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존스가 있어 즐거운 한국 프로농구

1996년 NBA 드래프트 1라운드 21번으로 뉴욕 닉스에 지명됐던 그는 첫해 부상으로 한 해를 쉬고 난 뒤 페이스를 잃고 NBA에서 퇴출됐다. 그후 베네수엘라·이탈리아 등 11개 팀을 떠돌다 한국에 와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농구만화 서태웅을 연상시키는 괴력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농구만화 「슬램 덩크」에 이런 장면이 있다.

북산고 에이스 서태웅이 도내 최강 해남고와의 경기에서 상대팀 리더 이정환의 블록 슛을 피해 공중에서 더블 클러치(이중동작) 슬램 덩크를 넣는 모습이다. 유망한 루키에 불과했던 서태웅이 도내 톱 클래스 선수로 입지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지난 2월19일 TG삼보와 SBS의 경기에서 이 순간이 오버랩 되는 장면이 있었다. 한 용병이 엄청난 체공력으로 KBL(한국농구연맹)에서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TG삼보 자밀 왓킨스의 블록 슛을 피해 더블 클러치 슬램 덩크를 작렬시켰다.

주인공은 프로농구 막바지 레이스에 태풍을 몰고 온 SBS의 「괴물용병」 단테 존스(30·195cm). 최강 TG삼보를 침몰시키는 데 일등공신이 된 존스는 이때부터 KBL 사상 최고의 용병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3월6일 현재 SBS가 KBL 최다연승인 14연승 기록을 갈아치우는 데 일등공신이 되며 「단테의 신곡」은 「메가톤급 태풍」으로 급격히 바뀌었다.


단테 앞에 서면 얌전해지는 선수들

『마치 어린이들의 놀이터에 어른이 온 것 같았습니다』

2월22일 SBS와 경기에서 패한 전자랜드 문경은의 과장 섞인 하소연이었다. 물론 존스에 대한 얘기였다. 그의 완벽한 기량 앞에서 한국 남자농구 최고의 슈터인 문경은이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였다.

수준급의 용병 미나케와 맥기를 뽑은 KTF 추일승 감독 역시 『처음 보는 순간 대단한 선수가 왔다고 생각했다. 우리 용병인 미나케와 맥기도 좋은 선수지만 단테 존스에 비하면 많이 달리는 게 사실』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존스의 걸출한 기량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예는 또 있다. SBS 김동광 감독은 『다혈질적인 KTF 미나케와 전자랜드 화이트가 존스 앞에서는 얌전히 플레이 한다』고 말한다. 농구판에서는 용병들끼리 기량을 비교해 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맞대결에서 한 용병이 얌전한 모습을 보이면 실력이 달린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

즉 서로서로 맞닥뜨려 보면 실력이 달리는 용병 쪽에서 「내 수준 이상의 선수구나」라고 꼬리를 내린다는 것. 특히 흑인 용병들끼리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한 게 사실이다. 코트에서 신경질 부리기가 일쑤인 미나케와 화이트가 기량이 앞서는 존스 앞에서는 조용히 플레이를 한다는 얘기다.

뛰어난 기량뿐 아니라 존스는 팀 플레이에도 일가견이 있다. 한창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존스의 가장 큰 강점은 탁월한 농구 센스를 바탕으로 한 非이기적인 플레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팀 동료인 포인트 가드 이정석은 『워낙 조직적인 플레이를 잘해 게임을 지휘해야 할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며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를 하곤 한다.

존스의 또 하나의 매력은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한다는 점이다. 특히 안양 홈 경기가 있을 때면 특유의 골 세리머니는 더욱 심해진다. 어깨춤을 추기도 하고, 발을 구르며 괴성을 질러 대기도 한다.

2월27일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는 볼을 잡기 위해 코트 밖으로 몸을 던진 뒤 환호하는 팬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안양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또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항상 몰려드는 팬들 하나하나에게 사인과 포옹, 악수를 아끼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니 농구 팬들이 「단테 신드롬」에 빠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폭발적인 단테 효과

존스가 짧은 시간에 한국 농구에 완벽히 적응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과거에 겪었던 농구인생의 환희와 좌절이 한몫 했다. 1996년 존스는 NCAA(미국 대학농구) 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미시시피 주립대를 NCAA 토너먼트 파이널 포(4강)에 올려놓으며 명성을 떨쳤다. 「슈퍼 D(단테)」라는 별명까지 얻은 존스는 그 해 NBA(미국 프로농구) 早期(조기) 진출을 선언,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76ers) 등과 함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1번으로 뉴욕 닉스에 지명됐다.
NBA 무대는 그에게 좌절의 연속이었다. 루키 시절 불의의 부상이 닥쳐왔고 한 해를 쉬어야만 했다. 이듬해 리그에 적응하지 못한 존스는 보스턴 셀틱스로 트레이드됐지만 여전히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어정쩡한 그의 신체조건 때문이었다. 슈팅가드를 소화하기에는 스피드가 달렸고, 스몰 포워드로 뛰기에는 키(195cm)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결국 97~98시즌이 끝난 뒤 NBA에서 퇴출된 존스는 베네수엘라, 이탈리아, 푸에르토리코 등 무려 8개 리그 11개 팀을 떠돌았고 올해는 미국 NBA 하부 리그인 ABA에서 경기당 평균 31.1득점으로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존스는 SBS와 존경하는 고향선배 주니어 버로의 끈질긴 求愛(구애)작전에 결국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조 번의 대체용병으로 SBS에 영입된 존스의 기량은 역시 名不虛傳(명불허전)이었다. 서전트 점프 1m 이상을 날아오르는 가공할 운동능력과 정확한 페이드 어웨이 슛은 그의 강력한 공격무기. 게다가 빈자리의 팀 동료에게 전달되는 송곳 패스 역시 일품이었다. 또 팀이 득점을 원하면 슛을 적중시키고, 리바운드를 원하면 골밑을 헤집고 다니는 그의 농구 센스와 희생정신 역시 빛났다.

오랜 해외 경험을 원숙한 기량으로 녹인 존스는 탁월한 실력과 함께 팀과 조화를 이룰 줄 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 차원 높은 용병이었다. 2월4일 입국 후 다음날인 5일 KTF전이 데뷔전이었다. 경기당 평균 30득점, 13리바운드를 올린 존스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그의 합류 후 김성철과 양희승의 쌍포가 살아나며 SBS의 평균 득점이 85점에서 96점으로 급상승 곡선을 그린 점은 단적인 예다. 존스가 완벽한 「한국형 용병」의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게다가 그의 천성적인 성격에서 나오는 탁월한 쇼맨십은 팬들의 시선을 묶어 두기에 충분했다. 항상 팀 동료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고,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그의 철저한 프로정신을 보면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지금까지 KBL 무대를 주름잡았던 용병 조니 맥도웰, 마르커스 힉스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차별점이다. 코트 안팎에서 존스의 이 같은 모습은 「단테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존스가 합류한 뒤 플레이오프 6강 진출도 불투명해 보였던 SBS는 강력한 통합챔피언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외적인 「단테 효과」는 더욱 폭발적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존스의 소속팀 안양 SBS.

평균 2000여 명 정도가 경기장을 찾았던 SBS의 홈 경기는 존스 영입 이후 4000여 명이 몰려들어 무려 두 배 가까이 관중이 늘었다. 안양에서 한 시즌에 한 번도 구경하기 어려웠던 매진 사례도 벌써 세 차례나 벌어졌다.
SBS 홈페이지도 야단법석이다. 존스의 영입 이후 홈페이지 조회 수는 8만여 회에서 20만여 회로 껑충 뛰어올랐고, 회원 가입 인원도 네 배로 뛰었다. 남자 프로농구의 인기 상승에도 한몫 단단히 했다. 존스가 나타난 후 농구 시청률과 TV 중계 횟수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SBS를 대상으로 한 농구토토 매치게임 참여 인원 역시 50% 이상 증가했다.


상대 팀의 집중 견제 극복이 과제

KBL 최다연승 기록을 12연승으로 늘린 뒤 존스는 『아직 전부가 아니다. 팀이 우승할 때까지 더 많은 고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존스에게 넘어야 할 몇 개의 산이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희암, 박건연, 한창도 등 TV 해설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존스의 수비 약점을 지적한다. 치열한 몸싸움을 통해 골 밑을 사수하지 않고 빠른 손놀림에 의한 가로채기와 높이를 이용한 블록 슛을 통해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려는 존스의 수비 아킬레스 건을 꼬집은 것.

플레이오프에서 그에게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대팀의 집중 견제도 우승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
  • 200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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