을 쌓으면, 언제라도 준비가 되어 있으면 세계 무대로의 진출은 가능해요』

소규모 극장에서 젊은 뮤지션들이 지속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도 아티스트의 성장무대로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욕심이 많아서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3집 앨범 「다운 바이 러브(Down by love)」에서 해 보고 싶은 팝, 민속음악, 제3세계 음악 등 많은 시도를 해 봤죠. 트리팝이라는 장르가 있는데 夢幻(몽환)적인 힙합 풍이거든요. 제가 랩도 할 거예요』


영혼을 치유하는 재즈

멈추지 않는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기 색깔을 찾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는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등 여러 대륙을 돌며 공연할 예정이다.

『재즈는 제게 일종의 치유 같은 의미예요. 재즈를 하면서 치유 받고 자유를 얻죠』

지금까지 가장 잘한 결정은 음악을 하기로 한 거라며 처음 유학 갔을 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내면의 울타리를 벗어나 스스로 용서하고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부모님이 음악을 하셨기에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했지만 막상 음악을 할 생각은 못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히 「지하철 1호선」 오디션에 참가해서 무대에 서게 되면서 음악을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파리를 선택했다. 불문과를 졸업해서 샹송에 관심이 있었고 프랑스에 유럽 최초의 재즈 학교가 있다고 해서 가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낯설었지만 지금은 생활이 되고 사랑하는 일이 되었죠.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받아 주었어요. 그런 받아들임이 내 마음을 열리게 한 것 같아요. 남을 바라보는 시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열려졌죠. 음악을 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자유로워졌어요』

그녀의 방에는 늘 가방이 함께 있다. 그 안에 있는 것이 그녀의 전부다. 책, CD, 옷 등등. 어디든 가볍게 갈 수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자유로움과 재즈가 그녀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그녀의 재즈를 사랑하는 팬들은 그녀의 노래에서 이런 자유와 치유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나윤선

건국대 불문과 졸업. 프랑스 문화원 주최 샹송 대회에서 대상 수상. 유럽 최초의 재즈 스쿨 「CIM」 유학, 재즈 보컬 학위 취득. 프랑스 Beauvais 국립음악원 성악과 수석 졸업. 『CIM』에서 1년간 교수로 재직. 동덕여대, 수원여대 등에서 재즈 보컬 과목 강의.

「몽마르트 재즈 페스티벌」 콩쿨에서 2등상 수상(1998년), 「France St-Maur Jazz」 콩쿨에서 대상 수상(1999년).

2001년 솔로 1집 「Reflet」, 2002년 유럽 데뷔 앨범 2집 「Light for the people」, 2003년 3집 「Down By Love」, 2004년 4집 「So am I」 발표.
  • 200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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